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나호오피 하와이 관광청장
"집과 차를 잃고 생계유지가 막막해진 이재민이 많다. 이들은 경제적 지원과 일자리를 가장 시급한 것으로 꼽는다.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면 하와이를 떠날 수 있다는 경고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州) 오아후섬 하와이관광청에서 만난 다니엘 나호오피 청장은 지난해 8월 발생한 마우이 화재로 피해를 입은 라하이나 주민들을 돕는 일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이재민들이 한번 하와이를 떠나 미국 본토로 건너가면 아픈 기억이 있는 이 섬에 다시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며 "그건 하와이 입장에선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에 탄 집 차 나무 등 잔해를 치우고 풀과 나무를 새로 심고 주택과 상가 등을 짓는 데 3년은 걸릴 것으로 봤다. 나호오피 청장은 "전기와 식수가 공급돼야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특히 재난의 기억에서 벗어나려면 관광객들이 찾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다수가 관광 산업에 종사하는 지역 특성상 폐허가 된 마을을 살리려면 여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역설이다. 그는 이어 "초대한다고 전 세계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오는 게 아니다"라며 "계획을 세우고 오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사이 지역 주민들은 익숙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재난 지역 여행, 어떻게 해야 할까
하루나 반나절 동안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은 없나요?
'아주 특별한 재난 사용법'을 다룬 윤고은의 장편소설 '밤의 여행자들'(민음사)을 염두에 두고 한 질문이었다. 재난을 겪은 마을을 여행할 때 복구 작업에 동참할 수 있게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접목시켜 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일리히아 관광청 사무국장은 "실제 지역사회 관계자들과 자원봉사 관광을 논의하고 있다"며 "호텔이나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하루 또는 여섯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고르면 숙박권이나 저녁 식사권 등을 주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복구에 힘을 보태고 주민과 대화하며 연대감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호오피 청장은 "국제 뉴스를 접한 전 세계 여행객들은 재난을 겪은 지역으로 여행 가기를 자제한다"며 산불 피해를 입은 캐나다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여행을 오면 교통 체증을 겪고 관광지가 문을 닫아 불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같은 달 7일 기자가 마우이섬 중남부 케알리아 연못을 취재한 뒤 라하이나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는 동안 내비게이션과 달리 여러 우회로를 타야 했고 40분 거리를 가는 데 두 시간가량 걸렸다.
끝으로 "마우이에 산불이 났다고 하와이에 가면 안 된다는 건 오해"라고 강조한 그는 "마우이는 하와이의 여러 섬들 중 하나이고 그중에서도 라하이나는 마우이섬의 서쪽"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하와이주와 관광 업계가 한마음으로 마우이를 되살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며 "여름휴가 선택지로 하와이를 생각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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