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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일체' 이뤘지만, 내년 총선은 다르다

입력
2023.03.09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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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월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공정위·법제처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 대통령 발언을 경청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공정위·법제처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 대통령 발언을 경청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내년 4월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로 치러질 선거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이같이 규정했을 때 여권 인사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선거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 성격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여당 대표가 굳이 이를 부각시켜 득 될 게 뭐냐는 반응이었다. 친윤석열계 인사는 “선거의 핵심인 ‘구도’를 ‘야당심판론’으로 몰아가도 모자랄 판에 ‘국정심판론’을 띄우는 건 자충수”라고 마뜩잖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의중이 ‘다음 총선은 내가 치르는 것’임이 확인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윤 대통령 탈당, 신당 창당, 명예 당대표론까지 나오면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한 몸이 돼, 혼연일체로 움직여야 총선에서 승리한다”는 ‘당정일체론’은 여당이 거역할 수 없는 명제가 됐다.

새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도 ‘당정일체론’ 한마디로 교통정리됐다. ‘이준석 사태’로 인한 당 내홍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윤심과 어긋나는 대표가 선출되면 당 분열로 총선에서 참패한다는 우려가 커졌다. 비윤계를 쳐내 여권 외연이 좁아지더라도 내분 가능성을 없애는 게 더 유리하다는 계산에 적지 않은 이들이 공감했다.

그러나 ‘당정일체론’을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그다음’이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대통령 지지율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 정치권에선 통상 대통령 지지율이 50%는 넘어야 여당이 대통령 덕을 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40% 박스권에 갇혀 있다. 내홍이 없다고 해서 지지율이 절로 오르지는 않을 텐데, 이를 만회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부르짖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권 일각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할론에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선 무력감까지 느껴진다. 이들은 한 장관이 2023년 신년사에서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고,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조직폭력 범죄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한 데 주목한다. 한 장관은 “우리나라가 조직폭력배들이 백주대낮에 활보하고, 정치인 뒷배로 기업인 행세를 하면서 국민을 괴롭히는 나라가 돼서는 안 된다”며 정치권을 겨냥했다. 쌍방울·KH그룹 수사와 맞물려, 사정정국으로 국면을 전환해 총선에서 승리하자는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조폭을 때려잡자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을 테니, 여당 입장에선 잃을 게 없는 ‘꽃놀이패’로 보일 법하다. 하지만 여당 총선 필승 전략이 사정정국 조성이라면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 검사 출신 의원은 “1980년대 ‘정의사회 구현’이란 구호 아래 사회정화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친 전두환 정권이 떠오른다”고 역풍 가능성을 경고한다. 여권 한 중진 인사는 '지극히 검사스럽다’고 촌평한다.

물가와 금리는 여전히 높고, 주가와 환율은 널을 뛴다. 민생이 위태롭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난방비·전기요금 폭탄 사태에 대한 대응이 부실했을 때 떨어졌고, ‘돈 잔치’ 금융권을 때리며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전세사기를 예방하고 피해 지원 방안을 찾는 데 힘을 쏟을 때 반등했다. 이제 전당대회는 끝났다. '당정일체'도 이뤘다. 다시 민생과 경제에 주력하는 집권 여당의 모습을 보고 싶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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