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고환율 비상
또 '빅스텝' 밟자니 채권시장·가계 비명
통화스와프 체결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수출기업 지원해 투자자 불안 차단해야"
1,440원대 원ㆍ달러 환율 고공행진에도 정부와 한국은행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가계부채 경고음에 최근 채권시장의 ‘돈맥경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당장 다음 달 금리 인상 계획부터 복잡해졌다.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으로는 한ㆍ미 간 금리 역전이 꼽힌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제품 가격이 높아져 물가 방어가 어려워진다. 금리 차가 크게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빠져나갈 우려도 크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유다. 이달 초 한국(2.50%)과 미국(3.00~3.25%)의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0.75%포인트였지만, 12일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0~0.25%포인트로 좁혀졌다.
다음 달 24일 예정된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도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고 있어서다. 그러나 ①최근 국내 자본시장 경색이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환율과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 시중의 돈을 말리던 한국은행에 “돈 좀 풀어달라”는 상반된 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의 ‘50조 원+α’ 자금 투입에도 상황이 더 나빠진다면 금리 인상폭을 줄여야 한다는 ‘속도 조절론’에 보다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②금리 인상 부담이 서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점도 긴축 통화정책의 딜레마다. 현재 국내 가계대출 규모는 약 1,900조 원으로 한계치에 다다랐고, 변동금리 비중도 8월 기준 75.6%로 다른 나라보다 높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때마다 가계 대출자의 연간 이자 부담은 1인당 16만1,000원, 총 3조 원 넘게 늘어난다는 한은의 분석도 있었다. 이렇게 서민 주머니가 가벼워지면 내수가 위축되고, 경기 침체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게 고민의 핵심이다.
원화 가치를 안정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인 ③한ㆍ미 통화스와프 체결은 미국이 키를 쥐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만을 위해 단독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유인이 적다는 점이 문제다. 강달러에 따른 통화 약세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경제 수장들은 “통화스와프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이창용 한은 총재), “당분간 통화스와프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겠다"(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며 말을 아끼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등 대외적 여건을 고려할 때 기본적으로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결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에도 한국 기업이 수익을 내고 외화를 확보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이 믿도록 해야 한다”면서 “수출 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신용을 보강해 주는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고 1저' 지뢰밭 위 한국경제] 글 싣는 순서
<1> 고금리 비명
<2> 고환율 비상
<3> 고물가 신음
<4> 저성장 수렁
<5> 복합위기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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