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서지연 부산시의원 주최
'을숙도 길고양이 중성화 급식소 사업' 공청회
"실태 조사 없는 일방적 문화재청 명령 아쉬워"
문화재청이 철새 도래지인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를 이달 말까지 철거할 것을 요구한 가운데 동물단체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실태조사도 없이 민원에 의해 일방적 철거를 요구하는 문화재청의 조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23일 부산 부산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을숙도 길고양이 중성화 급식소 사업' 공청회에서는 부산시와 사하구청, 낙동강관리본부, 낙동강하구에코센터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급식소 철거 여부와 해결 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공청회는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서지연 부산시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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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숙도는 천연기념물 제179호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에 포함된 섬으로, 섬 전체가 문화재보호구역이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지자체는 2016년 고양이가 철새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에 따라 급식소를 설치, 운영해왔다. 당시 단체는 문화재청에 급식소 설치를 위한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했으나 문화재청 심의에서 반려됐다. 이미 급식소를 설치, 운영한 이후 반려 통보를 받았다는 게 단체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급식소가 설치된 지 7년이 지난 지난해 10월 문화재청은 "조류, 환경단체의 민원에 따른 것"이라며 급식소를 모두 철거하고 원상복구하라는 공문을 각 지자체에 보내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문화재청의 명령에 따라 지자체가 운영하던 급식소는 철거됐고 현재는 단체가 설치한 급식소 15개가 운영되고 있다.
동물단체는 급식소를 운영하고 중성화 수술(TNR)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면서 오히려 고양이 수가 줄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2016년 을숙도 내 길고양이는 200여 마리였는데, 그동안 184마리를 대상으로 TNR을 실시했고 현재는 70여 마리가 사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또 급식소를 철거하면 오히려 먹잇감 사냥을 위해 철새가 서식하는 습지보호구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얘기한다.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을숙도 내 급식소는 모두 문화회관, 축구장, 수영장 등 시민 편의시설이 집중된 이용지구 내에 위치해 있다"며 "고양이들이 철새가 사는 습지보호구역으로 이동한 일은 확인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문화재청 측에 공청회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당시와 달라진 상황을 전달했지만 담당자로부터 현상변경을 다시 신청하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에 조만간 현상변경을 재신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부산시와 사하구는 상위기관인 문화재청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 의원은 "급식소가 철거되면 남은 고양이들 관리는 고스란히 부산시와 사하구의 몫이 된다"며 "이에 대한 대안도 없이 일방적 명령을 하는 문화재청의 고압적인 태도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실태조사도 이뤄진 적이 없고 객관적 평가가 없는 상태에서 일부 민원과 공무원에 의해 내려진 판단은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부득이하게 철거가 논의돼야 한다면 고양이의 복지와 공존을 위한 부분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은 "이미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동물인데 단지 이들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의 민원에 의해 갑자기 배제해야 하는 존재로 규정하는 점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 원장은 이어 "문화재보호구역이라 부득이하게 급식소의 이동이나 철거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해도 그곳에 살던 고양이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부분도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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