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진 피해 구호물품 중 절반이 중고
그중 쓸 수 없는 수준 물건도 상당수
튀르키예 대사관 "위생 문제 때문에 중고물품 사절"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주민들을 돕기 위한 구호물품이 전국에서 모이고 있지만, 이 중 상당수가 해지거나 닳아서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거나 용도가 불분명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13일 인천 중구의 한 물류센터 창고. 방한복부터 텐트까지 튀르키예로 보낼 구호물품이 창고 내부와 앞마당에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여기 도착한 구호물품은 종류별로 분류, 재포장되어 현지로 보내집니다. 이날부터 한국에 머물고 있는 유학생과 여행객 등 튀르키예인 20여 명이 분류작업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눈빛에선 고통받는 자국민들에게 물품 하나라도 더 보내려는 간절함이 넘쳐났습니다.
그런데 구호품을 분류하기 시작하던 이들 중 몇몇의 표정이 어두워졌습니다. 밑창이 닳아 구멍 난 신발이나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옷가지가 하나둘씩 나오면서였습니다. 또 다른 비닐봉투에선 군데군데 녹이 슨 보온병도 나왔습니다. 센터 앞마당 한쪽엔 이렇게 '구호'에 도움이 안 되는 물품이 별도로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온정의 손길로 전해 온 구호물품이야 고맙지만 의료체계는 물론, 상상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상황에서 이와 같은 물품이 도움이 될 리 없습니다.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은 지난 12일 SNS를 통해 “강진으로 보건 의료체계가 붕괴돼 입거나 쓰던 중고 물품이 전해지면 위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중고제품을 구호품으로 받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센터 관계자는 닳아빠진 신발을 살펴보며 "오늘 들어온 구호품이 10톤이라고 치면 절반 정도는 중고물품이고 그중 아예 쓰지 못하는 물건도 상당수"라면서 "튀르키예가 '형제의 나라'라면서 이런 물건들을 보내오는 걸 보면 자원봉사하러 온 튀르키예 사람들 얼굴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구호물품을 보내주는 건 고맙지만 물품을 보낼 때 현지 상황을 한번 더 고려해 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원봉사 중이던 튀르키예 유학생 엘리프 메셰(26·대학원생)씨는 "박스로 여러 번 테이핑 된 경우 상자를 여는 것 자체가 힘들어 분류작업이 더딜 수밖에 없다"면서 "이곳 일손이 부족해 당분간 봉사활동을 할 계획인데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라며 웃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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