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마지막 함장' 최원일 전 함장 강연
"생존자·유족들의 아픔 아직 끝나지 않아"
나라 위해 헌신 군인·공무원 노고 되새겨
“서해 지키다 떠난 전우들 잊지 말아야.”
‘서해수호의 날’을 하루 앞둔 21일 오전 ‘천안함의 마지막 함장’ 최원일 전 함장(326호국보훈연구소장)이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열었다. 주제는 ‘함장의 바다-천안함 함장에게 듣는 그날의 이야기’였다. 최 전 함장은 피격 당시 심경을 담담히 풀어냈지만 유가족과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받고 있는 고통의 무게를 전할 때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군인과 공무원이 손가락질 받는 사회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소신도 빼놓지 않았다.
제1차 연평해전(1999년 6월 15일)에도 참가했던 초계함 천안함은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고 침몰했다. 대한민국 해군 장병 40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최 전 함장은 “갑자기 ‘쾅’ 소리와 함께 배가 오른쪽으로 급속히 기울었고 정신 차려 보니 문이 잠겨 방에 갇혔다”며 “대원들이 소화기로 쳐서 겨우 문이 열렸는데, 찬 바람을 맞으며 나와 갑판에 피 흘리고 있는 장병들을 보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아픔은 '현재진행형'
최 전 함장은 남은 유가족과 생존자의 상처와 아픔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 46용사 중 한 명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갔는데, 사건 이후 수년간 바다에서 아들을 찾아 목 놓아 울다 기침이 심해져 병원을 갔더니 폐암 선고를 받고 6개월 후에 돌아가셨다고 하더라”라고 안타까워했다. 좌초설, 잠수함 충돌설 등 천안함을 둘러싼 여전한 의혹의 눈초리에 대해서는 “명백한 북한의 도발로 판명됐지만, 13년이 지나도 끊임없이 의심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 전 함장은 지금도 유튜브에 해명 영상을 올리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이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의 노고도 되새겼다. 그는 “나라를 지키다 숨진 용사들처럼, 이 자리에 계신 공무원분들도 화재, 홍수 현장에 밤낮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며 “그런 노력이 대우받는 걸 바라진 않아도, 욕은 먹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는 군인이 ‘군바리’, 공무원이 ‘철밥통’, 경찰이 ‘짭새’라고 불리는 일 없도록 이 한 몸 바쳐 열심히 살겠다”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최 전 함장은 14년 전 그날의 전우들을 떠올렸다. 그는 “그들은 눈을 감기 직전까지 ‘10초만 더 살아서 가족에게 전화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삶, 그들 몫까지 더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강연이 끝난 뒤 오세훈 시장은 고인들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군 복무 중 부상당한 청년들이 건강하게 사회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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