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대체복무 공중방역수의사,
지난해 이어 앞으로도 미달 우려
개원 선호 수의공무원 모집난에
공방수까지 미달로 인력난 가중
현역 2배 넘는 장기 복무기간에
처우 개선 현역 희망자 증가 추세
"수의직공무원도 부족한데 공중방역수의사까지 정원미달이라고 하니 앞이 캄캄합니다. 가축전염병이 대규모로 확산하지 않을까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입니다." (김철순 경북도 동물방역과장)
현역병 복무기간 단축, 처우개선의 여파가 공중방역수의사(공방수)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의대생들의 공보의 기피로 의료취약지 의료공백이 우려되는 가운데 수의대생들의 공방수 지원마저 급감하며 가축방역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5일 경북도와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대공수협)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공중방역수의사는 정원(150명)에서 23명이 미달했다. 공방수는 수의대 재학생 중 선발하는데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뒤 농림축산검역본부나 시·도 동물위생시험소, 농촌지역 시군에 배치돼 36개월 동안 식품검역이나 채혈, 살처분 등 가축방역업무를 수행하며 병역을 대신한다. 보수는 월 330만~350만 원 정도다.
공방수 미달사태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 가축방역당국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2022년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가 전국수의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수의사관후보생을 제외한 병역의무 남학생 328명의 29%인 96명이 현역(카투사 포함) 입대를 희망했다. 대공수협이 최근 전·현 공방수 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미달사태의 원인으로 89.1%(복수응답)가 긴 복무기간을 들었다. 여기에 내년부터 병장 월급이 205만 원(내일준비지원금 55만 원 포함)에 달하는 등 현역 복무의 처우가 크게 개선되면서 공방수 기피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준(24·경북대 수의대 본과1)씨는 "동기 중에 4명 이상이 현역으로 입대했다"며 "군 복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긴 복무기간이 가장 큰 고민인데, 마침 병장 월급 200만 원 시대가 온다고 하니 현역 입대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백민준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장은 "최근 현역병 처우개선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수의대생들 사이에서 빨리 병역의무를 마치고 동물병원 인턴, 대학원 진학 등으로 경력을 쌓겠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인력난에 시달리는 가축방역 현장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축산업계에는 돼지콜레라, 구제역, 조류독감은 물론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이어 지난해엔 소 럼피스킨병까지 신종 가축 감염병이 잇따라 출현했다. 이 때문에 과거 통상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이던 특별방역기간이 연중 이어지고 있다. 가축방역, 농장동물 진료를 책임지는 가축방역관은 평소 오후 10시까지 야근이지만, 특별방역기간에는 3교대로 24시간 비상근무해야 한다.
경북도에 따르면 동물위생시험소 17명 등 도내 수의공무원 결원만 50여 명에 달한다. 김천, 안동, 영주 등 도내 8개 시군에는 가축방역관이 1명도 없다. 이들 지자체에선 일반 농업직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다른 시·도의 사정도 비슷하다. 시장·군수가 개원 수의사를 대상으로 위촉하는 ‘공수의’도 고령화 등으로 한계에 이르고 있다.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경북도 동물위생시험소는 지난해 말 경북대 수의대를 방문해 가축방역관 모집과 관련해 설명회를 열었지만 효과는 불투명하다. 2011년 11명 모집에 5명, 2022년 10명 모집에 4명, 지난해는 14명 모집에 1명만 채용됐다.
김철순 과장은 “7급인 수의공무원 채용 직급을 5급으로 높이고, 30년이나 같은 공수의 위촉료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가축방역법인제도를 도입해 방역업무의 상당 부분을 민간에 위탁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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