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동물을 전시하는 체험농장에서 타조가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1시간 가량 추적한 결과, 타조는 안전하게 포획돼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사건은 동물 관리의 사각지대를 보여준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주 동물 이슈’ 시작합니다.
지난달 26일, 경기 성남시의 한 도로에서 촬영된 영상입니다. 왕복 10차선 도로 한복판을 타조가 달리고 있습니다.
[영상 촬영한 시민]
“오, 오.. 뭐야 뭐야.”
타조를 목격했다는 영상과 사진들은 소셜 미디어에 급속히 확산됐습니다. 한 영상은 120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였습니다.
도심 한복판을 헤매던 타조는 올해로 4세 수컷 ‘타돌이’였습니다. 타돌이는 이날 오전, 인근 지역 동물체험농장에서 탈출했습니다. 농장에서 약 2km 거리의 공단까지 도망친 타돌이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에게 포획돼 농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소식을 전하며 타돌이와 같이 살던 암컷 타조가 한달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타돌이가 짝을 잃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는 농장 주인의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타조가 너무 쉽게 탈출할 수 있는 환경에서 지내고, 이를 관리 감독할 주체도 확실하지 않은 게 문제라는 뜻입니다. 타돌이를 보유한 체험농장은 라쿤과 고슴도치 등 야생동물도 보유하고 있어 경기도에 동물전시시설로 신고됐습니다. 야생동물은 야생생물법상 허가 받은 동물원에서만 전시할 수 있지만, 유예 조항이 있어 2027년까지 시설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라쿤이나 고슴도치와 달리, 타조는 동물원이 아닌 시설에서도 사육과 전시가 가능합니다. 타조가 현재 축산법상 가축으로 분류됐기 때문입니다. 동물원수족관법 시행령에 따르면, 축산법상 가축만 보유한 시설은 동물원으로 보지 않습니다. 실제로 전국 곳곳에 타조농장이 존재합니다.
문제는 타조가 전문 인력의 관리 없이 돌보기엔 매우 위험한 동물이라는 사실입니다. 전문가들은 타조의 신체가 크고 운동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들어 사람이 제어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김정호/청주동물원 수의사]
“100kg 되는 몸으로 시속 80km를 달릴 수 있는 동물이니까, 다리가 굉장히 강하고 발톱도 있거든요.. 문고리 장치 같은 걸 입으로 건드려 풀기도 해요. 그리고 힘이 세서 100kg이 밀면.. 출입문 같은 안전 장치들이 풀릴 수도 있고..”
실제로 해외에서는 동물원 사육사가 타조에게 먹이를 주다가 공격을 당해 갈비뼈가 부러진 사례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동물원이 아닌 가축 농장을 관리할 주체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타조는 관리가 허술한 곳에서 지내도, 이를 감독할 만한 정부 기관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형주/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가축만 갖고 체험 시설을 한다면, 이 동물 시설을 관리할 수 있는 근거는 지금 찾아볼 수 없어요. 어떤 법적 사각지대 같은.. (이곳을) 동물원으로 포섭하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관리되지 않는 동물 전시 시설이 있다는 건 문제고 환경부건 농식품부건 누가 됐든지 간에 관리 주체가 있어야..”
안타까운 사연으로 가려진 체험농장 가축동물을 관리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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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및 영상 = vrew,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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