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기무라 다쿠야, 오다기리 조 이후 뚝 끊겼는데...日 청춘스타 팬미팅, 공연 봇물
요아소비, 아카소 에이지 등 줄줄이 방한... 'J웨이브' 이후 변화
亞 진출 소극적이었지만 "韓 접점 늘려 세계로"
일본 연예인의 한국 팬미팅에 순두부 등장한 사연
"참고로 난 순두부를 좋아해."
일본 배우 아카소 에이지(29)는 10월 21, 22일 서울 노원구 소재 광운대 동해문화예술관에서 열리는 한국 팬미팅 행사 부제를 이렇게 달았다. 이 일본 배우의 한국 팬미팅 관계자는 "아카소가 한국 음식 순두부찌개를 좋아해 직접 지은 행사 제목"이라고 설명했다. 아카소처럼 요즘 일본인 사이에선 순두부찌개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한국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2020)에서 순두부찌개를 접한 뒤 여기에 빠진 일본인들이 부쩍 늘었다. 일본 TV에서 현지 배우가 식당에서 순두부찌개를 주문한 뒤 친구와 "순두부? 알지. 이태원(클라쓰) 때문에 유명했잖아"라고 대화하는 장면이 드라마('나를 위한 한끼-포상밥'·2021)에서 나올 정도다. 순두부를 콕 짚어 한국 팬들과 공감대를 쌓은 아카소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에서도 공개된 드라마 '체리마호: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2020)와 한국 넷플릭스에도 소개된 영화 '좀100: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2023) 등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일본 청춘스타다.
"일드 소비 2.4배 증가" 연어처럼 돌아온 日 스타들
최근 일본 청춘스타들의 내한 행사도 잇따르는 추세다. 소금처럼 맑은 느낌의 미남이란 뜻의 '소금남'이라 불리며 국내 20, 30대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우 사카구치 겐타로(32)와 노래 '나이트 댄서'로 국내 유튜브에서 K팝 남자 아이돌그룹 노래보다 주목받은 가수 이마세(23) 등 최근 6개월 사이 일본 청춘스타들이 한국으로 건너와 팬미팅을 진행한 사례는 세 건을 넘는다. 반응도 뜨겁다. 지난 9일 서울 양천구 로운아트홀에서 열린 사카구치의 팬미팅 티켓은 2회 모두 예매 시작 당일 매진됐다.
기무라 다쿠야와 오다기리 조, 다마키 히로시 등이 2000년대 한국에서 팬미팅을 연 이후 차세대 일본 청춘스타들의 한국 팬미팅 개최는 사실상 뚝 끊겼다는 점에서 이는 반전이다. 일본이 아시아에서 행사하던 문화 주도권이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등 K팝 그룹과 '사랑의 불시착'(2019) 등 드라마를 앞세운 한류로 2010년대 중반 이후 한국으로 확 넘어온 여파다. 이렇게 일본 연예인과 한국 팬들의 교류의 장이 한동안 열리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요즘 일본 청춘스타들의 잇따른 한국 팬미팅 개최는 이례적이다.
이런 변화의 밑바탕엔 한국의 2030세대가 주도하는 'J웨이브'가 있다. 왓챠에서 6~9월 일본 콘텐츠의 국내 재생 시간(분)은 3년 전 동기 대비 2.4배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지은(22)씨는 "학교에서 (배구를 소재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하이큐'를 너무 재미있게 보고 그 뒤 일본 콘텐츠를 OTT에서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영서(21)씨도 "전에는 일본 문화에 하나도 관심 없었는데 (짧은 동영상 콘텐츠인) 릴스나 쇼츠에서 자꾸 이마세의 '나이트 댄서'가 나와 올봄부터 J팝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처럼 OTT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젊은 세대가 일본 대중문화를 광범위하게 접하고 즐기면서 일본 스타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져 일본 청춘스타들의 내한 행사가 이어지는 것이다.
'J웨이브'가 바꾼 J팝 공연 특수
이런 변화의 바람은 공연 시장에도 불고 있다.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주제곡 '아이돌'을 불러 국내에서도 유명한 그룹 요아소비(12월 16일·고려대 화정체육관)를 비롯해 '스즈메의 문단속' 삽입곡을 부른 레드윔프스(이하 7월 공연),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실린 노래 '제제로감'으로 사랑받은 텐피트 등 일본 가수들의 내한 공연이 올 하반기에만 세 건 이상 몰렸다. 불과 3, 4년 전만 해도 J팝 가수의 내한 단독 공연은 1년에 한두 번 이뤄질까 말까였다. 아카소 내한 팬미팅 관계자는 "아카소가 출연한 일본 영화 '사랑받고 사랑하고 차고 차이고'가 2년 전 국내에 개봉했을 때 한국 팬들이 국내 개봉을 축하해 지하철 2호선 역사에 아카소 광고를 건 적이 있다"며 "국내에 아카소 팬층이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판단돼 이번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엔터 산업에 관심"
그간 많은 일본 스타는 든든한 내수 시장을 믿고 아시아 시장 진출에 소극적이었다. 그랬던 일본 연예계가 한국 소비자와의 접점을 점점 늘리려는 데는 한국을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은 세계 콘텐츠 시장의 거점"이라며 "일본 연예계가 K콘텐츠 산업과 국내 소비자와의 교류를 확대해 한국을 발판 삼아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아오키 무네타카는 5월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3'에 살인자 역으로 출연했고, 이달 초 한국에서 팬미팅을 마친 사카구치는 한국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출연을 검토하고 있다. 이마세는 한국 연예기획사 하이브가 운영하는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까지 들어갔다. 아오키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범죄도시3'로) 도전할 수 있다는 것에 설레고 흥분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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