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방탄소년단 등장 후 미국서 K팝 입지 변화>
한국어 노래, 1958년 도입된 빌보드 '핫100' 톱10에 8곡... 비영어권 노래 가운데 두 번째로 많아
BTS 공백? K팝 음반 세계 2위 수입국... 전년 대비 수입액 42% 증가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장 후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에서 K팝의 입지는 어떻게 변했을까. 한국어 노래가 미국 빌보드 인기곡 차트 톱10에 진입한 비영어권 노래 가운데 두 번째로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상반기 미국 음악 시장에서 한국어 노래가 재생된 비중은 2년 전과 비교해 1.8배 증가했다.
빌보드에 따르면, 1958년 '핫100' 순위가 도입된 후 올해 8월 셋째 주까지 10위 안에 든 비(非)영어곡 총 35곡 중 한국어 노래는 8곡을 차지했다. 19개 곡이 오른 스페인어 곡 다음으로 큰 비중이다. 독일어(3곡)와 프랑스와 이탈리어(2곡) 곡이 그 뒤를 이었다.
65년 동안 '핫100' 10위에 오른 한국어 노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2012년 10월)과 '젠틀맨'(2013년 5월)을 비롯해 방탄소년단의 '페이크 러브'(2018년 6월), '작은 것들을 위한 시'(2019년 4월), '온'(2020년 3월), '라이프 고스 온'(2020년 12월)과 방탄소년단이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와 함께 부른 '마이 유니버스'(2021년 10월), 지민의 솔로곡 '라이크 크레이지'(2023년 4월) 등이다. 8곡 중 6곡은 방탄소년단 노래였다.
'핫100'은 미국 현지 라디오 방송 횟수 점수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해 비영어곡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다.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주목받은 K팝의 성과는 미국 음악 시장에서 문화 다양성 실현의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빌보드는 "'핫100' 톱10에 오른 비영어 곡 23개가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등장했다"며 "그 이후 방탄소년단과 라틴 팝스타 배드 버니가 음악의 세계화를 확장했다"고 평가했다. '핫100'에 오른 일본어 노래는 사카모토 규의 '스키야키'(1963년 6월) 단 한 곡뿐이었다. 1980~1990년대를 호령했던 J팝을 넘어 K팝이 음악으로 아시아 문화의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8월 이 차트 정상에 오른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의 노래 '세븐'은 가사가 모두 영어라 집계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의 공백으로 둔화할 줄 알았던 미국 음원 시장에서 K팝의 약진은 이어지고 있다. 세계 음악 시장의 소비 흐름을 조사하는 루미네이트가 최근 낸 중간 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미국 음원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상위 1만 곡의 언어 비중은 영어(88.3%), 스페인어(7.9%), 한국어(0.9%) 순으로 집계됐다. 한국어 노래의 재생 순위는 2021, 2022년과 3위로 똑같지만 점유율은 2년 전 0.5%에서 지난해 0.7%로 오른 뒤 올 상반기에 또 상승했다. 이 보고서에서 루미네이트는 "K팝이 전례 없는 판매량과 스트리밍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불을 지핀 K팝 열풍이 스트레이키즈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뉴진스 등 2018년 이후 데뷔한 4~5세대 그룹에까지 옮겨붙으며 미국에서 세를 넓힌 결과다.
K팝 음반의 미국 수출도 호황이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올 상반기 미국의 K팝 음반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2% 증가했다"며 "미국이 일본에 이어 K팝 음반 주요 수출국 2위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2017년 같은 기간 K팝 음반 주요 수출국(관세청 통계) 세 곳은 일본, 중국, 대만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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