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편집자주
2023년 대한민국 국력은 교차점에 있다. 과거의 성취를 모은 오늘의 국력은 단군 이래 정점에 섰다. 그러나 잠재성장률, 인구통계, 사회갈등 등 현재의 변화를 추적하면 미래는 암담하다. 성취를 지키고 밝은 미래를 유지하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원로 5인의 냉정하지만 따뜻한 조언을 5회에 나눠 소개한다.
김대환(74) 전 노동부 장관은 전투적이고 대립적인 한국의 노사관계에 문제의식을 품고, 대화와 합의가 가능한 선진적 노사관계를 만들기 위해 고민해 온 노동 전문가다. 진보성향인 참여연대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으로 일했지만 재임 당시 노사 양쪽에 엄정한 원칙을 적용하는 등 합리주의자로 평가받는다. 박근혜 정부 시절 그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을 맡으면서 도출해낸 ‘9ㆍ15 노사정대타협’(2015)이 연착륙됐다면 원ㆍ하청 격차, 경직된 노동시장 등 여러 문제들을 조기에 치유할 수 있는 발판이 됐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26일 한국일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전 장관은 노사관계의 합리성 부족을 문제로 지적하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야 할 노동개혁의 전략을 제언했다. 다음은 김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_대한민국 발전의 장애 요소로 평소 ‘사회적 합리성’ 부족을 지적하셨다. 어떤 이유인가.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산업화를, 정치적으론 민주화를 이룩했다. 2021년에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우리나라를 선진국 그룹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선진화의 핵심인 사회적 합리화가 빠졌다. 근대국가가 형성되고 발전하면서 선진화되려면 사회적 합리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 서구의 산업혁명은 과학기술 발전에 힘입은 것인데, 과학기술의 요체는 합리성이다. 또한 서구 민주화는 시민혁명, 종교개혁 과정을 통해 이뤄졌다. 종교개혁과 시민혁명의 근저에도 합리성이 자리했다. 신으로부터 인간의 독립, 구체제의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을 통한 인간의 자아실현 정신이다. 그러나 우리는 식민지로 전락되면서 스스로의 시민혁명을 통해서가 아니라 해방과 더불어 민주공화정 체제가 이식됐다. 자본주의, 민주적 헌정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회적 합리성이 결여되어 정신적으로는 일종의 카오스다. ‘선성장 후분배’ 기치하의 급속한 경제개발 과정에서도 비합리적인 전근대적 요소들이 존재했다. 노사관계도 전근대적 온정주의를 탈각하지 못한 채 전개됐다. 근대적인 노사 자율체제가 정착되기에는 여전히 합리화 과정이 남아 있다. 선진사회의 밑바탕을 이루는 합리성의 요체는 상호작용과 이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극단을 배제하는 것, 크게 이 두 가지다. 이는 곧 협의와 타협 정신인데, 우리는 이게 매우 부족하다. 사회적 합리성의 기반이 탄탄하지 못하면 산업화와 민주화도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우리가 이룩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_선성장 후분배 과정에서 합리성이 부족했다고 했다. 압축적 경제개발 과정에서 노동의 배제, 권위주의적 노사관계 등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그렇다. 산업화 과정에서 농촌에서 도시로 노동자들이 이동하면서 임금 노동자들이 폭증했다. 1970년 중반까지 노동자의 공급이 무한대인 상황에서 노동3권은 사실상 존중되지 못했고, 노사관계도 상당히 왜곡됐다. 일반 근로자들의 권리는 상당한 제약을 받은 반면 노조가 있는 경우 회사는 노조 간부를 적절히 회유하고 길들였다. 1987년의 정치적 민주화에 편승하여 이른바 노동자 대투쟁이 폭발적으로 전개되었고, 이를 계기로 기존의 닫힌 노사관계가 열린 노사관계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노사관계가 합리화되었다고 보기엔 부족함이 있다. 1987년 체제 하에서는 노조가 공세를 취하였지만 1997년 IMF 사태로 인해 수세로 몰렸다가 최근에는 다시 공수가 바뀌는 등 갈등과 대립의 노사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제발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노사관계의 과도한 정치화로 인해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신장에도 장애가 된다. 노사관계는 신분관계가 아니라 계약관계임을 공유하는 데서부터 합리성이 발휘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요청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_우리 국민들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합리성이 부족하기 때문인가. 유독 사회 갈등을 심각하게 느끼는 것도 관련이 있나.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9위의 경제대국이다. 민주주의 지수도 상위권이고 국민들의 평균 IQ와 문자해독률은 최상위권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과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공식적으로는 선진국으로 분류되지만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회적 합리성이 결여돼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각자도생의 생활태도와 물질주의의 가치관, 그리고 미흡한 사회복지 등으로 인해 불안과 갈등의 사회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러기에 2022년 ‘세계행복보고서’에서 우리의 행복지수는 OECD 평균을 한층 밑돌아 튀르키예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영국 BBC에서 방영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1개 갈등항목 중 7개 항목에서 높은 갈등을 보여 최다 갈등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빈부 갈등은 가시적으로 드러나기에 매우 예민하다. 부자들은 부의 축적이 별로 정당하게 인정 못 받아 불만이고, 가난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해 불만이다.”
_2006년 노동부 장관에서 퇴임하실 때 노동관계에서 합리성을 말씀하시며 기업의 투명성과 노조의 민주주의를 강조하셨다. 지금은 나아졌나.
“노동부 장관을 맡기 전부터도 노사관계의 합리화를 줄곧 강조해 왔다.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정치적 조합주의나 이기적인 경제적 조합주의가 아니라 정책을 통해 공동선을 추구하는 사회적 조합주의 노선을 제시했다. 민주주의도 신장시킬 수 있고 경제발전도 촉진할 수 있는 합리적인 노선이기 때문이다. 경영계에는 경영 투명성을 강조했다. 이는 합리성의 기본이고 그래야 사회적 자산인 신뢰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를 향해서는 조합 내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과거와 같이 일종의 병영체제 기업과 일종의 전투조직 노조 체제에서는 투명경영과 민주적 프로세스가 소홀히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2차 대전 패전 후 대립갈등적 노동운동이 이어지다가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 비로소 합리적인 노동운동 노선이 내재화됐다. 35년 정도 걸렸다. 우리도 그럴 때가 됐다. 하지만 노사의 합리적 사고방식이 여전히 부족하다. 점진적인 변화에도 긴 시간이 흘렀다.”
_지난 정부에서는 비정규직의 조직화가 많이 이뤄졌고 노조 조직률도 높아졌다.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서 정부나 정치권이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을 높일 수 있도록 단결권을 강화할 제도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전임 정부는 1차 노동시장 유연화는 안중에 없었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든지 최저임금 1만 원 등 거친 포퓰리시트 정책을 폈다. 그런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그것이 왜 심화됐는지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조 조직률이 높아졌는데 대체로 대기업과 공공부문 중심으로 노조가 만들어졌고 그 힘으로 임금을 상당히 올렸다. 그 이전에는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의 80~90% 수준이었는데 이후 격차가 크게 확대됐다. 이에 비추어 보면,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조직률을 높여 교섭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들은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 등 근로조건이 열악해 그럴 동력이 크지 않다. 이럴 때 대기업과 공공부문이 연대정신을 발휘해서 비정규직을 껴안아줘야 한다. 그런데 말로는 비정규직의 권리 강화를 부르짖는데, 실제로는 혹시 비정규직에게 자신들의 기득권을 침해당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품고 있는 것 같다. 조직강화는 어디까지나 자주적이어야 하지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 부족한 자체 역량은 연대정신의 발휘로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_노동계와 경영계의 이중구조 해소에 대한 해법이 다르다. 합리적 해법을 제언해달라.
“노동계는 이중구조 문제의 핵심이 원ㆍ하청 구조라고 보고 경영계는 원청 노조의 기득권이라 본다. 우선 기업의 효율성이나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하청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격차를 줄이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다. 노동계는 원청 노동자는 손대지 말고 아래쪽을 끌어올리자고 주장한다. 기업에 따라 사정은 다르겠지만 현실합리적이지는 않다. 그보다는 기득권을 가진 쪽에서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그것들이 비정규직이나 하청 쪽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연대의 틀을 만듦으로써 경영자들이 보조를 맞추어 나가는 방법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2015년 ‘9ㆍ15 사회적 대타협’에서 합의한, 임금 상위 10%는 인상을 자제하고 그 재원으로 비정규직ㆍ하청 노동자 처우개선 및 청년 고용에 쓰는 방안을 실천해 보면 어떨까.”
_고용유연화와 사회안전망 강화의 병행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있다. 그런데 항상 무엇을 먼저 시행할 것인지를 놓고 노사 주장이 엇갈린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처럼 되어 있는데, 이론적으로는 답이 나와있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은 유연화가 필요하고, 하청과 중소기업은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원ㆍ하청이 상황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는 일이 필요하다. 소모적인 논쟁에 매몰되지 말고, 적극적 노동정책 가운데서도 직업능력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유연성과 안정성 제고 양자에 모두 도움이 된다. 직업능력 개발로 고용기회가 확대되면 그 자체로 유연성이 제고되는 것이고 이로 인해 실직이나 실업을 줄일 수 있고 따라서 실업급여 재정지출도 경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직업능력 개발 여건이 취약하므로 직업 훈련을 위해 인력을 며칠만, 아니 몇 시간만이라도 빼는 것조차 힘들다. 대체인력 지원을 하면서 직업훈련 비용을 부담해주는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
_’노노착취’를 줄여 이중구조를 개선하자는 주장이 과연 수용성이 있을까. ‘노란봉투법’(노사관계법 2조)처럼 원청사용자의 책임을 확대하는 방법도 필요하지 않을까.
“기득권 노조들이 계속 자기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이는 데만 몰두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취약노동자들의 지위는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이걸 ‘노노착취’라고까지 하는 건 적절한 어법이 아니다. 노동계에선 원청이 하청을 책임지고 직접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비현실적ㆍ 일방적 요구이다. 원청 사업자와 하청 노조의 직접 교섭은 우리 노동운동의 ‘전투적 실리주의’적 성격을 감안할 때 현재적 시점에서는 반대한다. 다만 협의를 통해 노사 상황을 공유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앞에서 얘기한 연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원청 노사가 이해하고 양보해서 하청 쪽에 과실이 흘러가게 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협의와 교섭을 혼동하지 않는 합리성의 공유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_노동개혁과 연금개혁 모두 중요한 과제이지만 세대 간, 이해 당사자 간 이견이 너무 크다.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노동-교육-복지(연금 포함) 개혁은 서로 맞물려있다. 융합적이고 종합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앞쪽에서 교육이 필요하고, 이전과 이후에 복지와 연관돼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을 때 인수위원회에서 만든 110대(大) 국정과제를 유심히 봤다. 융합적 접근이 안 보여 걱정이 됐다. 하지만 지난달 11일 대통령과 역대 노사정위원장 오찬 회동에서 대통령이 “종합적이고 융합적으로 3대 개혁을 하겠다”, “노동개혁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방향이 정립됐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일자리연대는 고용친화적인 융합적 개혁을 주장해 왔다. 현재 추진되는 근로시간이나 임금체계 유연화는 지엽적인 것에 불과하다. 개혁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 저항이 심할 수밖에 없다. 서로 협의하고 조정하는 프로세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 대통령도 동의하더라. 이는 고무적이다. 개혁은 본디 원샷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단계별ㆍ대상별 전략이 필요하다.”
_노조도 노동개혁의 주체인데 정부는 노조회계의 투명성을 강조하며 노동계가 부패한 것처럼 압박하고 있다. 또 대통령은 법치주의를 강조하는데 노사관계에서는 자치주의가 중요하지 않나.
“노사법치주의라고 하니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풀어서 얘기하자면, 법과 원칙의 틀 내에서 노사 자치주의가 작동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장관을 할 때부터 노동행정은 규제행정에서 서비스행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노사가 자주적이고 자체적으로 협의하는 노사관계가 이상적이다. 노사를 막론하고 법 테두리를 벗어난 행위에 대해선 정부가 단호하게 대처하는 게 맞다고 본다. 회계 투명성 문제에 대해서는 노조가 왜 이를 주도하지 못할까라는 점이 아쉽다. 자신들이 선도적으로 해야 할 과제를 소홀히 하다가 정부가 나서니 ‘꼬투리를 잡아 노조를 탄압하려 한다’고 반발한다. 노조도 열린 마음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작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노조가 저항자의 위치만 고수할 게 아니라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가도록 한 단계 진보했으면 한다. 외부로부터 간섭을 배격하는 것도 노사자치이지만, 스스로 해나가는 게 진정한 자치 아닌가. 그런 점에서 노조 전임자는 노조가 재정능력이나 필요에 따라 고용하고 급여를 부담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노조 전임자 몇 명을 두느냐를 놓고 교섭으로 다툴 문제가 아니다.”
_3대 개혁 중 노동개혁에 대한 지지가 가장 높다. 노조가 왜 불신의 대상이 됐고 왜 ‘귀족노조’ 담론이 강력하게 작동한다고 보는가.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은 그 과정에서 탈법ㆍ불법도 있었지만 당시 국민들이 닫힌 노사관계 속에서 노동운동의 폭발적 표출이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받아들였다. 국민들이 노동자 전체를 약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후 30년 넘게 흘러 한 세대가 흘러가면서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동자는 임금, 복지 등 경제적 지위만이 아니라 사회정치적 지위도 상당히 높아졌다. 이제 국민들 눈에는 잘 먹고 잘 살면서도 이기주의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비치는 것 같다. ‘귀족노조’라는 용어 자체는 성립이 안 되지만 이들 노조의 조직이기주의와 기득권을 지키려는 태도 때문에 국민들에게 이 말이 먹히는 것 같다. 취약ㆍ하청노동자들과 연대하면서 기득권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는 행위를 자제한다면 다시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_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고 있고 한국노총 새 집행부도 사회적 대화를 정권의 노동통치 도구로 활용하는 걸 강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노정 불신이 팽배한데 어떤 방식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할까.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노동개혁은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된다. 노사정 협의를 통한 개혁이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회적 대화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협치의 과정이며 노동계 자신이 참여의 주체이다. 민주노총은 노사협력주의(corporatism)를 거부하고 있고, 오히려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한국노총도 지난달 지도부 선거가 끝나자마자 ‘노동탄압’, ‘투쟁’을 주창했지만 스스로 사회적 조합주의를 이탈해 정치적 조합주의로 가겠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노동계는 지난 5년간 얻어낸 것이 많아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 것 같고 경영계는 정부가 유연화와 관련해 무언가 강제적 드라이브를 걸어주기를 바라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당장 판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사가 선제적으로 테이블을 마련하고 거기에 정부가 일정 부분 참여하여 물꼬를 트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다. 정부로서는 노동개혁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꾸준히 국민들에 전파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와 요구가 있다면 대화의 판이 만들어질 것이다. 경사노위는 당분간 개점휴업 상태일 수도 있겠지만 정부가 국민의 지지를 받아 개혁작업에 착수하면 대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겠다.”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은
서울대 경제학과, 옥스퍼드대 경제학 박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참여연대 창립멤버로 참여정부에서 노동부 장관(2004~2006년)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 위원장으로 2015년 9ㆍ15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냈다. 2021년부터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일자리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글 싣는 순서
1.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2. 김병익 문학과지성사 상임고문 3.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4.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5.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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