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청소] <25> 나와 맞는 전문 심리 치료 서비스 찾는 법
1. 정신과 진료 vs 심리상담 차이는?
2. 정신과는 중증 환자만 간다고?
3. '전문성 있는 상담가'란?
4. 비전문 상담인력 범람, 부작용은?
편집자주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은 현대인의 숙제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엔 우울증세를 보인 한국인이 36.8%에 달하는 등 '코로나 블루'까지 더해졌죠. 마찬가지로 우울에피소드를 안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 기자가 살핀 마음 돌봄 이야기를 전합니다. 연재 구독, 혹은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취재, 체험, 르포, 인터뷰를 빠짐없이 보실 수 있습니다.
"상담을 하면 할수록 나아진다는 느낌은 없고, 오히려 나 자신이 더 미워지고 자책만 하게 됐어요. 상담을 시작하기 전보다 분노와 우울만 커졌어요."
#사례 1 : A(30)씨는 몇 년 전 수도권의 한 교회에서 2년여간 이른바 영성상담을 받은 경험을 이 같이 털어놨다. A씨를 상담한 사람은 심리학이나 상담학 관련 전공자가 아닌 같은 교회 내 사모였다. 되레 상담자로부터 "상담을 이렇게 열심히 해줬는데 왜 아직도 심리적으로 힘드냐, 어린 시절에 학대받았냐", "자신의 일상에 감사할 줄을 모른다", "다른 신도들은 내 말에 토를 달지 않는데 왜 이렇게 반론을 하냐"는 등 부정적 책망을 들었다고도 했다.
#사례 2 : 최근 연인과의 이별을 겪은 B(29)씨는 지난해 연애 관련 상담 콘텐츠를 하는 유튜버에게 온라인 화상채팅으로 상담을 받았다. 상담을 제공하는 유튜버는 심리학 학사 전공자였다. B씨는 "상담받는 내내 혼내는 듯한 말투로 내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상담 비용으로 이미 시간당 7만 원을 지불한 터였다. 관련 분야 석사 이상 학위, 관련 전공 학위가 없을 경우 3년 이상인 이른바 업계 경력자의 상담 비용은 보통 시간당 10만 원 선부터다.
심리 상담 및 치료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전문성을 검증받지 못한 상담 서비스도 범람하고 있다. 전문적 상담 능력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시간당 10만 원이 넘는 비싼 상담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 탓에 비전문가 상담 후 심적 증상이 오히려 악화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돈은 돈대로 쓰고, 마음은 마음대로 상한 셈이다.
이번 [에코의 마음청소]는 정신과 진료나 심리상담을 받기 전 꼭 알아야 할 4가지를 짚어 보고자 한다.
1. 정신과 진료 vs 심리상담 차이는?
몸이 아프면 찾아가야 할 곳이 명확하다. 내과·안과·이비인후과 등 증상에 맞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는다. 그렇다면 정신적 혹은 심리적 문제가 있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정신적 질환이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를 먼저 가야 한다. 질환이 있을 때 만나는 의사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의 의사국가시험을 통과해 정식 면허를 받은 사람이다.
정신과 진료와 심리상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치료의 방향성에 가장 큰 차이가 있다. 정신과에서는 정신 질환의 원인을 뇌의 구조적 혹은 기능적 이상에 있다고 보고 약물 치료를 진행한다. 반면 심리상담센터에서는 심리적 원인에 초점을 두고 장기적으로 치료한다. 주로 인지행동치료(내담자 스스로 생각을 조절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치료법), 게슈탈트 치료(알아차림과 접촉을 통해 내담자의 미해결과제를 완결시킬 수 있도록 돕는 치료법) 등을 사용한다.
대개 증상이 단기적이고 신체적 고통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약물 치료를, 일상의 불편이 크지 않고 장기적인 문제라면 심리 치료를 추천한다. 전문가들은 대개 환경의 변화로 겪는 일시적 어려움이나 경증의 정신질환이 있다면 상담치료의 효과가 정신과 치료 효과보다 상대적으로 높다고 본다. 만성적 심리 질환과 일상에 불편감을 느끼는 정도의 정신질환은 심리상담치료와 정신과 치료 병행을 추천하고, 중증의 심리 질환과 일상생활 불가의 정신질환의 경우 정신과 치료가 심리상담치료보다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다만 환자 스스로 임의로 판단하지 말고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나 심각성에 따른 편차도 알아야 한다.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이 정리한 우울장애의 진단 기준은 9가지의 증상(우울한 기분, 흥미나 쾌락의 상실, 체중 또는 식욕의 심한 변화, 불면이나 과수면, 정신운동의 초조 또는 지체, 피로감 또는 활력 상실, 무가치감 또는 부적절한 죄책감, 사고력 또는 집중력의 감퇴나 우유부단함, 자살 사고) 중 5가지 이상이 최소 2주 이상 계속 지속돼야 한다. 이 중 우울한 기분 또는 흥미나 쾌락의 상실은 포함돼야 한다. 심각성의 경우 경도, 중증도, 중증 등으로 나뉜다.
치료 비용에 대한 오해도 있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심리상담비와 적용되는 정신과 진료비에는 차이가 있다. 동네 의원의 경우 초진 가격이 3만 원 선, 이후 치료 1회당 약 처방 포함 1만~2만 원대에 그친다.
2. 정신과는 중증 환자만 간다고?
보건복지부의 '2021년 국가 정신건강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성인 중 정신장애(알코올사용장애, 니코틴사용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평생 유병률은 27.8%이다. 하지만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그보다 낮은 12.1%에 불과했다. 질환을 앓는 만큼 치료는 잘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캐나다 46.5%, 미국 43.1%, 벨기에 39.5% 등 해외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용률이 낮은 이유는 뭘까. 정신과는 중증 환자가 가는 곳이라는 사회적 오해가 한몫한다. 하지만 국가 통계를 보면 이는 편견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다.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평생 정신장애 진단자가 처음 전문가에게 상담한 문제는 우울증(10.2%), 불면증(2.6%), 감정 기복(2.4%), 공황장애(1.7%), 분노 조절 어려움(1.5%)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들이다.
정신적 문제의 경우 오히려 제때 전문적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자살 위험이 커지는 위험이 있다. 2021년 기준 자살의 주된 원인은 정신적 문제(39.8%), 경제생활 문제(24.2%), 육체적 질병 문제(17.7%) 순이다. 이처럼 정신적 문제는 질환 중 자살과 가장 관련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1월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자살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살 사망자 '심리부검'을 한 결과, 자살 사망자 96.6%가 정신과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3. '전문성 있는 상담가'란?
정신건강 분야의 전문성은 어떻게 따질 수 있을까.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건강 관련 기관'을 정신건강증진시설 및 지역사회 재활기관으로 정의한다.
'정신건강전문인력'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및 정신건강전문요원 자격 소지자를 뜻한다. 정신건강전문요원 자격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등으로 구분된다. 모두 최소 1년에서 3년 이상까지 수련을 받아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물론 국내는 이마저도 전문인력이 적은 편이다. 국내 인구 10만 명당 정신건강전문요원은 16.2명에 불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7.1명)의 6분의 1 수준이다.
그렇다면 상담의 경우 공신력 있는 전문성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심리상담의 경우 국내엔 공인 자격이 없다. 국가 자격증은 임상심리사, 전문상담교사, 청소년상담사,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정도다. 업계에서는 한국심리학회(상담심리사·임상심리전문가·코칭심리사 자격증 부여), 한국상담학회(전문상담사 자격증 부여) 같은 학회를 신뢰한다. 한국상담심리학회와 한국임상심리학회, 한국코칭심리학회는 한국심리학회의 분과 학회로, 역시나 업계에선 공신력을 인정받는다.
이 자격증들은 최소 상담학·심리학 관련 석사 학위나 3년 이상의 수련 과정을 요한다. 일반적으로 관련 분야 석사 학위자의 경우 1년 이상, 관련 분야 학사 학위자의 경우 2년 이상, 관련 학위가 없을 경우 3년 이상의 실무 경력이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 자격을 발급받은 임상심리전문가는 약 1,355명(2017년 기준), 상담심리사 1급은 1,921명(2022년 기준), 2급은 6,949명(2022년 기준)이다. 코칭상담사 자격증 또한 한국심리학회에서 최소 3년 이상 근무나 심리학 및 유관 전공으로 학사 학위와 코칭 분야 2년 이상 수련을 받아야 한다.
4. 비전문 상담인력 범람, 부작용은?
문제는 비전문적 심리상담 서비스 공급에 제도적 규제가 없다는 데 있다. 2021년 기준 현재 민간 심리상담 자격은 약 2,800개 기관에서 발급할 만큼 범람하고 있다. '평가원', '평생교육원', '협회' 등의 이름으로 자격을 내세우는 이들이 있지만 업계에서는 한국심리학회 및 산하 학회나 한국상담학회 외의 자격증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상담심리사 2급 자격을 보유한 C씨는 "한 달 벼락치기로 딴 자격증으로 1시간 상담에 5만 원 이상 받는 이들이 국내 상담시장의 질을 낮춘다"며 "대중은 자격의 차이를 잘 모르기 때문에 혼란만 준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심리상담소 개설은 자격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포털 검색창에 '마음치료'나 '심리상담' 등을 검색하면 '자존감 상담', '멘털 케어', '심리 해결', '감정 코칭' 등 다양한 수식어로 전문 상담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이 많이 나온다. 문제는 프로필에 '심리상담사 1급'을 써놓을 경우 소비자들은 전문성이 보장된 것으로 생각하고 간다는 점이다.
가벼운 고민이 있는 경우엔 도움이 될 순 있으나 증상이 심각한 상태에서 찾아갔다간 회복의 적기만 놓칠 수 있는 셈이다. 상담심리사 1급 자격을 가진 D씨는 "상담 영역의 경우 학력 인플레이션이 있는 까닭에 우리끼리는 '인풋 대비 아웃풋이 참 안 나오는 분야'라고 자조하기도 한다"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달린 일이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전문성을 다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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