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자와 기부자 공범 처벌은 법리적 불가"
재판부 권고에도 검찰이 공소장 안 바꿔
김용(57)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유동규(54)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라인 주요 측근이었던 두 사람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공범으로 나란히 재판을 받았지만, 완전히 엇갈린 1심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는 지난달 30일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한 반면, 유 전 본부장에겐 무죄를 선고했다.
돈 전달을 자백한 유 전 본부장이 무죄를 받은 이유는 법원이 그를 '정치자금 수수의 공범'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만약 검찰이 2심에서 유 전 본부장의 지위를 '정치자금 조성 및 공여의 공범'으로 바꾼다면, 그 역시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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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본부장은 2021년 4~8월 네 차례에 걸쳐 이 대표의 대선 경선에 쓸 목적으로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조성한 '8억4,700만 원을 김 전 부원장과 함께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유 전 본부장을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그가 불법 정치자금을 함께 수수한 공범이 아니라는 이유다.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 요구를 유 전 본부장이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에게 알려주고,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업자들이 조성한 불법 정치자금을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가 조성한 정치자금을 분배·관리·사용할 재량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서 "김 전 부원장과 정치자금의 용처 등에 대해 상의하거나 남 변호사로부터 받은 액수 등에 대해 논의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실제 돈을 받아 쓰는 쪽이 아니라 '연락책' 내지 '전달책'이라는 얘기다.
유 전 본부장은 '받는 쪽'이 아니라 '주는 쪽'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결국 유 전 본부장이 불법 정치자금 전달을 자백했지만 재판부가 그를 무죄로 본 이유는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불법 자금 전달자와 수수자(대향범)를 '수수의 공범'으로 묶어 처벌하는 건 법리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유 전 본부장이 이번 재판에서 자금 조성 및 기부의 공범으로 기소됐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란 얘기이기도 하다.
법원이 자의적으로 '조성 및 기부의 공범'으로 유죄를 내리지 않은 이유는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그렇게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유·무죄를 따지지 않는다(불고불리의 원칙). 재판부는 "검찰에 유 전 본부장을 과연 정치자금을 수수한 공범으로 볼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고 했지만 검사는 공소사실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검찰이 항소심에서 '불법 자금 수수'가 아니라 '불법 자금 조성 및 기부' 혐의를 적용하면 유 전 본부장도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하고 기부한 혐의로 기소된 남 변호사가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점을 감안하면, 자금 조성에 관여하지 않은 유 전 본부장의 형량은 유죄를 받더라도 남 변호사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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