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맞은 김수로 연극학교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배우 나오길 꿈꾼다"
30년간 연기의 매력에 빠져 한 길을 걸어온 배우. 좋은 배우가 되는 것만큼이나 훌륭한 신예 발굴에 힘쓰고 있는 스승. 배우들의 목마름을 채워줄 무대를 만들고, 연극의 매력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대중에겐 예능으로도 익숙한, 유쾌함으로 무장한 배우 김수로다.
김수로는 1993년 강우석 감독의 '투캅스' 1편에 출연하며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후 1999년 강제규 감독의 '쉬리'를 거쳐 같은 해 김상진 감독의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철가방 역을 맡으며 관객들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반칙왕' '비천무' '신라의 달밤' '화산고' '태극기 휘날리며'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국가대표' '마이웨이' '점쟁이들' '신과함께-죄와 벌' 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며 특유의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안방극장에서의 활약도 이어졌다. 2010년 '공부의 신'에서 강석호 역을 맡아 25%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2012년 방송된 SBS '신사의 품격'에서는 장동건·김민종 등과 주연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SBS '별에서 온 그대', tvN '응답하라 1988'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JTBC '구경이' 등의 인기 작품에 특별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데 이어 2022년 SBS '우리는 오늘부터'에서는 홍은희, 임수향 등과 주연으로 극을 이끌었다.
뛰어난 예능감으로도 유명하다. 유재석 김종국 이효리 등과 함께 '패밀리가 떴다'의 멤버로 활약하며 큰 사랑을 받았고 월드컵 시즌에 꼭짓점 댄스를 유행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유머러스한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로 김수로는 카리스마와 따스함이 공존하는 사람이다.
그의 활동은 단지 연기나 연예 활동에만 그치진 않는다. '김수로 프로젝트'를 통해 꾸준히 연극을 제작해왔고 더블케이 연극학교도 운영하며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해마다 연극영화 전공 대학생들을 뽑아 무료로 이론과 실전을 익히게 해주는 연극학교는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어려움도 무수히 많았지만, 김수로는 포기하지 않았다. 사비를 털은 것은 물론이고 주변의 고마운 후원도 있었다. 김수로를 직접 만나 지난 시간들에 대한 소회를 들어봤다.
10주년 맞은 연극학교... 벅찬 감동
"저는 매번 끝날 때마다 눈물을 흘려요. 학생들의 노력을 아니까요. 돈은 제가 내니까 가르치는 선생과 공연하는 무대만 필요한 거죠. 이번에 연극학교 10기 공연 '위선자 탁 선생'의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 감개무량합니다. 저에겐 특별한 의미로 남았죠. 제가 잘했단 생각은 안 해요. 가장 큰 감사는 연극학교에 들어와 준 배우들이죠. 그 친구들이 잘해내니까 유지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김수로는 연극학교 학생들의 노력과 열정을 반복해서 칭찬했다. 매 기수 몇백 명씩 지원을 하는 것 또한 그가 크게 감사를 느끼는 부분이다. 코로나로 인해 주춤한 시기도 있었으나 여전히 연극학교의 경쟁률은 10 대 1이 넘는다.
물론 다 나열하기 힘들 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돈도 돈이지만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 연극학교 학생들은 모두 소중한데, 연극에서 배역을 맡을 때 떨어지는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이 크다고 했다. 그래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고 김수로는 최대한 이에 관여를 하지 않는다. 쓰라린 사회 경험도 학생들에겐 약이 될 거라 믿고 있다.
연극학교는 매 기수마다 15~20명을 선발하지만 인재가 부족하다 싶을 때는 더 적게 뽑기도 한다. 김수로는 "우리가 보기에 우등 인자가 12명이면 선배 배우에서 8명을 채우고 나머진 과감히 포기한다. 좋은 인재들에게만 기회를 준다"고 소신을 밝혔다.
김수로는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어느 날 시상식을 보는데 대부분의 수상자들이 꽃미남 배우들인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단다.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었어요. 제가 돈을 벌어서 연극의 명맥을 유지시켜야겠다고 다짐했죠. 다들 매체에 나가서 성공하려고만 하지 실력을 쌓으려는 생각을 안 해요. 매체에서 연기를 하는 건 자신의 기술을 빨리 파는 것이고, 결국은 소모되는 거거든요. 네다섯 작품만 해도 공통분모가 발견이 되고 밑천이 드러나는데, 이러다가는 좋은 배우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겠다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그는 송강호나 최민식 같은 훌륭한 배우들이 미래 세대에서도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도 좋은 배우는 아니지만 좋은 배우를 키울 수 있는 통로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연기도 교육이거든요. 국내 연영과 학생들 중에 외국인도 많아요. '왜 한국에 유학 오냐' 물어보면 한국 사람들이 연기를 잘해서래요. 우리 스승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받는 것도 있겠지만, 연기 수업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돼요. 이제는 체계가 필요한 때라고 봐요."
김수로는 K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에 비해 세계적인 배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매년 영국에 가서 작품을 봐요. 왜 영국이 연기를 잘하는지 궁금했어요. 영국은 황실이 적극 지원해 좋은 환경에서 체계적인 수업을 진행하는데 연기를 정말 잘 가르쳐요. 미국의 상업 영화에도 영국 배우들이 많죠. 우리도 세계적인 배우가 열 명, 스무 명 나오려면 영국의 수업법을 갖고 들어와야 해요. 우리는 10년 안에 따라잡는 재능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보고요."
그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영국이 낳은 최고의 배우다. 런던 아카데미 오브 뮤직 앤드 드라마틱 아트 총장도 맡고 있다"며 "'007' 다니엘 크레이그 역시 영국 출신이다. 그 또한 '맥베스'로 연극 무대에 돌아갔다. 영국 배우들은 무조건 연극으로 돌아가서 창의적 트레이닝을 받고 꾸준히 스스로를 갈고 닦는다"고 말했다.
"연기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연출가나 선생을 수입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짚은 김수로는 "특강 워크숍을 만들고 싶어서 오는 9월에 영국 선생과 미팅을 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꼭 세계적인 배우가 나오길 바란다. 어느 나라든 연기 잘하는 배우가 세 명은 나온다. 예를 들어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세 명이 세계적인 배우들과 싸워도 경쟁이 되는 거다. 후학들은 더 잘해야 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10년간 연극학교를 이끌어온 김수로는 앞으로도 힘 닿는 데까지 후배 양성에 힘쓸 생각이다. 그에겐 특별히 고마운 연예인이 한 명 있다. 바로 개그맨 유재석이다. "유재석씨가 연극학교 4기부터 1년에 천만 원씩 후원을 해주고 있어요. 제가 얼마 전에 전화를 걸어서 '언제든 힘들면 얘기해. 넌 개그맨인데 배우 후학 양성에 이 정도면 된 거 같다 싶을 수도 있고 이미 크게 감사하고 있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재석이가 '형님, 안 힘들고 끝까지 할게요' 그러더라고요. 어느 배우도 선뜻 나서지 않았는데 재석이가 먼저 '형, 좋은 일 하는데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하세요'라고 제안을 해줬던 거예요. 유일하게 도움을 준 연예인이죠. 너무나 감사하고 감동받았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