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진짜 중요한 문제들은 외면한 채 양쪽으로 나뉘어 분열과 반목을 거듭하는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구체적 사례로 분석하고 해결책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수장 임기 내년 1월 끝나는 공수처
결국 무산된 민주당의 '검찰 힘빼기'
무능을 반성 않는 민주당이 더 문제
내년 1월이면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의 임기가 끝난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이 무리에 무리를 거듭해 가며 만들어 놓은 공수처가 윤석열 정부의 뜻에 따라 구성되는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제도가 정권 교체를 넘어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놓쳐서는 안 되는 몇 가지 점을 지적해 본다.
논리적으로 볼 때 공수처장 임명권을 가진 윤 대통령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처장 후보를 지명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이다. 검사들은 대체로 공수처라는 제도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인 대통령이 처장을 임명하지 않으면 공수처는 유명무실해진다. 민주당이 추진해 온 검찰개혁의 상징이 사실상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엄연히 법에 규정된 기관인데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처장을 임명하지 않을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선례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5년 동안 자신의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를 조사하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특별감찰관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 강력히 밀어붙여서 만들어진 국가기관이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를 지명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제1야당은 비난할 자격이 없다.
대통령의 두 번째 선택지는 자신이 믿고 쓸 사람을 공수처장으로 임명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27년간 검사 생활을 했다. 공수처장을 할 만한 검찰 출신 인사가 주위에 널렸다. 현직 검사를 공수처장 후보로 지명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퇴직 후 3년이 지나면 얼마든지 임명할 수 있다. 대통령의 출신과 공수처 업무의 성격을 고려하면 아마도 수사 전문가인 검찰 출신이 처장으로 기용될 것이다. 이 경우 대통령은 기왕에 보유하고 있던 검찰총장 임명권에 더해 전직 검사 한 명을 강력한 권력기관장으로 더 쓸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이게 민주당이 만들어낸 소위 '검찰개혁'의 결과다.
검사와 판사 그리고 고위 공직자를 수사대상으로 하는 권력기관의 설립에는 본질적으로 위험이 따른다.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칫 사찰기관으로 변질될 수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공수처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검찰의 중립성을 위해 애를 써왔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근본적으로 대한민국 검찰의 권한이 너무나 막강하기 때문에 정치권이 이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검찰개혁의 방향은 기존 검찰의 힘을 줄이는 것이 돼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검찰보다 더 센 기관을 하나 만드는 길을 택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를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노무현 대통령의 유훈이다" 혹은 "국민 대다수가 찬성한다" 같은 것들이었다. 토론이나 고민은 아예 없었다. 그나마 처음에는 공수처장 후보 지명에 야당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규정했었지만 조급하게 성과를 내고 싶었던 민주당은 그 조항조차 없애버렸다.
만들어진 지 불과 3년 만에 공수처 제도의 가장 큰 모순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검찰공화국'이라고 비난하는 바로 그 정권이 검찰 못지않은 권력기관 하나를 더 활용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민주주의란 집권자의 선의를 기대하는 제도가 아니다. 권한을 남용하려는 시도가 있더라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두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령이다. 권력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 정밀하게 설계해야 할 국가기관을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급조하는 편협함, 그리고 '20년 집권'을 부르짖던 오만이 괴물과 같은 제도를 낳았다. 물론 아직까지도 반성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무능하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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