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관제에 뿌리 둔 美 공무원제
청문회 지연으로 25%는 공석
핵심요직 직대체제 명암 살펴야
지난주 미국의 해군참모총장으로 리사 프란체티 장군을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주한 미해군사령관을 지냈던 인연 때문에, 또 최초의 여성 해군참모총장이라는 특이함 때문에 나름 주목을 받는 듯하다. 그런데, 연방상원 인준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정보도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 미국의 해군참모총장은 상원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과반수 동의가 있어야 임명할 수 있다. 한국에서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직책이 고작 7개인 것과 비교된다.
군인,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미국의 연방공무원은 60만 명가량 된다. 그중에 대다수는 '늘공'이지만, 대통령이 임명하는 '어공'도 4,000명 정도이다. 그리고, 이들 중 약 1,200명은 연방상원의 인준을 받아야만 한다. 각 부처의 장관은 물론이거니와 차관, 실-국장, 그리고 산하기관 주요 간부까지 해당된다. 또, 세계 각국에 나가는 대사와 모든 연방판사도 상원 인준 대상이다.
먼저 의회의 강력한 권한이 인상 깊다. 사실 미국의 공무원 제도는 초기 엽관제(spoils system)로 시작되었다. 대통령이 자신을 정치적으로 지지한 사람들에게 한 자리씩 줬는데, 19세기 중반 앤드루 잭슨 대통령 시절에 매우 광범위하게 퍼졌다. 하지만 선거 승리 이후에도 관직을 못 받은 찰스 귀토라는 인물이 1881년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을 암살하고 나서는 미국도 정식으로 직업 공무원 제도를 도입했다. 또, 1939년 정무직과 일반직 공무원을 구분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 공무원에 대해 상원이 본격적으로 인준의 권한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후 상원 인준의 대상이 되는 공무원의 숫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인준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당연히 상원에서 인준이 지연되고 있다. 미시간주립대학의 오스트랜더 교수가 1987년 이후 인준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전체의 40% 정도가 지명 후 100일이 지나서도 인준을 못 받았고, 200일 이후까지 지연된 경우도 20%나 된다. 또한 상원 다수당이 야당인 경우, 상원의 다수당과 소수당의 이념갈등이 심한 경우, 공무원의 정책적 성향이 극단적인 경우, 그리고 비교적 하위직 공무원인 경우 상원에서 인준이 더 오래 걸린다고 한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손 놓고 놀지만은 않는다. 굳이 상원에서 인준을 받지 않고 그 자리를 공석으로 놔두거나, 다른 공무원을 직무대행으로 임명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지미 카터 대통령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평균 25% 정도의 자리를 임기 말까지 공석으로 유지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체의 3분의 1을 지명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현재까지 627명에 대해 상원 인준을 요청했는데, 인준 대상의 절반을 겨우 넘긴 수준이다. 또, 공석의 평균 60% 정도는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도 최소 183명의 직무대행을 임명했다.
예일대학의 키네인 교수가 1977년 이후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이 주요 보직을 공석으로 유지하거나 직무대행을 임명하는 기저에는 전략적 고려가 있다고 한다. 특히 대통령이 특정 정책에 집중하고자 하거나 이를 확대하려고 할 때, 상원 인준을 거쳐 적합한 사람을 임명하기보다는 직무대행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 정당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때에 대통령과 의회의 갈등이 있다면, 의회가 동의할 만한 무난한 인물보다는 대통령에 충성할 확률이 높은 인물이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소규모 개각 이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처럼 잘해보자"는 주장도 펼치던데, 남의 떡이 더 크게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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