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거래·발췌 등 석연찮은 김만배 보도
그렇다고 독보적 탐사 언론 죽일 일인가
언론 위축과 견제 없는 권력이 더 위험
‘검사 시절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한 2022년 3월 뉴스타파 보도가 거짓으로 몰린 계기는 돈거래다. 대화 당사자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의 1억6,500만 원 책값 거래가 보도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게 당연하다. 대가성 여부는 결국 법원이 판단할 텐데, 뉴스타파가 최근 공개한 대화 전문이 의심을 더 키웠다. 언급된 다른 검사 이름을 굳이 생략한 대목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조사 대상(조우형씨)을 만나 사건을 무마했다는 오해를 의도한 게 아닌지 의심이 솟는다. 뉴스타파 측은 ‘핵심은 누가 커피를 타줬느냐가 아니라 김씨가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한 뒤 수사가 무마됐는지 여부’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리가 있으나, 세부적 사실이 본질적 진실과 무관하지 않다. 선거 사흘 전이라는 보도 시점도 실제 여파와 무관하게 석연치 않다.
이 모든 의심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문체부와 서울시가 신문법 위반과 등록취소를 검토하며 일제히 뉴스타파 죽이기에 나선 것에 결코 찬성할 수 없다. “민주공화국을 파괴하는 쿠데타 기도로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 반역죄”라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극언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여당이 인용 보도한 기자들까지 고발하고 포털 책임을 묻는 건 비판에 재갈 물리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극악스러운 유튜브 채널조차 마음대로 없애지 못하는 게 우리나라가 일궈낸 민주화의 유산이다. 하물며 탐사보도에 굵직한 성과를 낸 언론을 이렇게 쉽게 문 닫게 한다면 그야말로 민주공화국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뉴스타파가 천명해 온 사실 우선의 원칙, 비당파성의 원칙은 비록 이번에 훼손된 면이 있지만 만만히 볼 게 아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가 열린 2019년 7월 8일 뉴스타파는 윤 대통령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의혹 사건에 변호사를 소개했다’고 말한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이를 줄곧 부인했던 윤 대통령은 청문회에서 위증으로 궁지에 몰렸다. 뉴스타파는 유일한 수입원인 정기 후원이 급감했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야합했다’는 험한 댓글들이 홈페이지를 도배했다. 몇 달 뒤 윤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며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자 ‘사죄드린다’ ‘후원 증액한다’는 참회가 뉴스타파에 쏟아졌다. 여기서 정파적인 것은 뉴스타파인가, 뉴스 소비자들인가.
독립 언론 뉴스타파는 주류 언론이 자원 투입을 줄여온 탐사보도의 공백을 메워왔다. 2013년 6월 조세회피처 한국인 명단 보도가 대표적이다. 국가정보원 간첩 증거 조작 특종은 주류 언론의 보도 흐름을 바꿨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가장 방대한 아카이브를 구축했고, 면밀한 팩트체크로 외력이나 음모는 없음을 일관되게 보도해 왔다. 뉴스타파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런 뉴스들을 어디서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나는 이런 언론이 결코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뉴스타파가 ‘너마저 정파적으로 기운 거냐’는 의구심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해소한 뒤 탐사 언론 본연의 역할을 꿋꿋하게 이어가기를 고대한다. 뉴스타파만이 할 수 있는 집요한 취재로, 누구든 세금을 낭비하거나 권한을 남용하는 데에 주저하게 만들기를 원한다. 이 언론을 지키는 일은 단지 수십 명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권력 감시와 진실 규명으로 기여해 온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시민들이 이를 자기 문제로 여기기를 희망한다. 언론이 위축될 때 권력이 ‘족쇄 풀린 리바이어던(괴물)’이 된 사례는 인류 역사에서 확인되었다. 없어져야 할 언론이 내 마음에 안 드는 언론인가. 권력의 마음에 드는 언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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