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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 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누리호 성공에도 천리마는 실패
발사체 분야, 남측 우위 공고해져
한국, 우주 주권 행보 가속화해야
지난 5월 31일 새벽 6시 41분 서울시가 위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문자에는 대피 사유와 대피 장소에 대한 언급 없이 단순하게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내용만 달랑 적혀 있어서 위급재난문자로는 너무 허술했다. 게다가 22분 만에 오발령이었다는 문자를 다시 보내서 이른 아침에 잠을 설친 많은 사람들의 원성을 샀다. 이날 위급재난문자를 발송한 이유는 북한이 발사한 로켓 때문이었다.
당일 6시 29분에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천리마-1형' 우주발사체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했다. 천리마-1형은 1단 로켓이 화성-17이므로 1단 추력이 150~180톤으로 추정되며, 1단 추력이 300톤인 누리호의 절반 정도 규모이다. 천리마-1형은 비행 도중 추진력을 잃고 서해에 추락했고, 북한은 발사 2시간 30여 분 만에 발사 실패를 인정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누리호 3차 발사에 성공했고, 같은 달 30일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의 탄도미사일 요격시험까지 성공했다. 우주발사체와 유도무기의 성능과 개발 능력이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지점이다. 천리마는 이번이 첫 발사였다. 우주발사체의 첫 발사는 기술적인 위험부담이 매우 크다. 실패 확률이 높기 때문에 궤도 진입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위성모사체를 탑재해서, 시험발사를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리호도 첫 발사에서는 1.5톤의 위성모사체를, 2차 발사에는 1.3톤의 위성모사체와 168㎏의 성능검증위성, 4기의 큐브위성을 탑재했다. 반면 북한은 첫 발사에 바로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1호를 탑재했다. 시험발사 단계를 건너뛴 것이다.
사실 조급함이 문제였다. 누리호의 연이은 성공에 불안해진 북한은 1차 발사를 서둘렀던 것 같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촬영된 북한 동창리 발사장을 찍은 위성사진에서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31일에 발사가 이루어졌다. 불과 7일 이내에 발사 준비와 시행이 이루어진 것이다. 우주개발에서는 이렇게 속도전으로 일을 진행하기가 어렵다. 발사가 실패하면, 기술검증과 위성체, 탑재체 제작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 만일 추진 시스템과 연료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면, 문제 해결의 난이도는 더욱 높아진다.
북한 천리마-1형 발사체의 1단이 낙하할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 해군의 이지스함이 대기하고 있다가, 발사 잔해물을 인양했다. 이번에 인양된 천리마-1형으로부터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이 있다. 누리호의 75톤급 엔진에 비교 우위를 자랑하기 위해 북한이 동 시기에 공개한 80톤 추력의 백두산 엔진이 사실상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로켓에 실려 있는 위성의 관측 성능 또한 관건이다. 만리경-1호는 육각기둥 모양으로 4개의 접이식 태양전지판이 있고, 아리랑 3호 혹은 3A호와 비슷한 500㎏급 위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리랑 3호는 2012년 발사한 흑백 0.7m, 컬러 2.8m 해상도를 가진 지구관측위성이다. 북한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로켓이 폭발함으로써 확인하기 어렵게 되었으나, 4m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위성 수준과 비교했을 때 10여 년 이상 뒤처져 있는 셈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그동안 여러모로 대한민국에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던 북한의 우주 기술들이 대부분 이미 추월당했거나, 오히려 한참 뒤처져 있음이 확실해졌다. 우리나라도 누리호와 고체발사체 발사가 연이어 예정되어 있어서, 당분간 한반도에서 우주발사체의 발사 소식이 경쟁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자국의 위성을, 자국의 땅에서, 자국의 발사체로 우주로 보내는 '우주 주권을 갖고자 하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이것이 곧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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