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착취의 지옥도, 그 후]
<54>법안소위도 열리지 못했다
“6월 입법 약속한 중간착취 방지법 소식이 없네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이 법 왜 소식이 없나요, 6월 통과 기대했는데···, 진심 용역회사에서 월 100만 원 이상 떼어가는 것 같아요.”
“은행 경비인데, 이 법만 바라보면서 버티고 있어요.”
용역 노동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질문들입니다. ‘중간착취방지법’ 입법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중간착취방지법의 6월 입법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었죠. 올해 1월 김성환 당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 중 핵심 사안으로 추진하겠다”고 했고, 지난달 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간접고용노동 중간착취 제도 개선 간담회’를 열고, “올 상반기 중간착취방지법을 처리하겠다”고 강조하면서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중간착취방지법은 수백만 명에 이르는 용역·파견 등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법안입니다. 고질적인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간접고용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할 법안으로도 평가받습니다. 원청이 책정한 임금을 중간업체가 착복하지 않도록, 관리비·이윤 등과 분리해 직접 용역 노동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 주축이죠. 현재는 원청이 정한 임금을 용역업체 등이 떼어서 착복하고 적은 임금만 노동자에게 주더라도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간접고용 시장은 중간착취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약속한 6월도 이제 중순이 되었는데, 국회는 움직임이 없습니다. “노동자 임금 몫을 떼어가지 못하도록 하라”는 이 당연한 법안은 왜 입법 소식이 들리지 않을까요.
확인해보니, 입법을 위한 첫 관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노동법안소위)에서 통과되어야 하는데요. 그래야 환노위 통과, 법사위 통과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됩니다.
여야 환노위 간사가 합의해야 노동법안소위 심사를 시작할 수 있는데,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실이 안건 상정에 아직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진 의원실 관계자는 “5월에 안건으로 협의하다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서 노동소위를 못 열었다”며 “6월에 다시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다른 관계자는 “임이자 의원실에 ‘이 법은 꼭 하자’고 많이 설득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는 없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노동법안소위원장과 환경노동위원장을 민주당이 맡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노란봉투법’(노조법 2, 3조 개정안)처럼 단독·강행 처리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중간착취방지법은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열쇠는 임이자 의원이 쥐고 있습니다. 더구나 7월부터는 노동법안소위원장이 국민의힘 몫으로 돌아가고, 민주당은 대신 환경법안소위원장을 맡게 됩니다. 지난해 후반기 원구성 시 여야가 1년씩 교대로 맡기로 합의를 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노동법안소위 위원장은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맡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죠. 이 경우 위원장인 임 의원이 진행에 동의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향후 중간착취방지법의 단독·강행처리도 불가능해집니다.
결국 국민의힘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마음을 열고, 민주당이 최대한 여당을 설득해서 성과를 내지 않으면 중간착취방지법은 이번 국회 임기 내에 통과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기대했던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다시 한번 좌절하게 만든 것이지요. 그 경우 누구를 탓하기 전에, 약속을 저버린 정치권에 대한 분노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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