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파리모터쇼에서 만난 세계의 친환경차들
EU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 종료" 권고
세상 흐름 바뀌며 '거친 이미지' 지프도 변화
"지프 '어벤저'는 새로운 배터리 전기자동차(BEV) 포트폴리오의 첫 작품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겁니다."
크리스티안 뫼니에 지프 최고경영자(CEO)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막 내린 2022 파리모터쇼 현장에서 지프의 첫 전기차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올 뉴 지프 어벤저'를 공개하며 '전동화 시대' 본격화를 선언했다. 거친 승차감이 매력 포인트인 '오프로드 차량의 대명사' 지프가 조용하고 매끄러운 승차감을 주는 전기차를 내놓는 것 자체가 화제였는데, 지프가 속한 스텔란티스그룹 차원의 2030년 전면 전동화 전략과 맞물려 '전기 지프' 시대 개막을 알린 것이다.
실제 어벤저는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언론은 물론 관람객들에게도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차량으로 꼽힌다. 유럽 내 수요가 높은 소형 SUV를 전기차로 구현한 데다, 기존 내연기관차의 기능과 스타일을 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프 전시 공간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번 행사에 공개된 노란색 어벤저의 경우 길이 4m의 콤팩트한 크기로, 차량 내부 대시보드 아랫단도 노랗게 포인트를 줘 디자인 면에선 큰 호응을 얻었다. 디지털화한 계기판과 디스플레이 또한 작게 디자인 돼 '기능을 위한 디자인' 철학을 담아냈다.
운전석에 앉자 '선택과 집중'의 흔적이 보였다. 1열 운전석과 조수석 공간은 유럽인 체형을 고려한 듯 소형 SUV 치고는 넉넉했지만, 그만큼 2열과 트렁크 공간은 좁아 보였다. 최고 출력 115킬로와트(㎾)에 최대 토크 26.5kg·m(260Nm)로 알려진 지프 어벤저엔 54㎾h 배터리가 들어있다.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법(WTLP) 기준 400km를 주행할 수 있고, 시내에서만 다녔을 때는 550㎞까지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지프 측에서 설명한 '첫 전기차'의 스펙이다.
2024 파리올림픽 앞서 열린 친환경차 대전
지프마저 전기차를 내놓은 이번 행사에서는 푸조와 DS, 르노 등 거의 모든 유럽 브랜드가 새로운 친환경차와 함께 전동화 기술을 앞세웠다. 자동차 제조 회사들이 203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 판매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도록 한 유럽연합(EU) 권고를 따르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들을 선보인 것이다. 특히 2년 뒤인 2024년 파리올림픽 때는 파리 시내 관광 명소를 경기장으로 삼으면서 도심 내 차량 이동을 통제해 '첫 친환경 대회'로 치르겠다고 했는데 적어도 이번 행사장에서만큼은 먼저 실현된 셈이다.
프랑스 국민차 브랜드로 꼽히는 푸조와 르노에게도 이번 행사는 전동화 계획을 재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푸조는 내년 하반기부터 출시되는 모든 차량에 전기 파워트레인을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2023년은 전동화의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23년부터 전 제품에 하나 이상의 전동화 모델을 제공하고, 2030년까지 유럽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100%를 전동화 모델로 판매하겠다는 게 푸조 전략이다. 푸조가 이번 행사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인 '뉴 푸조 408'을 비롯해 순수전기차 'e-208', 중형 수소전기상용차 'e-엑스퍼트 하이드로젠' 등 전동화 모델들을 한꺼번에 공개한 점도 전동화 가속화의 의지를 확실히 드러냈다.
르노, 모빌라이즈 통해 전기차 공유모델 청사진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도 이번 행사에서 전기차부터 수소차까지 다양한 친환경차 생태계를 갖추고, 이 생태계가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준중형 레저차량(RV) '캉구'의 전기 버전 차량과 함께 SUV 콘셉트카 '4에버 트로피(4Ever Trophy)'를 선보였고, 알핀은 수소차 버전의 '알펜글로우' 콘셉트카를 공개하며 수소 스포츠카 시장 개척을 공언했다.
모빌라이즈는 공유 전용 전기차 '리모'를 선보이면서 상업용 전기차 공유 모델을 제시했다. 모빌라이즈 관계자는 리모에 대해 "절대, 누구에게도 팔지 않는 차"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구매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택시나 우버 운전자, 혹은 법인에 월 단위 이용료를 받는 사업 방식이다. 전기차에 들어 있는 배터리가 수명을 다해도 모빌라이즈에서 이를 교체해 차량은 계속 대여하고 다 쓴 배터리는 자체적으로 재생 또는 재활용을 해서 또 하나의 사업 모델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전기차 '만만찮네'…배터리 기술까지 오픈
비야디(BYD)와 만리장성 자동차(GWM) 하위브랜드인 웨이(WEY), 오라(ORA)가 내놓은 전기차들은 이번 '전동화 올림픽'에서 떠오른 스타다. 유럽 관계자와 소비자들은 BYD의 아토3(Atto3)와 한(HAN), 탕(TANG) 안팎을 구석구석 살펴보며 시장성을 평가했고, 무엇보다 최신작 '씰(SEAL)'의 외관에 큰 관심을 쏟았다. BYD는 물론 GWM 역시 안전성을 강조하며 내수 판매에 치중하던 중국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을 지우기 위해 애썼다.
BYD는 특히 행사 공간 한편에 '셀투보디(Cell to body)' 모형 및 자사 전기차 플랫폼을 공개하며 배터리 기술력까지 뽐냈다. 배터리셀 자체를 차량 자체에 통합시키는 기술인 셀투보디는 기존 전기차에 주로 쓰인 셀투팩(Cell to pack)에 비해 ①수백 개의 내장 부품을 줄임으로써 ②배터리팩 자체의 크기와 무게도 줄어들고 ③이에 따라 같은 전기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내후년 파리모터쇼, 어떤 모습일까
업계에서는 2년 뒤 파리올림픽과 같은 해에 열릴 2024년 파리모터쇼 행사의 성격이 크게 바뀔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현대차그룹은 물론 BMW, GM, 폭스바겐 등 이번 행사에 불참한 기업들이 발길을 돌릴지는 알기 어렵지만 굴지의 기업들이 전동화를 앞당기거나, 현재와 같은 기술 발전 속도라면 새로운 형태의 친환경차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완성차 기업 관계자는 "앞으로 전동화 기술을 중심으로 한 경쟁은 당분간 치열해질 것"이라며 "당장 국제모터쇼로서의 위상은 떨어졌지만, 배터리와 소재, 자율주행 기술 위주의 박람회로 전시 성격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