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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로렌으로 보는 New 그런지 룩!

입력
2022.09.04 14: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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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박소현패션 칼럼니스트

편집자주

패션 칼럼니스트 박소현 교수가 달콤한 아이스크림 같은 패션트렌드 한 스쿱에 쌉쌀한 에스프레소 향의 브랜드 비하인드 스토리를 샷 추가한, 아포가토 같은 패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Greg Lauren

ⓒGreg Lauren

요즘 거리를 보면 유행은 역시 시계 톱니바퀴처럼 돌고 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세기말 전후 강남 일대 오렌지족의 전매특허 같았던 미국 브랜드 폴로(Polo)의 말 무늬 로고의 니트 상의를 입은 젊은이들을 자주 마주치기 때문이다. 패션계에서도 다소 어려웠던 랄프로렌(Ralph Lauren)이 자신의 여러 하위 브랜드들을 통폐합해 다시 궤도에 올랐다고 보고 있다. 로렌가(家) 전성시대가 다시 찾아온 것 같다고 볼 수 있으나, 좀 더 자세히 보면 로렌은 로렌인데 랄프 로렌의 조카인 그렉 로렌(Greg Lauren)이 대세이다.

그렉 로렌의 유행을 보면, 마치 단순한 시계 톱니바퀴를 모아 용, 말 등의 공예작품을 만드는 수 비어트리스(Sue Beatrice)가 떠오른다. 그리고 전 세계 어머니들이 가장 싫어하는 자식들 패션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온 동네를 청소하고 다니는 힙합 바지에 이어서 넝마를 뒤집어쓴 각설이 같은 그런지 룩(Grunge Look)이 새로이 귀환했음을 직감할 수 있다.

그런지 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1990년대의 언더 록 신(Under Rock Scene)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 시절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 또는 그런지 록(Grunge Rock)과 이를 상징하는 X세대의 아이콘인 그룹 너바나(Nirvana)의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연인이자 로커인 코트니 러브도! 이 둘의 상징성은 커트 코베인의 죽음을 떠올리게 만드는 데이비드 라샤펠(David LaChapelle) 사진 작품인 '피에타-Courtney Love: Pieta(Heaven to hell)'처럼 X세대들의 향수를 박제한 것 같다.

커트 코베인은 언제 잘랐는지 혹은 언제 감았을지 모를 살짝 떡지고 헝클어진 긴 단발머리에 해질 듯 물이 빠진 청바지, 목이 늘어난 티셔츠, 형제들에게 두 번을 물려받은 듯한 낡은 체크 셔츠를 입은 로커였다. 엘리트주의와는 거리가 먼, 다소 염세적인 그의 눈빛에 대중은 열광했고, 그가 입었던 그런지 룩은 전 세계 어머니들에게는 미움을 받았을지언정 X세대 일탈의 상징이 되었다.

다만, 그렉 로렌의 유행은 쳇바퀴 돌듯 트렌드로 찾아온 그때의 그런지 룩과 조금 다르다. 수 비어트리스의 시계 톱니바퀴 공예작품처럼, 그렉 로렌의 그런지 룩은 지속가능성과 업사이클링에 폴로, 랄프로렌이 두어 방울 추가된 클래식한 듯 럭셔리한 그런지 룩이다.

여러 개의 청바지, 니트, 체크 셔츠, 티셔츠 등을 자르고 이어 붙여서 만든 기모노 스타일의 그렉 로렌을 보자면 "이런 옷을 이 가격에 팔다니, 도대체 어떤 사람이야?"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게 만드는 이일 것이다(그가 외국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인물이었는지 'Who the F*** Is Greg Lauren?'이란 제목의 기사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그의 옷은 꽤 멋스럽고, 그는 잘생긴 배우 출신이다. 2016년 뉴욕 패션위크에서 디자이너로 데뷔하기 전에는 화가였다고 하니 다재다능한 인물이며, 시류를 읽어내는 안목 또한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X세대들의 기억할 만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면 그의 아내는 논란의 1990년대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였던 쇼걸(Show girls)의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버클리(Elizabeth Berkley)이다.

1970년생인 그렉 로렌은 한국 나이로 치면 53세이다. 50대에 전성기를 맞이한 그를 보면 한국의 X세대들에게도 그 시절 감성으로 다시 해볼 만한 그것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물론 시계 톱니바퀴로 용을 만들 정도의 변형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추억은 이제 비즈니스가 된다!

박소현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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