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둔갑, 보험사기]
의료 전문성 탓 적발 어려워 "제보 의지"
보험사기, 일반 사기보다 처벌 약하고
사기 가담 의료인, 보상하면 벌금형 그쳐
전문 영역이다 보니 '정상 진료였다', '그땐 그랬다'고 하면 따져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보험사 조사부문 담당자
보험사기에 의료인이 가담하는 가장 큰 유인은 '적발되기는 쉽지 않은데 수익은 즉각적'이라는 점이다. 수많은 보험금 청구 서류들 사이에서 정상 진료와 보험사기를 위한 허위 또는 과잉 진료를 구분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의료인이 보험사기를 방조하는 것을 넘어 아예 사기의 판을 짜는 사례가 드물지 않은 현실이다.
박철현 한국보험범죄문제연구소 소장은 "자동차 사고 같은 대물 사고는 증거물이 남으니 분석하기 쉬운 반면, 대인 관련 보험사기는 살펴야 할 게 더 많고 복잡하다"며 "보험사 대부분이 내부 제보 없이는 사기를 확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실제 의료인이 가담한 보험사기를 적발하려면 의료 전문가가 의심스러운 사건의 진료내역서, 간호정보 조사지, 진료비 청구명세서 등 각종 서류와 정상적으로 발급한 해당 서류들을 비교·분석해야 한다. 환자 개개인마다 처한 상황이나 건강 상태가 다른 만큼 일괄 기준을 갖추는 것도 어렵다.
"의심스러워도 보상 받고 덮는 사건 많아"
보험사기 정황이 농후한 사건에 보험사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도 전문가인 의사를 상대로 사기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보험사 조사 담당자들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보다 개별 의료인과 합의해 피해 보상을 받고 사안을 종결하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보험사가 어렵게 사기를 증명해도 사기범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드물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보험사기 범죄로 형사 재판에 간 사건 중 44.3%가 벌금형 및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반면 일반 사기의 경우 8.7%만이 벌금형 및 벌금형의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보험사기특별법이 있음에도 일반 사기보다 처벌이 약한 셈이다.
67명에게 가짜 진단서 발급해도 벌금형
안구 건조증 환자들에게 '리피플로우' 시술을 하면서 허위 진단서를 발급하다가 적발된 경기 성남시 I안과의원 A원장이 대표적이다. 이 시술의 가격은 실손보험의 1일 한도 보상액(통상 25만 원)을 초과한 40만~60만 원에 달한다. 이에 A원장은 1회 시술을 했으면서도 2, 3회 나눠 한 것처럼 꾸몄다. 이런 수법으로 환자 67명이 보험금 7,600만 원을 타냈다.
상당 기간, 상습적으로 보험사기가 이뤄졌지만 그가 받은 처벌은 벌금 3,000만 원에 그쳤다. 법원은 보험사에 합의금을 지불한 점, 초범인 점 등을 참작했다. 보험사기범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법원은 금고형보다 약한 벌금형을 내려 I안과의원의 영업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보험사기 상당수가 의료기관의 허위·과잉 진료와 연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의료인처럼 전문지식 등을 이용해 범행한 경우 가중처벌 사유로 법에 명시하고 면허취소 등 행정제재를 부과하는 것이 범죄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올해 1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8년 만에 개정됐지만, 핵심 내용이던 보험업 관련 종사자나 의료인 등에 대한 가중처벌과 명단 공표는 대한의사협회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제외됐다. 그사이 연간 1조 원을 웃도는 보험사기는 ‘보험료 폭탄’이라는 부메랑이 돼 선량한 가입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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