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신현성 구속영장 또 기각… "일부 혐의 다툼 여지"

檢 보강 수사에도 끝내 구속 필요성 입증 실패
불구속 수사 불가피… 권도형 송환 '차질' 빚나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립자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가 3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검찰이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인 신현성(38)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 신병을 확보하는데 또 실패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 구속영장 기각이다.

30일 서울남부지법 유환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및 공모규제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배임, 배임증재,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신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국외 소재 공범 등 수사에 장기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주요 공범도 체포돼 별도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사에 임하는 태도, 가족관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신 전 대표는 ‘혐의를 인정하는지’ ‘피해자에게 할 말은 없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짧게 답변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그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보강 수사를 벌였다. 신 전 대표가 2020년 3월부터 테라‧루나 블록체인을 차이 결제 시스템에 탑재해 실생활에 쓸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거짓 홍보해 KT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탈(VC)로부터 1,400억 원을 투자받은 혐의 등을 이번 청구 때 추가로 포함했다. 또 티몬 전 대표인 유모(38)씨에게는 루나 코인을 주고, 티몬이 업계 최초로 테라를 간편결제 수단으로 도입‧홍보하도록 했단 혐의(배임증재)를 적용했다.

신 전 대표 측은 검찰의 영장 재청구에 반발했다. “1,400억 원 투자를 유치하면서 결제 서비스를 거짓 홍보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2020년 3월 사업 추진 방향의 의견 차이로 권도형(31) 테라폼랩스 대표와 결별했고 테라와 조직·사업을 완전히 분리했으며 이후 테라의 운영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앞서 판단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테라‧루나의 증권성 인정에 신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관계가 상당 정도 규명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일부 혐의에 다툴 여지가 있어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은 앞서 첫 구속영장을 기각할 당시 법원이 밝힌 사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검찰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달 테라‧루나의 증권성을 인정하고 권도형 대표를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고발했고 △금융위원회가 증권성이 인정되는 암호화폐를 ‘토큰 증권’으로 규정해 자본시장법 틀 안에서 규제하겠다는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신 전 대표에 대해선 불구속 수사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주요 혐의인 자본시장법 적용에 여전히 부정적 판단을 한 만큼 향후 법리 구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다만, 검찰은 자본시장법이 아닌 특경법상 사기 등 혐의도 엄중하다고 보고 있다.

신 전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이 몬테네그로 현지에 구금 중인 권 대표 송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관심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이 그의 범죄인 인도 청구를 동시에 요청한 상황인데, 몬테네그로 당국은 범죄의 중한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도할 국가를 결정하겠단 입장이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신 전 대표의 구속 필요성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권 대표도 처벌 가능성이 큰 미국으로 송환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