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가장 많은 비난을 받지만, 정치와 정치인의 역할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전문적 식견에 따뜻함을 더한 마음으로 정치를 생각하는 두 청년의 솔직한 토론을 통해 한국 정치의 발전을 모색한다.
본연 가치 잃어버린 민주당
부패 혐의 이 대표에 면죄부
자정 기능 회복이 총선 열쇠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 본연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 이낙연 전 대표의 지적처럼 민주당은 도덕적 감수성이 무너진 상태이다. 전현직 대표들이 범죄 혐의에 휩싸인 사실이 민주당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는 돈 봉투 사건으로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재명 대표는 여러 가지 재판에 연루되어 있다.
당 차원에서 대응하는 방식은 더욱 가관이다. 민주당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에 대해 직무를 정지할 수 있는 당헌당규를 예외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개정했고, 그래서 이 대표는 직무정지에서 예외가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 대표는 수차례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한 것으로 해석되는 단식을 하기도 했다. 과거 민주당은 '보수정당보다 부정부패 면에서 도덕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자부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이런 인식이 결국 민주당 내 '원칙과 상식'의 '통합비대위' 요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납득 불가능한 후보자 적격 심사도 그렇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모 특보는 고문치사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받았지만 '적격' 판정을 받았다가 여론의 반발이 강하자 '부적격'으로 결과가 뒤집혔다. 그런가 하면 국회의원 당시 '윤창호법'을 발의했다가 음주운전으로 논란이 되었던 모 의원도 적격 판정을 받았다. 도덕적 감수성을 바로잡아야 할 적격 심사는 오히려 정적 제거의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다.
끊이지 않는 민주당 인사들의 막말 퍼레이드도 한심하다. '설치는 암컷' 같은 표현은 그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지적하기보다는 옹호하는 인사들이 더 많았던 것이 문제다. 여성 인권 제고를 위해 노력했던 과거의 민주당의 모습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꼴이 된 것이다. 586운동권 세력의 선민의식은 본인들의 잘못에 면죄부를 주고만 있다. 지켜보는 국민들은 허탈감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총선을 제대로 치르려면 지난 과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당장 내년 선거제도가 그렇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대의를 내세우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작했지만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이용했다. "야당이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민주당도 대응했을 뿐이다"라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제 와서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려는 민주당 인사들의 움직임에 국민들은 환멸을 느낄 뿐이다. 명분을 잃은 정치는 내년 총선에서 심판 대상이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본연의 민주당 DNA를 되찾길 바란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내 도덕성을 바로잡고, 명분 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국민의 평가를 받는 길일 것이다.
한 위원장의 실망스러운 첫 행보
對용산, 종속적 관계 회복해야
윤 대통령·김 여사에 고언해야
정치인 한동훈의 행보가 시작됐다. 한 전 법무부 장관은 집권여당 비대위원장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정체된 불리한 여건과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겹쳐 여당엔 악재다.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내야 하는 한 위원장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수락 연설에서 한 위원장은 '한동훈이 한동훈했다'라고 할 법한 말들을 쏟아냈다. 평소보다 더 공격적이고 전투적이었다. 여권에 불리한 윤 정권 심판론을 386운동권 심판론으로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민주당을 겨냥한 '칼 같은 말'들의 향연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세 가지 근본적 변화를 이뤄내지 않는다면 한 위원장은 실패할 것이다. 첫째, 윤석열 정부가 철 지난 이념전쟁과 역사왜곡을 포기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직도 충격으로 남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쟁이 대표적이다. 국가가 나서서 조악한 논리와 모욕적 프레임으로 홍범도 장군이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역사를 정면으로 부정했던 부끄러운 윤 정부의 민낯이었다. 왜곡된 역사관을 국민들에게 강요하며 역사를 입맛대로 '짜 맞추기' 하거나 '취사선택'하는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도 모자란 시간에 철 지난 이념전쟁으로 국민 마음을 사보겠다는 얄팍한 환상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지속되는 이념논쟁은 국가와 국민의 불행이다.
둘째,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가 용인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쓴소리했다는 이유로 배제됐던 이들도 품어야 한다. 수직적 당정관계를 넘어 종속적 용산직할체제가 한 비대위원장이란 마지막 퍼즐을 통해 완성되었다. 대통령의 습관성 격노에 여당은 계속 끌려다니기만 했다. 아닌 것을 아니라 말하지 못하는 시간들을 방치해 왔던 국민의힘을 보며 국민들은 절망했다.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가 '반역'처럼 여겨지는 국민의힘의 비정상적 토양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을 품지 못한다면 결국 국민의힘은 낭떠러지로 내몰릴 뿐이다.
셋째,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들에 대해 공식 사죄하고 대통령실에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신설을 제안해야 한다. 김 여사와 관련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민주당이 논란을 만들고 악의적으로 선동한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이야말로 선동일 뿐이다. 핵심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관련된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 그 배경에는 김 여사에 대한 투명한 공적 보좌체계가 부재하다는 점에 있다. 심지어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의 명확한 입장도 없다.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김 여사의 문제를 언제까지 방치하고 회피할 셈인가.
한 위원장은 본인이 그토록 강조한 '선민후사'라는 말처럼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게 양심을 걸고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김건희 특검법을 악법이라 규정하는 한 위원장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묻는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반기를 들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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