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패션칼럼니스트 박소현 교수가 달콤한 아이스크림 같은 패션트렌드 한 스쿱에 쌉쌀한 에스프레소 향의 브랜드 비하인드 스토리를 샷 추가한, 아포가토 같은 패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21세기 기업들의 가장 큰 화두는 ESG가 아닐까 싶다. ESG는 친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 경영(Social), 지배구조 개선(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조합어이다. 기업의 매출이나 이익이 아닌 비재무적인 ESG도 기업의 성과를 평가하는 요소로 보는 것을 말한다. 블랙록 등의 유명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ESG 요소를 주요하게 평가하며, 한국은 국민연금이 ESG를 기준으로 투자 시 평가를 하고 있다.
SPA 브랜드로 인해 싸고 빠르게 만들어서 파는 것이 일상화한 패션 및 소재 산업은 ESG에 적응하는 데 이래저래 버퍼링이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인 것은 소비자들에게 그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산업이라 MZ세대의 환경과 인권 등에 대한 관심에 대응하기 위해 숨 가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약 2년간 패션 및 소재 기업의 ESG 시행 지표인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보자면 그랬다.
보고서 내용에 대해서는 '#할말하않=할 수 있는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로 대신하고 싶다. 왜냐하면 ESG를 현미경 렌즈 삼아 평가하자면 이만큼 흠잡기 좋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만의 ESG 평가 기준도 없으니 먼저 시행해온 해외 사례로 한국을 보면, 노련한 경주마와 망아지를 경주시키는 형국이 된다.
그런데도 앞서 언급한 MZ세대 소비자들은 '환경문제, 사회 및 인권, 기업의 CEO 리스크' 등에 대해서는 포청천의 개 머리 작두처럼 예외 없이 매섭다.
한 예로 요즘 유튜버들이 기업의 온라인 광고 모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처럼 특정 유튜버가 유명해지게 된 그 콘셉트를 오마주한 것을 광고에 알리고 다른 모델을 기용해서 광고를 만들면 손가락질을 당하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더라도 MZ세대는 타인이 공들여 만든 저작물을 높이 평가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오마주했다고 돈을 내진 않지만, 모델로 기용하면 돈을 지급한다. 오마주할 만큼 좋은 콘텐츠라면 돈을 내고 모델로 써야 옳은 것이 MZ세대들의 저작물에 대한 관점이다. 솔직히 맞는 말이자 대우이지 않나 싶다. 어쩌면 그간 아이디어를 재화로 평가하고 합당한 대우를 요구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자문자답해야 할 부분이다.
만약 이 기준으로 ESG를 본다면 이들은, 그 회사가 파는 것과 내부의 결이 같은지 살펴보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구매할 여성복을 파는 회사에 실제 여성 임원이나 여성 사외이사가 몇 명인지 궁금해하지 않을까? 아웃도어 기업에서 직원들이 캠핑을 즐길 시간을 따로 주는지? 아웃도어를 즐길 자연을 보호하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하는 기업들의 대체재를 기꺼이 소비할 사람들이 MZ세대이다. 엠마 왓슨이 임원인 구찌나 ESG의 예제인 파타고니아 같은 브랜드 말이다. 이들에게 소비는 의사 표현이니! 어쩌면 당연하지만 그동안 하지 못했던 문제 제기를 MZ세대 소비자들은 당연한 듯 할 시대가 도래했는지도 모른다.
파는 것과 내부의 결이 얼마나 일치하는지의 관점으로 ESG를 보면 패션 및 소재 기업이 각각에 맞게 나아가야 할 ESG의 방향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지금 한국의 ESG가 시작단계라 망아지 정도일지라도 경주마를 목표로 달려야 한다. 구찌나 파타고니아의 사례는 ESG의 좋은 디딤돌이다. 그러나 그 용도가 맞지 않는다. 본디 한옥에는 말을 탈 때 발을 딛는 매우 높은 계단식의 디디는 돌인 노둣돌이란 것이 있다.
한국의 ESG를 위해서는 우리만의 노둣돌이 필요하고 그 노둣돌의 틀은 그 기업의 소비자이다. 그리고 임직원도 소비자로 보면 더 확실한 노둣돌의 형체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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