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구독 서비스, 출시 하루 만에 중단
'사칭 속출' 경고 있었지만 머스크가 무시해
트위터 떠나 경쟁 SNS사와 계약하는 광고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인수된 트위터가 '오너 리스크'로 휘청이고 있다. 머스크가 밀어붙인 유료 서비스는 혼란만 남긴 채 중단됐고, 직원 절반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해고됐다. 트위터가 흔들리자 주요 수입원인 광고주들은 줄줄이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칭 계정 장난에 기업 주가 폭락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처음 내놓은 유료 서비스 '트위터 블루'가 출시 하루 만에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트위터 블루는 월 7.99달러(약 1만500원)를 내면 누구나 계정 이름 옆에 '파란색 체크'를 달아주는 서비스다. 기존의 체크는 유명인 등이 본인 검증을 받았다는 신원 보증의 의미가 있었지만, 유료화 후엔 체크로 계정의 진짜 여부를 가릴 수 없어졌다. "사칭 계정이 등장할 것"이란 경고가 있었지만, 머스크는 "수입을 늘려야 한다"며 무시했다.
우려대로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각종 사칭 계정이 쏟아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 등을 사칭하는 계정이 파란색 체크를 달고 나타나 혼란이 빚어졌다.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사칭하는 계정은 "우리는 별 생각이 없다"는 트윗을 쓰며 머스크를 조롱했다.
일부 사칭 계정의 장난은 실제 피해로 이어졌다.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사칭 계정은 10일 "(당뇨 필수 약품인) 인슐린이 무료라는 발표를 하게 돼 기쁘다"는 트윗을 올렸다. 미국의 인슐린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가장 비싸다. 기대에 찬 트위터 이용자 수천 명이 빠르게 '좋아요'를 남겼다. 이후 진짜 일라이릴리사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자 다음 날 일라이릴리사 주가는 4.45% 폭락했다.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도 사칭 계정이 "인권 침해에 관한 추가 조사가 있기 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미국에 무기를 팔지 않겠다"고 올려 주가가 5.48% 떨어지는 피해를 봤다.
트위터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혼란은 길어졌다. 앞서 4일 머스크가 전체 직원의 절반에 달하는 7,500여 명을 대거 해고해 사칭 계정을 차단하는 속도보다 새 사칭 계정이 등장하는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다. 결국 11일 밤, 블루 서비스를 중단하고 나서야 상황이 일단락됐다.
트위터 떠난 광고주들, 타사와 계약
머스크의 '제멋대로' 경영으로 트위터의 앞날이 불확실해지면서 광고주들의 이탈은 빨라지고 있다. 또 머스크가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는 탓이다. 맥도날드와 애플 등의 광고를 대행하는 기업 옴니콤은 지난주 고객사에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진 트위터 광고를 중단할 것을 추천했다. 앞서 제약사 화이자,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그룹과 제너럴모터스(GM), 식품업체 제너럴밀스 등도 광고 중단을 발표했다.
경영이 정상화돼도 이탈한 광고주들이 돌아오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이미 많은 광고주들이 틱톡과 바이트댄스 등 다른 SNS로 계약을 돌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광고가 전체 수입의 89%를 차지하는 트위터에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머스크 본인도 지난 10일 임직원들과의 회의에서 트위터의 현금 흐름이 좋지 않아 파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머스크가 변할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그는 블루 서비스로 혼란이 생긴 11일에도 트위터에 "나는 사람들이 트위터에 대한 불평을 트위터에 올려서 좋다", "확실한 건 트위터가 지루하진 않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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