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고양이 무단방사만으로 처벌 어려워
동물단체 "무단포획, 방사는 동물학대"
이를 막기 위한 동보법 개정안 발의되기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아파트에서 케어테이커들(동네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이 돌보는 고양이 수십 마리를 경기도의 한 야산에 푸는 이른바 '무단 방사' 시도가 논의되고 있어 논란이다. 동물단체들은 "중성화 수술이나 학대를 받은 동물의 구조 목적이 아닌 '무단 포획 및 타 지역 무단 방사'는 명백한 동물학대"라는 입장이다.
13일 강남구청과 동물단체들에 따르면 삼성동의 한 아파트는 최근 주민투표를 통해 동네고양이 급식소를 철거하고, 아파트 내 먹이 주는 활동을 금지했다. 나아가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달 말부터 이곳에 사는 고양이 약 30마리를 포획틀로 포획해 경기도의 야산에 방사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들 고양이 대부분은 지방자치단체 사업의 일환으로 이미 중성화가 완료된 개체들이다.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각 동물단체들이 무단 방사의 문제를 지적하고 우려를 표명하자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입주민 안전사고와 지하주차장 피해, 길고양이 소음 피해 재발방지 방안을 제출하라며, 미 제출시 이주 방사를 추진한다"며 입장을 바꿨다. 이에 대해 케어테이커들은 "모든 책임을 캣맘에게 돌리기 위한 시도"라고 반박했다.
현행법상 무단 방사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무단 방사 과정이나 방사 이후 고양이들이 다치거나 죽게 되면 동물보호법상 처벌만 가능하다. 하지만 영역동물인 고양이에게 준비되지 않은 방사는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점을 악용해 고양이가 생존하기 어렵도록 몸에 물을 뿌리고 수십 ㎞ 떨어진 곳에 "이주 방사했다"는 등 관련 인증글들이 올라왔다. 또 실제 대전과 충남에서도 길고양이를 포획해 낯선 곳에 풀어놓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올해 초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길고양이를 포획해 낯선 장소에 풀어놓는 학대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김정아 활동가는 "이른바 이주 방사는 재개발 지역에서 갑자기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한 길고양이를 위해 밥자리 이동이 불가능할 경우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동물보호 활동"이라며 "이때도 방사할 장소에 야외 계류장 확보 등 점진적으로 신중하게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김 활동가는 "무단 방사는 고양이 혐오자들이 고양이를 학대하기 위한 행위"라며 "설사 고양이를 포획해 다른 지역에 방사한다고 해도 아파트 내에 길고양이가 유입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강남구청은 아파트 관리사무실, 주민들이 합의할 수 있도록 중재에 들어갔지만 무단 방사와 관련한 법이나 지침이 없는 점이 아쉽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는 "무단 방사는 법에 없는 영역이라 시민들 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만일 다른 곳에 방사하려고 한다면 급식소 설치, 계류장 확보 등 그곳에서도 고양이들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자체에 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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