<2> 이서 '무지개다리 파수꾼'
편집자주
세계를 흔든 K콘텐츠의 중심에 선 웹툰. 좋은 작품이 많다는데 무엇부터 클릭할지가 항상 고민입니다. '웹툰' 봄을 통해 흥미로운 작품들을 한국일보 독자들과 공유하겠습니다.
오랜 기간 반려견을 키운 한 지인은 끙끙 신음을 내는 반려견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탄다고 한다. '말도 못하는 애가 얼마나 답답하고 아플까' 싶어서다.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국내외에서 종종 화제가 되는 것도 그 답답함을 풀고 싶은 사람들의 소망 때문일 테다.
2020년 9월부터 카카오웹툰에서 연재 중인 이서 작가의 '무지개다리 파수꾼'은 이런 바람을 가져 본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로울 작품이다. 병원 매출에만 몰두하던 수의사 이한철이 차 사고 후유증으로 동물의 말을 이해하는 초능력을 얻으면서 겪는 에피소드들을 다뤘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지만 동물이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되는 우리 사회에 대한 묘사가 뼈아프면서도, 동물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①
웹툰 초반은 판타지라는 장르적 재미가 크다. 차 사고를 당한 주인공이 퇴원하던 길에 자신에게 "뭘 쳐다봐? 안 비켜?"라고 말하는 다소 불량한(?) 고양이를 맞닥뜨리고, 기겁하며 병원으로 뛰어가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낸다. "엄마가 밥을 너무 조금만 줘요", "귀가 너무 가려운데 엄마는 자꾸 못 긁게 해요" 등 진료실을 찾은 동물들이 자신의 상황을 말하는 컷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판타지'를 보여준다.
개와 고양이의 귀여움에 푹 빠지게 만드는 그림체도 독자를 몰입시키는 요소다. 길고양이들의 우정, 엄마가 된 강아지가 자식들과 이별하며 겪는 슬픔 등 동물들의 여러 감정들이 피부에 와닿게 한다.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②
'무지개다리 파수꾼'은 우리 사회의 뒤처진 동물권 의식이 드러나는 소재들을 폭넓게 다룬다. 동물 학대와 유기는 물론 불법 번식장에 대해서도 꼬집는다. "바쁜데 길고양이 학대사건까지 수사해야 하느냐"는 경찰의 말도, 반려동물을 앞세워 좋은 이미지를 얻으려는 유명인들의 행태도, 모두 동물을 생명으로 보지 않는 우리 현실의 투영이다. 동물을 물건으로 보고 그 사체를 '생활폐기물'로 취급하는 현행법의 문제도 떠오르게 한다. (지난해 10월 법무부가 발의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란 내용이 담긴 민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그 과정에서도 동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려는 작가의 노력은 돋보인다. 유기견 보호소에 온 강아지가 보호자에게 돌아가려고 짖고 화를 내다가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벽만 쳐다보고 있는 장면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③
서사의 또 다른 축은 동물실험의 윤리성이다. 주인공 이한철이 수의대 재학 시절을 회고하는 에피소드는 꽤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학교가 동물실험 용도로 식용견을 사들인 상황에서 후배가 '실험 동물법상 규정된 곳에서만 동물을 사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주인공은 "교육기관에서 하는 실험은 불법이 아니"라면서 "어차피 죽을 애들 이렇게라도 더 사는 것"이라고 답한다. 실험견을 '교보재'라고 하는 교수 밑에서 수의사가 되기 위해 어떻게든 버텨 내려는 그가 내뱉은 말이다.
이는 실제 수의사의 글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자신을 '시골 수의사'라고 소개한 허은주는 최근 에세이집 '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에서 실험용 쥐 안락사법을 배운 실습 수업 후 느낀 부정적 감정을 되돌아본다. 그는 수의사가 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에 당시에는 덮어두고 미뤘던 동물실험의 비윤리성에 대한 고민을 이제라도 다시 해 보겠다는 마음을 다진다. 그 글도 이 웹툰도 결국 독자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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