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 등 대선에서 표 몰아 줬지만
인사, 정책 등 국정운영 실망감 상당해
그래도 "대안 없다. 아직은 지지하겠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아파트 앞에서 만난 최모(61)씨에게 윤석열 대통령 얘기를 꺼내자 대뜸 돌아온 답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뽑았다는 그는 ‘친미’ 일변도 외교, 여당 내홍, 김건희 여사 논란 등을 줄줄이 읊었다. 그러면서 “이쪽(도곡동) 사람들이 윤 대통령 지지를 완전히 접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는 ‘보수 텃밭’ 강남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압구정동(84.4%)과 대치1동(80.9%), 도곡2동(80.8%)은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가장 많은 표를 준 동네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삐걱대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실망감을 표했다. 압구정동 주민 안모(68)씨는 “미숙하지 않은 분야를 찾기가 어렵다”고 쏘아붙였다.
특히 ‘잘못된 인사’에 대한 반감이 상당했다. 대치1동 주민 최철원(74)씨는 “검찰 출신만 요직에 앉힌 건 누가 봐도 부자연스럽다”고 했다. 능력과 무관하게 검찰총장을 지낸 대통령의 ‘제 식구 챙기기’로 비친다는 것이다. 음주운전 전력과 취학연령 하향 등 설익은 정책을 빚다 최근 사퇴한 박순애 전 부총리도 도마에 올랐다. 대치1동 주부 박모(42)씨는 “면밀한 여론 수렴 없이 만 5세 입학 같은 중대한 정책을 덜컥 내놓은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결국 화살은 윤 대통령의 부족한 ‘리더십’으로 향했다. 한 주민은 “잘잘못을 떠나 대선 승리에 공헌한 여당 대표를 무턱대고 내치는 바람에 당이 자중지란에 빠진 것”이라며 “대통령이 큰 그림을 그리기는커녕 ‘내부총질’ 문자나 보내고 있으니 지지율이 바닥일 수밖에 없다”고 혹평했다. 압구정동 주민 김영호(60)씨는 “경제를 망쳐놓은 전임 정부와 거대 야당 탓에 국정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객관적으로 손에 꼽을 만한 잘한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래도 강남 민심은 4년 이상 남은 윤 대통령 임기를 감안한 듯, ‘미운정’까지 거두지는 않았다. 여전히 윤 대통령이 대안이라는 것이다. 김영호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행태를 비판하며 “윤 대통령이 미숙하고 준비가 덜 된 부분도 많지만, 아직은 일을 잘하게끔 밀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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