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 감소수익 손해배상 산정에 기준
"주5일제 등으로 근로환경 달라진 탓"
손해배상이나 보험금 지급 등의 기준이 되는 일용직 노동자의 월간 가동일수(노동시간) 기준을 '20일'로 잡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일용직의 월평균 노동시간을 '22일'로 봐왔지만, 시대 변화 등을 반영해 21년 만에 노동시간 기준을 더 단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근로복지공단이 삼성화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25일 사건을 파기하고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사건 당시 관련 통계나 여러 사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심리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번에 일용직 노동자가 업무상 재해를 당했을 때 지급 받는 손해배상금의 지급기준을 변경했다. 일용직 노동자인 A씨는 2014년 7월 경남 창원시 한 철거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중 추락해 골절 등 상해를 입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휴업급여 등을 지급한 후, 크레인 보험자(보험회사)인 삼성화재에 구상금 약 8,0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쟁점은 일실수입(사고 때문에 피해자가 잃어버린 장래 소득) 산정 기준이었다. 일실수입은 일용노임단가에 월 근로일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한 달에 몇 날을 근무하는지 정하는 게 중요하다. 2003년 대법원이 "도시 일용근로자의 한 달 가동일수는 22일을 초과해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이후 월 근로일은 주로 22일로 고려됐다.
이 사건에서 1심은 2019년 '19일 기준'을 채택, 청구액 중 7,118만 원을 인용했다. A씨의 일용근로내역서상 51개월간 근무일이 179일에 불과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2심은 그러나 "A씨나 사업주가 신고를 누락했을 수도 있어, 내역서를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고 보고 월 근무일을 '22일'로 늘려 판단했다. "일용노동자의 근무일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삼성화재 측 주장에 대해서는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라 유동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물리쳤다.
이후 약 3년 6개월의 심리 끝에 대법원은 "월 근로일수는 20일을 초과할 수 없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주 5일제 도입이 골자인 근로기준법 개정 등으로 인한 노동 환경 개선 △생활여건 변화 △고용노동부의 최근 10년간 통계 추세 등을 따져봤을 때, 21년 전 기준을 그대로 따르기엔 무리가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을 통해 모든 사건에서 월 가동일수를 20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증명한 경우에는 이를 초과해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기준점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실제 실무사례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