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 바스락' 등 혐의 단정하는 발언에
"입 좀 다물라" "차라리 출마해라" 거듭 항의
민주당의 집중 타깃이 된 거침없는 언사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의 '입씨름'이 치열하다. 국무위원인 한 장관의 발언 태도가 거침없는 데다 담긴 내용도 매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수사 등 당의 리스크를 민감하게 겨냥하면서 당 의원들의 집단 반발까지 불러오고 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한 장관을 향해 "표현이 화려해지고 있다"며 "이건 정치지, 단순한 행정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한 장관이 지난 16일 국회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등의 반발에 대해 "공허한 음모론과 다수당의 힘자랑 뒤에 숨는 단계는 오래전에 지났다"며 "이제는 팩트와 증거로 말씀하시라"고 응수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한 장관은 이날 "성남FC든 대장동이든 성남시에서 있어선 지역 토착 비리 범죄 혐의"라며 "통상적인 토착 비리 범죄 수사 절차에 따라서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정치를 하시려면 아예 당대표 출마를 하시든가, 내년 총선 준비를 위해 빨리 지역구를 정하시라"며 "대한민국의 공적 예산과 조직을 활용하는 장관 자리에 있으면서 그렇게 정치적으로 멋있는 발언하고 이러면 안된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원내대변인인 오영환 의원도 한 장관을 겨냥했다. 오 의원은 18일 YTN 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에 나와 한 장관을 향해 "법무장관은 독심술 하라고 있는 자리가 아니라 법률을 다루라고 있는 자리"라며 "본인의 정치적 발언들과 과욕이 국가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 장관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동원하는 게 특검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항변이다.
"부스럭"부터 "토착비리"까지
야권과 한 장관의 충돌은 이미 수일째 연장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사건건 신경전이 거듭되자 의원들의 발언 역시 "그 입 좀 다물라", "출마를 하라", "지역구를 정하라", "국가를 병들게 한다" 등 이례적 수위로 거세지고 있다. 특히 한 장관이 이 대표의 수사 상황을 두고 "지역 토착 비리 범죄"를 언급한 것이 최근 언쟁의 도화선이 됐다. 무엇보다 의원들의 반발 속엔 이들 발언으로 각종 혐의가 기정사실로 알려질 경우 당 전체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부담감도 한몫하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고민정 의원은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무부 장관이라면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게 상식적"이라며 "장관을 그만둬야 할 발언을 너무 많이 한다"고 비판했다. 우상호 의원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그 사람(한 장관)은 입 좀 다물라"며 "특정 사건에 대해 물어봐도 원래 대답하지 않는 게 법무부 장관의 무거운 태도인데 왜 이렇게 말이 많으냐"고 물었다. 이 대표의 혐의를 직접 겨냥하자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출마를"
한 장관과 야권의 노골적인 정면대치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최근 노웅래 의원 혐의를 두고 한 장관이 '돈 봉투 부스럭 소리'를 언급한 일이 대표적이다. 앞서 한 장관은 지난달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청탁을 주고받은 뒤 돈을 받으면서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고 말하는 노 의원의 목소리, 돈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돼 있다”고 말해 "피의사실 공표 아니냐"는 민주당의 반발을 샀다.
이재명 대표는 이틀 뒤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자꾸 들린다. 김성환 의원이 김남국 의원에게 돈 봉투 전달하는 소리 같은데”라며 이를 농담 소재로 삼았고, 이에 다시 한 장관이 "국민들이 이걸 보고 정말 웃으셨겠냐"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이 워낙 친분이 두터운 특수관계인 데다, 한 장관의 발언에 대한 일각의 반응이 심상치 않고, 실제 출마설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도 야권의 신경을 연신 긁고 있다. 앞서 한 출판사는 한 장관의 인사청문회 이후 어록을 모은 책 '한동훈 스피치'를 출판하겠다며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 장관의 동의하에 이뤄진 일은 아니지만, 당시 출판사 측은 "한 장관이 등장할 때마다 동영상의 조회수가 급격히 올라가는 현상"을 '한동훈 신드롬'으로 규정해 눈길을 끌었다.
한 장관의 발언 태도나 수위가 통상의 국무위원들에 비해 이례적인 데다, 이 때문에 국회 출석 등의 각종 계기에서 한 장관과 의원들이 주고받는 설전이 부각되며 한 장관의 '정치적 존재감'이 부각되는 점이 저격 소재가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한 장관은 매번 현안에 대해서 발언하는데 그걸 볼 때마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든다. 훈련된 어떤 배우 같은 모습을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필요한 법리 설명일 뿐"
한 장관과 민주당의 치열한 신경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장기전에 들어설 것으로 점쳐진 가운데 법무부에선 현안과 관련된 한 장관의 발언은 법리 설명에 필요한 수순이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서다.
'돈 봉투 부스럭' 논란에서도 법무부는 두 차례나 설명 자료를 내며 민주당의 항의에 반박했다. 당시 법무부는 설명자료에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근거자료로서 범죄 혐의와 증거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의 당연한 임무"라며 "구체 사건을 지휘하고 있지 않지만 검찰 보고 사무규칙상 사건 보고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고, 특히 국회에 직접 설명해야 하는 건은 자세히 보고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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