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근현대사 현장 61곳에 동판 설치
8개나 유실, 8년간 현황 전수조사 아예 안 해
6개는 아직도 미설치… 市 "내년에 전수조사"
독립운동가 장준하 선생이 창간한 '사상계'를 발행했던 곳임을 알리는 동판이 감쪽같이 사라진 가운데 노동인권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전태열 열사의 동판도 두 차례나 유실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우리 근현대사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인물과 사건, 장소 등을 기리려 8년 전부터 지금까지 관내에 61개의 바닥동판을 설치하고도 지금까지 전수조사 한번 실시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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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시민‧전문가의 추천과 검토를 거쳐 근현대사(1894년 동학농민운동 이후) 속에서 인권사적 가치가 높은 사건이 발생했던 현장을 엄선, 바닥동판을 설치하는 사업(인권서울기억)을 2015년부터 시작했다. 그해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시청 앞 녹지대에 인권조형물과 남산 옛 안기부 자리에 인권현장 안내 표지판 등 9개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61개의 바닥동판을 만들었는데 8개가 유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재설치된 것도 2개뿐이다.
2016년 청계천 평화시장 입구에 설치됐던 전태일 열사 동판은 두 차례나 사라졌다. 전 열사는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다 1970년 이곳에서 분신해 노동운동 발전과 근로환경 개선을 이끈 인물이다. 이를 기리려 동판에는 '1970.11.13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 여기서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런데 시가 지난해 6월 중구와 종로구 일대만 현황 조사했을 때 동판 유실이 드러났고, 평화시장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3개월 뒤 원래 자리에 재설치했다. 이후 차량 통행이 많은 탓에 또 떨어졌고, 이번엔 전태일 재단이 보관 중이던 동판을 받아 시는 올해 5월 청계천 버들다리(전태일다리) 위에 있는 전태일 동상 옆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설치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날을 선포했던 종로구 삼일대로 현장에는 '어린이 권리 선언 터' 바닥동판이 2016년에 만들어졌으나 역시 지난해 6월 조사 때 유실이 확인돼 지난해 다시 설치됐다.
이번에 유실이 확인된 '사상계 터' 동판을 비롯한 나머지 6개 동판은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6월 사라진 것이 확인된 덕수궁 대한문 동판의 경우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아직도 미설치 상태다. 시 관계자는 "문화재청의 복원공사 도중 유실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아직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설치가 미뤄지고 있다"며 "나머지 동판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제작해 설치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동판 유지‧관리에 소홀한 시 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6월 동판이 많이 설치된 종로구와 중구 일대만 자체 조사했고, 사업 시작 이래 자체적으로 61개 전체의 상태를 조사한 적은 아직 없다"는 담당부서 설명도 설치만 해놓고 '나 몰라라' 했음을 방증한다. 동판 유실이 반복되자 시는 올해 처음으로 전수조사를 하려 했다가 1년 미뤘다. 시 관계자는 "한 시민이 61개 동판이 설치된 현장을 모두 답사해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려 (상태가 확인돼) 내년부터 실시하기로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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