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사변 발발 92주년, 사이렌 안 울려
아시안게임 일본팀 '과잉 배려' 논란
중국은 만주사변 발발의 '국치'를 잊지 말자는 취지로 매년 '가상 공습 사이렌'을 울려왔지만, 올해는 저장성 항저우에선 생략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일본 대표단을 '과잉 배려'한 게 아니냐고 중국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중국에서 '9·18사변'으로 불리는 만주사변은 1931년 9월 일본군이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남만주 철도를 폭파한 뒤 중국 군벌의 소행으로 덮어씌우고 만주 공격에 나선 사건이다. 중국은 희생자를 추모하고 일제의 만행을 잊지 말자는 뜻으로 매년 9월 18일 오전 9시 18분에 맞춰 만주사변 현장인 선양과 난징, 선전, 란저우, 시안 등 주요 도시에서 사이렌을 울려왔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문이냐" 인터넷 게시물 삭제
20일 홍콩 명보는 "만주사변 발발 92주년인 18일 전국 주요 도시에서 공습 사이렌이 울린 반면 항저우에선 사이렌이 울리지 않았다"며 "항저우시 당국에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23일 개막하는 아시안게임을 의식한 조치라는 의혹이 확산됐다. 명보는 "항저우에 체류하는 일본인들의 시선을 고려한 게 아니냐고 주장하는 인터넷 게시물들이 삭제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에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사상 최대 규모인 1,137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항저우시는 "매년 5월 12일이 (항저우가 속한) 저장성의 방공·방재 훈련일이라 5월에 방공 사이렌을 울리는 것으로 갈음했다"면서 "아시안게임을 의식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항저우시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9월 18일마다 사이렌을 울렸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일 정서 부추길 땐 언제고" 비판론
항저우시에 대한 중국인들의 분노를 부추긴 건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이후 치솟은 반일 감정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4일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직후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중국인들 사이에선 일본 제품을 사지 말자는 '노 재팬(No Japan)'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산둥성 칭다오에 있는 일본인 학교를 향해 중국인이 돌을 던지는 사건도 벌어졌다. 일본인들을 보호해달라는 일본의 요구에 중국 외교부는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오염수를 방류하는 일본의 행태에 대한 이웃 국가들의 비판이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며 사실상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태도를 취해왔다.
중앙정부와 항저우시의 엇박자를 꼬집는 여론도 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 웨이보는 "(정부가) 반일 감정을 부추길 땐 언제고 정작 일본인들 앞에선 9·18사변 추도조차 못 하느냐"고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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