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기획취재공모전 우수상작
[꿀벌 집단 실종과 네오닉계 농약]
① 4대강과 지하수에서 검출된 '꿀벌 킬러' 살충제
편집자주
한국일보 제4회 기획취재 공모전에 당선된 우수상 2편을 게재합니다. ‘약Q정전’에서는 ‘성분명 처방’과 ‘상품명 처방’을 둘러싼 양측의 주장을, ‘꿀벌 집단 실종과 네오닉계 농약’에서는 네오닉계 농약 사용에 허점은 없는지 그 실태를 조명합니다.
취재팀,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 단독 입수
한강 등 4대강ㆍ지하수서 네오닉계 농약 검출
국내 꿀벌이 네오닉계 농약에 노출된 정황
국내 4대강과 지하수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이하 네오닉) 계열 농약 성분들이 높은 빈도와 농도로 검출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네오닉계 농약은 꿀벌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탓에 유럽 연합에서 실외 사용이 전면 금지된 농약이다.
취재팀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미향(무소속)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국립환경과학원의 2021년, 2022년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국내 4대강에서 네오닉계 농약인 이미다클로프리드(IMI)와 티아클로프리드(THD) 등 2종이 검출됐다. 지하수에서는 IMI, 클로티아니딘(CLO), 티아메톡삼(THM), 디노테퓨란(DTN) 등 4종이 검출됐다. 네오닉계 농약 성분이 국내 4대강과 지하수에서 검출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0년대부터 널리 사용된 네오닉계 농약은 유럽에서 '꿀벌 킬러'로 알려져 있다. 2018년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네오닉계 농약 3종인 IMI, CLO, THM이 꿀벌에 매우 유해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유럽연합은 같은 해 해당 농약들의 실외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네오닉계 농약이 자유롭게 유통·판매되고 있다. 한국작물보호협회 ‘농약 연보’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네오닉계 농약의 판매량은 1,426억 원으로 전체 살충제 판매량의 22.7%를 차지했다. 그동안 네오닉계 농약이 꿀벌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정확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네오닉계 농약, 4대강 전역에서 검출
취재팀이 확보한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보고서 ‘미관리 수질오염물질 탐색체계 구축’(2022)을 보면, 국내 4대강에서 IMI가 광범위하게 검출됐다. 연구진은 2022년 6월과 8월, 2023년 1월 등 총 3차례에 걸쳐 4대강 유역 130곳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연구진이 확인한 73종의 오염 물질 중 네오닉계 농약은 IMI와 THD 2종이 포함됐다.
특히 3번에 걸친 모니터링에서 IMI는 130개 지점 중 각각 120, 122, 102곳에서 검출됐다. 가장 높은 검출빈도를 보인 살균제 테부코나졸(127, 128, 126곳)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검출빈도를 보인 것이다. THD는 각각 72, 67, 37곳에서 검출됐다.
IMI는 농도 면에서도 수생 생물에 유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취재팀은 네오닉계 농약의 농도가 생물에게 유해한 수준인지 확인하기 위해 4대강에서 검출된 네오닉계 농약의 평균 농도를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치와 대조했다. 그 결과 4대강 상당수 지점에서 IMI의 농도가 EPA의 ‘수중 무척추동물 대상 만성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EPA는 ‘생물이 만성 기준치를 초과하는 농도의 농약에 수 주에서 수년까지 노출되면 생식능력과 이동성 등 중요한 기능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EPA는 IMI의 만성 기준치(수중 무척추동물 대상)를 10ng/L(나노그램, 1ng은 10억 분의 1g)으로 설정했다.
전체 130개 지점 중 IMI 농도가 EPA 기준치(10ng/L)를 초과한 지점은 1~3차 조사에서 각각 104, 91, 41곳으로 나타났다. IMI의 농도는 1, 2차 모니터링에서 특히 높았는데, 검출 지점의 평균 농도는 각각 47.9ng/L, 23.8ng/L로, EPA 기준보다 2~4배 이상 높았다. 3차에서 조사된 41곳의 평균 농도는 8.5ng/L였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은 “EPA 기준치는 수생 생물을 대상으로 하지만, IMI가 국내 4대강에서 이렇게 높은 빈도와 농도로 검출됐다면 수생 생물뿐만 아니라 꿀벌 등 육상 생물에 대한 위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하수까지 흘러든 네오닉계 농약
네오닉계 농약은 지하수에서도 높은 빈도로 검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21년 연구보고서 ‘지하수 미규제 오염물질 통합수질조사’를 보면, 지하수에서는 IMI, CLO, THM, DTN 등 4종의 네오닉계 농약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2021년 전국 지하수 관측 지점 총 200곳을 선정해 농약 물질 73종을 모니터링했다. 모니터링 대상 중 네오닉계 농약은 IMI, DTN, CLO, THM 4종이 포함됐다. 시료 채취는 1차(6~9월), 2차(9~11월) 두 번에 걸쳐 수행됐다. 1차 모니터링 결과 IMI, DTN, CLO, THM이 200개 지점 중 각각 41, 37, 36, 36곳에서 검출됐다. 그리고 2차 모니터링 결과, 각각 32, 32, 32, 27지점에서 검출됐다. 두 번의 모니터링을 종합하면 IMI, DTN, CLO, THM은 전체 73종의 농약물질 가운데 각각 2, 3, 4, 6번째로 높은 검출 빈도를 보였다.
IMI와 CLO의 평균 농도는 지하수에서도 EPA의 만성 기준치를 초과했다. IMI는 1ㆍ2차 모니터링에서 검출된 지점의 평균 농도가 각각 24.25ng/L, 23.63ng/L로 나타났다. CLO도 1차 모니터링에서 61.16ng/L로 나와, CLO의 만성 기준치(수중 무척추동물 대상)인 50ng/L를 초과했다. 다만 이듬해 작성된 2022년 보고서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전문을 공개하지 않아 취재팀은 전문이 확보된 2021년 보고서를 분석했다. 최 위원은 “그동안 한국에서 네오닉계 농약은 꿀벌에 위해성이 낮다고 여겼는데, 네오닉계 농약은 물에 희석돼 낮은 농도로 사용되고, 꽃이 피는 시기에는 사용이 규제되기 때문"이라며 "반면 모니터링 결과 네오닉계 농약은 전국의 강과 지하수에 잔류하고 있어 국내 생태계가 네오닉계 농약으로 인해 광범위하게 오염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폐사한 꿀벌에서 발견된 농약 성분
실제로 국내 꿀벌 사체에서 네오닉계 농약은 꾸준히 검출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식물위생연구부가 발표한 ‘꿀벌 질병 진단 실적’을 보면, 2021년과 2022년에 죽은 꿀벌을 대상으로 43종의 농약물질을 검사한 결과 CLO가 가장 높은 빈도로 검출됐다. CLO는 2022년 121개 시료 중 18개, 2021년 66개 중 12개에서 검출됐다. CLO는 43종의 모니터링 대상 농약 물질 중 2년 내내 가장 많이 검출된 농약이었다. THM은 2022년 121건 중 4건, 2021년 66건 중 3건이 검출됐다. IMI는 검출되지 않았다.
해당 검사의 결과 분석을 담당한 조윤상 농식품부 동식물위생연구부 연구원은 “이 진단 결과는 진단 시료 수가 적어 꿀벌이 무슨 농약에 많이 노출되는지 일반화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꿀벌이 네오닉계 농약에 꾸준히 노출된 것은 어느 정도 사실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공모전 당선작 내용은 본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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