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재미학자의 입장에서 한국의 사회,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에 관한 주요 이슈를 다루고자 한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반도의 모습과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에 나아갈 방향을 글로벌 시각에서 제시하려 한다.
긍정적 결과 이뤄낸 대만 유권자의 선택
한국 정치의 방향, 제3지대 활약에 달려
산업화·민주화 이후 미래지향 제시해야
2024년은 전 지구적으로 선거가 많은 해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인도, 대만 등 76개국에서 선거가 진행된다. 무엇보다 포퓰리즘과 정치적 양극화 등으로 인해 지난 십수 년간 후퇴한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가 관점 포인트다. 4월에 총선을 치르는 한국도 이러한 글로벌한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우선 격전 속에 지난달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를 보자. 민주주의 회복이란 관점에서 보면 고무적이다. 중국이 무력시위 등 직간접적으로 대선에 관여하며 여당인 민진당 후보의 낙선을 바랐지만 실패했다. 첨예하게 대립한 안보 이슈보다는 민생 문제가 선거 결과를 갈랐고, 다당제 구도로 정치적 양극화를 완화시킬 단초를 마련했다.
여당 후보인 라이칭더는 총통에 당선은 됐지만 득표율은 40%에 머물렀고, 의회는 야당인 국민당이 제1당 자리를 차지했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민생 공약을 기치로 젊은 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는 26%의 득표를 하며 8석을 획득했다. 포퓰리스트적 성향이 강한 커원저가 대만의 민주화를 업그레이드시킬지 여부에 대해선 의문이 있지만, 대만 정치의 새바람을 몰고 온 것은 분명하다.
한국도 총선에서 제3세력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정치적 토양은 괜찮은 편이다. 양극화가 심화됐고 증오정치가 판을 치는 만큼 양당 구도에 염증을 느낀 중도 또는 스윙보터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그러려면 제3세력이 단순히 '반윤, 반이'라는 구호만 앞세운 '안티정당'이나 손익만 계산하는 '이익집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과거에도 정주영, 이인제, 안철수 등으로 대표되는 제3세력이 등장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특정 대권후보를 중심으로 뭉쳤다 사라졌기 때문이다. 좀 더 긴 호흡으로 양당과 차별화된 분명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유권자들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제3세력의 단기적 목표는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캐스팅 보트를 쥐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한다면 절반의 성공을 이루는 셈이다. 다원정치를 위한 제도개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실질적 다당제 구도를 만들 수 있다.
더 나아가 새로운 세력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야 한다. 거대 양당이 각각 '운동권세력'과 '검사독재' 청산을 외치지만 그 대안이 될 정치세력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 제3세력이 이번 총선에서 비록 많은 의석수를 얻지 못하더라도 양당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단초를 만들어낸다면 희망이 있다.
2024년 국내외적으로 한국이 마주한 도전은 심상치 않다. 미중갈등이 심화되고 대만해협과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불평등과 양극화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의 국력이 피크를 지났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제3세력은 이러한 난관을 뚫고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의 말대로 기득권의 '금기'를 깨야 하고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을 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야만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을 뛰어넘어 미래를 이끌어 갈 새로운 제3세력이 탄생할 수 있다.
선거의 해인 2024년, 글로벌 민주주의의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만은 초반 스타트를 잘했다. 한국도 4월 총선을 통해 새로운 정치세력의 탄생을 알리며 글로벌 민주주의 회복의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 더 나아가 오래전 아시아의 민주화를 선도했던 한국이 새로운 민주화 물결의 기수가 되어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더로 거듭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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