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가족을 소개합니다]
<9> 유기 시츄 삼 남매 입양자 백미현씨
편집자주
매년 10만 마리 이상의 유실∙유기동물이 발생합니다. 이 가운데 가족에게 돌아가거나 새 가족을 만나는 경우는 10마리 중 4마리에 불과합니다. 특히 품종이 없거나 나이 든 경우, 중대형견과 동네 고양이는 입양처를 찾기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사랑받을 자격은 충분합니다. ‘유가소’는 유기동물을 입양해 행복하게 살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백미현씨가 지자체 보호소와 동물보호단체에서 각각 입양한 시츄 '김치'(왼쪽), '찐빵이'와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고은경 기자
"첫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이제 '개 키우지 말아야지' 했는데 안쓰러운 사연을 가진 개가 많더라고요. 가족 찾기 쉽지 않아 보이는 개 세 마리를 각각 입양하게 됐어요. 두 마리는 문제행동을 고치는 게 쉽진 않았지만 노력하며 함께 살고 있습니다."
백미현(43)씨는 입질이 있는 시츄 '찐빵이'와 식분증이 있던 시츄 '김치', 구조 당시 열 살 추정으로 각종 질병을 안고 있던 노견 시츄 '도라지' 등 유기된 시츄 세 마리를 차례로 입양했다. 입양하기 쉽지 않은 조건임에도 그가 개 입양을 결심한 이유, 적응 과정을 들어봤다.
사람만 보면 무는 시츄 '찐빵이'
백미현씨가 입양한 시츄 김치(왼쪽부터), 찐빵이, 도라지. 백미현씨 제공
백씨는 2016년 11월 첫 반려견 시츄 '뿡뿡이'를 떠나보낸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 반려견들의 사진과 영상을 보며 위로받던 중 우연히 등에 '만지지 마세요'라는 스티커를 붙인 시츄 사진을 발견했다. 시츄는 '찐빵이'(8세 추정)라는 이름으로 동물보호단체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유행사)에서 입양 가족을 찾고 있었다.
백씨는 온라인에서 1주일가량 찐빵이 관련 정보를 찾았다. 원 보호자가 모란시장 철창 속에서 찐빵이를 데려왔지만 입질이 심해 길가에 버렸고, 버려진 찐빵이는 지방자치단체 보호소로 가게 된 것. 이를 본 유행사가 찐빵이를 구조해 입양 보냈지만 심한 입질로 파양을 겪었다는 내용(☞관련기사보기: 모란시장에서 구조한 겁쟁이 시츄)이었다.
백씨는 매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개최하는 유행사 입양행사에 참석해 반나절 동안 찐빵이를 지켜보고 입양을 결심했다. 그가 조심스레 찐빵이 입양 의사를 밝히자 활동가로부터 우려 섞인 답을 들었다. 찐빵이는 특히 자신을 들어 올리려는 사람에게 공격적이었고, 물리지 않은 활동가가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원래 키웠던 뿡뿡이와 고집이 세고, 입질이 있다는 비슷한 점이 있어 찐빵이에게 더 마음이 갔다"고 했다.
백미현씨는 사람을 무는 습관이 있어 입양 순위에서 밀린 시츄 '찐빵이'를 입양했다. 가족 찾기 행사에 나온 찐빵이(왼쪽)와 입양 후 모습. 백미현씨 제공
집에 데려온 찐빵이는 낯설어서인지 처음 3일 동안은 전혀 사람을 공격하거나 무는 기색이 없었다. 하지만 4일째부터 찐빵이의 본색이 드러났다. 백씨는 손발은 물론 등까지 물렸다. 백씨의 선택은 교육과 기다림이었다. 그는 "1년 정도 방문 행동교정 교육도 받고, 약물치료도 했지만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며 "대신 목욕이나 미용(털 깎이)을 할 때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시작하는 등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같이 산 기간이 길어지면서 찐빵이의 공격 강도나 방향을 예상할 수 있게 돼 피하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 찐빵이의 공격 정확도도 떨어진다"며 "다만 나이 들면서 찐빵이가 약도 먹고 병원에서 진료도 받아야 하는데 그 부분이 걱정이 된다"고 했다.
보호소 공고에도 누락되어 있던 시츄 '김치'
식분증이 있던 김치. 입양자 백미현씨는 "식분증을 완전히 고치는 데 약 2년 정도 걸렸다"며 "지금도 기분 나쁘면 똥을 옮겨 놓거나 씹어 놓기도 한다"고 웃었다. 백미현씨 제공
찐빵이를 입양하고 난 뒤 2019년 친구로부터 누더기 꼴을 하고 있는 열두 살 추정 시츄 이야기를 전달받았다. 백씨는 아무래도 마음이 쓰여 시츄를 보호 중인 강원 원주시가 운영하는 보호소를 찾아갔다. 입양신청서를 작성하고, 입양하려 보니 온라인에서 본 개와는 완전히 다른 개였다. 그는 "공고가 올라왔던 시츄는 이미 사망했고, 데리고 나온 시츄는 공고가 누락되어 있다고 했다"며 "원래 데리고 오려 했던 개가 아니라고 해서 그냥 돌아올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백씨가 입양하게 된 게 '김치'(6세 추정)다. 동물단체로부터 개나 고양이를 입양하면 해당 동물 정보를 알 수 있지만 지자체 보호소의 경우는 달랐다. 어떤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김치를 입양했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똥을 먹는 식분증과 식탐이 있었다.
백미현씨가 입양한 시츄 찐빵이(왼쪽)와 김치. 백미현씨 제공
그는 "김치는 매일 1일 1똥을 했다"며 "김치가 배변을 하면 바로 치우기 시작했고 3개월가량 지나니 똥을 먹는 습관이 점점 사라졌다"고 했다. 완전히 습관이 사라지는 데는 2년 정도 걸렸다. 더욱이 식탐이 많아 산책을 하면 돌을 씹어 먹고, 집에서는 약까지 먹을 정도였다. 때문에 백씨는 집 안에서 음식과 약 등을 철저히 관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입질 있는 찐빵이와의 관계는 어땠을까. 백씨는 "김치가 찐빵이 자리도, 장난감도 뺏고 했지만 찐빵이는 짖기만 할 뿐 김치를 향해 공격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김치가 엉덩이로 찐빵이를 공격하지만 큰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는다"며 웃었다.
열 살 추정에 각종 질병 있던 시츄 '도라지'
구조 당시 시츄 도라지(왼쪽)와 입양 후 모습. 백미현씨 제공
찐빵이와 김치 남매가 안정화된 이후 백씨는 지난해 여름 유행사에서 또 다른 시츄 사연(☞관련기사보기: 아프다고, 나이 들었다고 버려졌지만 사람이 좋은 시츄)을 보게 됐다. 지자체 보호소에서 발견된 시츄 '도라지'는 열 살 추정으로 안과 및 피부질환, 유선종양과 방광염 등 각종 질병을 안고 있었다. 돌봄이 필요했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임시보호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백씨는 이미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라 입양을 결정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노견은 이별할 날이 그만큼 빨리 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더 망설여졌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도라지를 외면할 수 없었고 마지막이라도 편하게 보내주자는 마음에 데려오게 됐다. 그는 "도라지는 몸무게가 3㎏도 되지 않아 셋 중에서도 제일 작고 귀여웠다"며 "찐빵이는 도라지에게 먹던 것도 내어줬고, 김치는 잘 따랐다"고 했다. 백씨는 도라지를 살뜰히 돌봤지만 입양한 지 9개월이 되던 올해 3월 도라지는 세상을 떠났다.
백미현씨가 입양한 시츄 김치(왼쪽부터)와 찐빵이, 도라지. 백미현씨 제공
백씨에게 유기동물 입양을 고려하고 있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는 "주변에서 보면 본인이 외롭거나 무료해서 반려동물을 데리고 오는 경우 사람도, 동물도 불행한 사례가 많다"며 "동물이 처한 상황을 가장 먼저 고려하고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입양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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