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거리 매장 100곳 중 79곳 개문냉방
전기료 5.3% 올랐지만, "문 열어야 방문"
'블랙아웃' 위험 커져... 단속은 사실상 無
“전기료는 걱정되지만, 문을 열어놔야 손님들이 구경이라도 하러 들어오니….”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치솟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시민들의 가벼운 옷차림과 땡볕을 가리기 위한 양산에서 일찍 찾아온 무더위가 확연히 느껴졌다. 인파로 북적이는 거리 양옆에 늘어선 가게들은 냉기가 밖으로 새어 나올 만큼 에어컨을 풀가동한 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다.
취재진이 명동 거리에 위치한 매장 100곳을 둘러보니 음식점이나 귀금속 점포처럼 손님의 체류 시간이 긴 일부 상점을 뺀 79곳이 ‘개문냉방’ 영업 중이었다.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표 유형이지만, 상인들은 호객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푸념한다. 16일 5.3%나 오른 전기요금 인상에도, ‘전기료 폭탄’보다 손님이 찾지 않는 매출 부진이 더 무섭다는 것이다.
기념품 매장 직원 이모(46)씨는 “주 고객층이 외국인 관광객이라 감염병 확산 때 아예 영업을 못하다가 이제 겨우 회복세”라며 “문을 닫고 있으면 밖에서 물건을 구경하던 손님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동 골목에서 6년째 휴대폰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42)씨도 “전기료가 3년 전보다 20% 이상 올랐지만,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받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3년 넘게 지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환기를 위해 문을 열고 장사한 관행도 개문냉방이 근절되지 않는 요인으로 꼽힌다. 상인 김모(62)씨는 “명동에서 문 닫고 영업하는 상점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개문냉방은 문을 닫고 냉방기를 틀 때보다 전력 소비가 3배 이상 늘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재촉할 위험이 크다. 그러나 단속이 이뤄지는 일은 거의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11년 블랙아웃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개문냉방 영업 자제를 안내하고 있으나, 최근엔 별도 단속을 하지 않는다. 중구청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권고하면 단속을 실시해 과태료를 매기는 구조인데, 코로나19 사태 뒤로는 정부 권고가 내려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구청은 8월까지 서울시와 합동으로 명동 일대 개문냉방 영업을 자제하라는 계도 활동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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