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사우디 포함, 걸프국 지도자 환영받은 시진핑
미국 견제 속 중동에서 중국의 위상 강화 노력 가능성
사우디 접근 과정, 중국의 대이란 관계 재조정도 주목
지난 12월 7일 시진핑을 태운 전용기는 사우디 왕립 공군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 도착했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위해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을 포함 21개의 아랍 국가 지도자들이 사우디로 총출동했다. 사우디의 투자부 장관은 이번 방문 기간 중국과 약 50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구속력이 약한 양해각서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양국관계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중국-사우디 양자 무역 규모는 2000년 30억 달러에서 2021년 873억 달러로 지난 20년 동안 무려 29배나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의 사우디 수출액은 303억 달러, 수입액은 570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은 사우디 원유 최다 수입국이 되고 있다.
이렇게 중국과 사우디 간의 경제협력이 정점을 찍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번 시진핑 방문을 보며 두 가지 질문이 생겨났다. 첫째,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사우디, 나아가 중국-아랍 국가 관계는 경제 협력을 뛰어넘어 정치, 안보 분야를 포함하는 전략적 관계로 발전될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2019년 6월 미국 정보보고서는 사우디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발전을 중국이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비밀리에 사우디의 알 와타흐 미사일 기지와 무인 드론 개발을 도왔다는 분석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서방의 의혹 속에서 시진핑은 이번 방문을 통해 아랍 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중국 정부는 역내 포괄적, 협력적 안보 아키텍처(architecture)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중국 주도의 글로벌 안보구상(GSI)에 아랍 국가들이 동참해 줄 것을 희망했다. 일방주의와 패권으로 점철된 세계에서 중국과 아랍 국가 간 전략적 파트너십이 역내 형평성, 평화와 번영 등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비록 오늘날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미국은 중동의 패권국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질서에 무임승차를 선호하며 경제협력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정치안보 분야로 협력의 범위를 확대해 나갈 개연성이 제기된다.
둘째, '중국의 중동 지역 균형 정책이 변화될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중국은 중동 지역 갈등 국면에서 공정한 중재자임을 자처해 왔다. 특히 지역의 두 강국인 사우디-이란 갈등 가운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 태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 방문 기간 시진핑은 영유권 분쟁 도서와 관련, 이란의 심기를 건드렸다. 중국-GCC정상회담 공동성명서에서 분쟁 도서인 대(大)툰브섬, 소(小)툰브섬, 아부무사섬을 두고 아랍에미리트의 평화 구상을 포함해 모든 평화적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외교 문서의 특성상 일방의 손을 직접적으로 들어주지 않는 모호한 문구로 작성되었지만, 이란의 입장에서는 불만스러운 내용이었다.
역사적으로 아랍에미리트와 이란 모두 이 도서들에 대한 영토 주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창해 왔다. 이란은 2,500년 전 고대 시대부터 이 섬들을 관할해 왔지만 훗날 영국이 걸프 지역 맹주로 떠오르면서 빼앗긴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아랍에미리트는 오랜 기간 이 섬들에 실질적으로 거주해 온 사람들은 아랍에미리트의 토후국에서 이주한 자들이라고 강조해 왔다.
민감한 도서 영유권 분쟁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 실망한 이란 외교부는 이례적으로 테헤란 주재 중국 대사를 불러들여 항의했다. 중국과 이란은 전략적 동반자로서 우호 관계를 유지해 왔기에 중국의 균형적 태도가 쉽게 변화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다만 오랜 제재하에서 정치적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이란 국내 상황에 따라 장기적으로 중국이 어떠한 정책을 추진할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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