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무기는 기술의 산물이다. 기술혁신은 무기혁신을 낳는다. 기술이 곧 전쟁양상을 결정한다는 미래주의 관점에서 전쟁과 무기, 그리고 한국국방의 생태계를 그려본다.
구 소련과 중국 기술로 만든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
핵·미사일 생산에서 배치와 운용으로 넘어가는 조짐
한미는 북한의 미사일 생존력 강화 시도에 대비해야
북한이 지난 11월 18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전문가들은 이 시험이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북한은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기 위해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이번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화성포-17형 발사대차 제321호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웅' 칭호와 함께 국가훈장 제1급을 수여했다"고 보도했다. 사람이 아닌 무기나 장비에 이러한 칭호와 훈장을 부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주목을 받을 만하다.
북한이 명명한 발사대차는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TEL· Transformer Erector Launcher)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장비를 강조한 것은 핵과 미사일의 개발과 시험 및 생산단계에서 배치와 운용의 단계로 이동하고 있는 조짐으로 볼 수 있다. 고정 발사대는 적의 탐지와 타격에 취약해 기동성을 확보하려면 이동식 발사차량이 필요하다. 북한이 미사일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미사일 발사 위치와 미사일 발사대를 다양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은 미사일 전력의 주요한 부분이다.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반, 기립, 발사할 수 있는 발사 차량은 고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이번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사용된 11축 22륜 초대형 이동식 발사차량인 제321호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북한은 1970년대부터 소련이 개발한 대형 특수차량인 MAZ-543, 547을 수입해 이미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의 주요 기술을 획득했다. 최초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3형 용도의 8축(axle) 이동식 발사차량이 2012년 열병식에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011년 중국으로부터 여섯 대의 벌목용 대형트럭(WS51200)을 수입해 개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북한은 11축 22륜의 이동식 발사차량으로 화성-17형을 발사했다. 이 발사차량에 대한 세 가지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다. 중국산 차량을 수입해 개조했거나 차체, 엔진, 자동변속기, 완충장치 등 핵심부품을 수입해 조립했거나 혹은 자체 기술로 생산했을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용 이동식 발사차량은 미사일의 무거운 중량과 발사 시 충격을 감당하는 초대형 강력차량이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따라서 북한이 완전 자체 생산단계에 돌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의 수량과 발사차량의 이동범위에 관해서는 국제사회에서도 관심이 높다. 영국 전략문제연구소의 조셉 댐시(Joseph Dempsey)는 북한 관영매체 사진으로부터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발사차량 321, 322, 323, 324호와 2022년 4월 열병식에서 321, 327, 328, 329호를 식별했다. 325호와 326호는 등장하지 않았다. 이 관찰에 의하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용 이동식 발사차량을 7~9대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2022년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는 모두 미사일 지원시설에 근접한 순안공항에서 실시됐다. 3월과 11월의 발사지점이 직선거리로 4㎞ 정도의 편차를 보인다. 이처럼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의 이동 거리를 연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북한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이동 거리를 늘린 것을 축하하기 위해 칭호와 훈장을 부여했을 것이다. 한편에서는 세계 최대 대륙간탄도미사일용 이동식 발사차량의 실용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미사일의 기동성이 증가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의 생존력을 강화하는 데 대비해 첨단기술을 활용한 미사일 자동탐지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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