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출시 러닝화 '젤 시리즈'
품귀 현상에 리셀 플랫폼 거래까지
아웃도어 패션 '고프코어룩' 유행에
푸마 '스피드캣' 가장 힙한 신발로
아식스맨이 스포츠맨, 아식스!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의 1980년대 광고 카피
X세대(1960년대 후반~1970년대 출생)가 학창 시절 열광했던 추억의 신발 브랜드가 레트로 열풍을 타고 1020세대에게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아웃도어 패션을 일상복에 활용한 '고프코어룩'의 유행과 맞아떨어져 과거 디자인을 살린 복고풍의 스포츠화가 불티나게 팔린다.
해외 직구부터 리셀까지… '패션템'이 된 아식스 스포츠화
1980~1990년대 각광받았던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의 인기가 되살아났다. '체대생 운동화'라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1020세대의 필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젊은 세대의 뜨거운 관심에 아식스는 러닝화 'GT 2160' 시리즈를 7일 새롭게 내놓았다. 2000년대 초반 출시했던 러닝화 디자인을 본떠 만든 것이다. 아식스코리아 관계자는 "Y2K와 고프코어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스포츠인들의 수요와는 다른 맥락으로 젊은 세대가 아식스 신발을 찾고 있다"며 "레트로 디자인 제품들이 풀리기만 하면 빠르게 팔려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식스 인기의 시작점에는 '젤' 시리즈가 있다. 투박한 디자인의 아식스 러닝화 '젤 카야노 14', '젤 1090', '젤 1130' 시리즈가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유행이 시작됐다. 모두 2000년대 초반 선보였던 제품으로 당시의 디자인을 본떠 최근 재출시한 것이다. 언뜻 '아빠 등산화'가 겹쳐 보이는 디자인에 1020세대는 열광했다. 요즘 대세인 고프코어룩에 찰떡인 신발이라는 것. 국내에서는 대부분 품절이라 해외 직구(직접 구매)와 리셀이 활발하다. 아식스와 캐나다 디자인 스튜디오 JJJ자운드가 컬래버한 젤 카야노 14는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최근 119만9,000원에 거래됐다. 발매가(18만9,000원)의 약 여섯 배다.
올해 초 극장가를 뒤흔든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여파도 아식스 인기에 힘을 실었다. 극 중 캐릭터 정대만 농구화로 유명한 아식스 '젤 PTG MT 화이트 레드'가 팬들 사이 큰 관심을 얻어 현재는 매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푸마 붐은 온다"… 예언 따라 돌아온 스피드캣 유행
2000년대를 주름잡았던 스포츠 브랜드 푸마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조짐을 보인다. 1999년 출시해 연간 10만 족 이상 판매고를 올렸던 푸마의 대표 히트 상품 '스피드캣'이 최근 1020세대 사이 가장 '힙'한 신발로 떠오르고 있다. 20여 년 만에 유행이 돌아온 것이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은 몇 년 전부터 푸마의 인기를 예상했다. Y2K 유행으로 추억의 브랜드가 하나둘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 푸마의 차례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푸마 붐은 온다'는 뜻의 '푸붐온'이라는 유행어까지 생겨날 정도.
이들의 예언에 응하듯 올해 많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이 스피드캣을 Y2K 감성 신발로 소개했고 해당 제품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현재 푸마코리아 공식 온라인몰에서 하얀색 '스피드캣 쉴드 Lth' 제품을 빼고 모두 품절 상태다. 이에 소비자들의 리셀 경쟁이 치열하다.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는 발매가 10만9,000원인 '스피드캣 LS 피코트'가 최근 20만 원에 거래됐다.
스피드캣은 F1을 비롯한 모터스포츠 선수들이 신는 전문 드라이빙 슈즈를 응용해 디자인한 신발이다. 푸마는 1999년 이후 '스피드캣 쉴드 Lth', '스피드캣 OG 스파르코' 등 다양한 시리즈를 꾸준히 공개해왔다. 그러다 갑작스레 최근 몇 달 사이 스피드캣을 향한 고객들의 관심이 커진 것이다. 푸마는 이런 수요에 부응해 하반기 새로운 스피드캣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푸마코리아 관계자는 "스피드캣 재입고 및 구매 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고객이 많다"며 "하반기에 스피드캣을 중심으로 대표 모터스포츠 브랜드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신발을 구매하는 고객 연령층은 다양하다. ①힙한 신발을 원하는 1020세대부터 ②2000년대 스피드캣 열풍을 생생히 기억하는 3040세대까지,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스피드캣의 매력에 푹 빠졌다.
"촌스러워서 오히려 좋아" 개성 있는 고프코어룩의 완성
1980~1990년대를 대표했던 스포츠 브랜드 LF 리복의 신발도 큰 인기다. 특히 1985년 출시한 리복의 대표 테니스 코트화 '클럽C85'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리복은 Y2K 유행에 발맞춰 지난해 10월 클럽C85를 재출시해 6개월 만에 5만 족을 판매했다. '프리미어 로드 플러스' 시리즈를 비롯한 러닝화도 젊은 세대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1020세대가 레트로 브랜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차별성' 때문이다. 과거 유행을 몸소 겪었던 기성세대 눈에는 촌스럽고 투박해 보일 수 있는 운동화가 그들에겐 새롭고 특별하다. 최근 아식스 젤 1090 제품을 구매한 정승아(23)씨는 "처음에는 디자인이 너무 튄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편한 옷에 신발 하나로 나만의 포인트를 줄 수 있어 즐겨 신게 됐다"고 말했다.
복고풍 스포츠화를 최근 유행하는 고프코어룩의 완성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평소 고프코어룩을 즐겨 입는 신한나(23)씨는 "지난해 실버 색상의 리복 러닝화를 샀다"며 "레트로 브랜드가 아웃도어 스타일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더 잘 표현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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