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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꾼 없는 대통령실

입력
2022.07.18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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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이충재주필

검찰ㆍ관료 출신에 쓴소리 기대 어려워
尹 대통령, 비판 수용 않는 자세도 문제
지지율 급락에 성찰하고 태도부터 바꾸길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지켜보는 국민 상당수는 이런 의문을 갖고 있다. “대통령 주변엔 쓴소리하는 인사가 그리도 없는가?” 그러지 않고서야 “누가 뭐래도 내 갈 길을 간다”는 식의 마이웨이가 계속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두 번째 물음이 생긴다. “대통령은 도대체 쓴소리를 경청할 자세는 돼 있느냐”이다.

우려스럽지만 윤 대통령은 둘 다 해당되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늘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에게 비판과 고언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타인의 충고를 수용하지 않는 태도로는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없기에 주변에 쓴소리하는 사람이 넘쳐난다.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말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게 정치인이다.

오랜 검찰 생활을 해온 윤 대통령은 인재풀이 넓지 않다.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는 검찰 출신뿐이니 그들을 요직에 배치한 건 이해할 구석이 있다. 하지만 상명하복에 길들어 있는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통령 앞에서 싫은 소리를 하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는 관료 출신들에게 그 역할을 기대하기도 난망하다. 어찌보면 윤 대통령 스스로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인의 장막’에 자신을 가둔 셈이다.

더 중요한 건 윤 대통령이 쓴소리를 기꺼이 받아들일 만큼 열려 있느냐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 시절 지시ㆍ명령에는 익숙하나 남의 말을 잘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평을 받았다. 이런 기질은 정치에 입문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조언을 하면 고성에 화부터 내더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여럿이다.

신박한 발상의 도어스테핑이 구설에 오른 건 참모들이 예상 질문과 대답을 제공했지만 대통령이 이를 무시한 데서 비롯됐다. 부인 김건희 여사의 부적절한 행동을 두고 논란이 잇따르는데도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 역시 윤 대통령의 미온적 반응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선 캠프 시절부터 김 여사에 대한 직언은 참모들 간에 금기어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통령 주변에 쓴소리하는 사람이 없다는 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잘못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잘못을 바로잡는 기능이 없다는 게 더 고약하다. 여권에선 아예 공식적으로 쓴소리 전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미국의 백악관에는 이른바 ‘데미지(피해) 컨트롤팀’이라는 게 있는데 일종의 쓴소리 조직이다. 대통령과 주요 정책에 대한 실패 원인을 분석해 유사한 오류를 막는 역할을 한다.

조직을 만들기 어렵다면 송곳처럼 강직한 특보를 옆에 두는 것도 좋겠다. 윤 대통령의 귀를 잡으려면 친밀한 관계를 맺는 사람이어야 한다. 도움이 된다면 검찰 출신을 써도 무방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 시절 한동훈 법무부 장관 말은 경청하고 절대적으로 신뢰했다고 한다. 그런 인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미국의 대공황 시대를 이겨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곁에는 루이 하우라는 참모가 있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유일한 참모였던 그 덕분에 루스벨트는 시련을 이겨내고 4선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대선 선거운동 당시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급락할 때마다 고개를 숙였다.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이나 김 여사 사과 문제에서 보듯 참모들의 쓴소리를 수용해 위기를 넘겼다. 주변의 조언에 무조건 귀를 닫는 고집불통은 아닌 것이다.

대통령은 재임 기간이 늘어날수록 자신이 가장 잘 안다는 착각에 빠진다. 보고받는 정보의 종류와 양이 많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독선과 불통은 커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취임 초기에 맞은 지지율 30%대 사태는 약이 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돌이켜보고 태도와 자세부터 바꾸기 바란다.

이충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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