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평가
뉴스레터는 뉴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독자 서비스이자 뉴스 이상의 콘텐츠로 독자를 확장하는 버티컬 브랜드다. 한국일보가 발행하는 뉴스레터는 이런 목표에 부합하는지 평가하기 위해 뉴스이용자위원회 회의가 3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렸다. 최영재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 위원 6명과 사내 위원인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이 참석했고, 박수진·장한익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보냈다. 이밖에 한준규 뉴스룸국 뉴스2부문장, 박석원 논설위원이 함께 했다.
"뉴스레터의 전략과 목표 명확해야"
한국일보가 발행하는 11개 뉴스레터는 주제의 다양성이 높이 평가됐으나 운영 목표와 방향성은 모호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경제 뉴스레터에서 출발한 미디어 회사 바이트컴퍼니를 운영(부대표)하는 장민제 위원은 "뉴스레터도 자원이 들어가는 만큼 얻고자 하는 목표가 분명해야 하는데 한국일보의 목표가 △구독자 유입 △독자 사업화△유료 구독으로의 전환 중 무엇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스레터가 도움이 되려면 ①유료구독형 미디어에서 기사 외 추가 콘텐츠 제공으로 구독료 부담을 상쇄하는 번들링 전략 ②각 뉴스레터가 하나의 미디어로 기능하는 개별 사업화 ③무료서비스 이용자(홈페이지 회원) 증대 중에서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최원석 위원도 "국내 언론사의 독자 확장 전략이 부재한 상황에서 아직 남은 영역이 뉴스레터"인데 "뉴스레터가 독자를 한국일보 웹사이트로 오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게 아니라면 뉴스레터 발행의 이득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부문장은 "우선 구독자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유료화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위원은 "뉴스레터는 포털에서 소비·유통되지 않는 사실상 유일한 뉴스콘텐츠로서, 언론사가 자신의 철학을 담고 브랜딩을 실험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규정한 뒤 "한국일보의 철학과 연결된 버티컬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고 했다.
"다양한 주제... 그날의 뉴스 없어 아쉬움"
뉴스레터가 다루는 주제가 영화, 젠더, 동물권 등으로 다채롭고 마음 돌봄 콘텐츠 '치유하는 터전, 터치유'처럼 저널리즘의 영역을 확장하는 시도도 있다는 점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장한익 위원은 "무작정 많은 콘텐츠를 운영하는 것보다 최근 트렌드를 고려해 선택·집중한 현재의 방향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뉴스레터는 모 브랜드(신문)와는 차별적이고 실험적인 버티컬 브랜드 콘텐츠 전략의 일환인데, 국내 신문사들이 서로 모방학습하며 차별화가 어려운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한국일보의 '터치유'는 전통적 저널리즘에서 서비스 저널리즘으로의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화된 콘텐츠 생산뿐 아니라 힐링이 필요한 사람, 힐링 전문가, 힐링 큐레이터가 서로 네트워킹하는 플랫폼 공간으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그날의 주요 뉴스를 전하는 뉴스레터, 경제 및 재테크 뉴스레터가 빠져 있다는 점은 아쉬움을 샀다. 최 위원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주요 뉴스를 요약해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언론사들이 있고, 뉴욕타임스의 ‘더 모닝’은 구독자가 1,700만 명이나 된다”며 데일리 뉴스레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찬희 위원은 한국일보에 없는 이런 정보를 메꾸기 위해 다른 뉴스레터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박경미 위원은 칼럼과 사설을 다루는 ‘디너 인사이트’에 대해 “오른쪽부터 왼쪽까지 폭넓은 시각, 서로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점은 좋지만 다양성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것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메시지를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은지 고민해 보라"고 말했다.
뉴스레터 개발을 위해 구독자의 요구를 더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장한익 위원은 "뉴스레터는 구독자 취향에 맞는 내용을 개발해 주제별 뉴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방식"이라며 "구독자들이 자신의 관심 사항을 체크할 수 있도록 진단장치를 구성하면 세밀화된 개인 맞춤형 뉴스의 잠재 수요와 미래 관심사를 파악해 신규 뉴스레터를 구성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스레터 장점은 소통, 더 활성화해야"
뉴스레터 유통과 구독 전략에서는 개선할 점이 다양하게 지적됐다. 먼저 한국일보 홈페이지에서 좀 더 적극적인 노출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조영준 위원은 "다른 언론사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찾기 쉽고 그날 뉴스레터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노출돼 있어 클릭 유인이 잘 된다"며 뉴스레터 활성화를 고민할 것을 요구했다. 뉴스레터 메뉴를 홈페이지 상단에 추가하거나, 뉴스레터 일정표에 링크를 연결하거나, 신문지면에 QR코드를 삽입하자는 등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발행 주기가 길어 아쉽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장한익 위원은 "11개 뉴스레터의 발행 요일과 시간까지 고정한 것은 신뢰감을 주지만 격주 연재가 5개나 돼 매주 발행 위주인 타사 뉴스레터와 비교해 아쉽다"고 했다. '커리어 길라잡이, 커리업'은 3주마다 발행되는 터라 "잊을 만하면 와서 존재감이 떨어진다"(박찬희 위원)고 평가됐다. 최 위원은 "'커리업'은 뉴스레터 중 브랜딩과 타기팅, 유통 전략, 정보성 등에서 가장 짜임새가 있는데 독자 반응이 높다면 회사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독자와 더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게 뉴스레터의 장점인데 이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은 "기사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지만 뉴스레터는 구독자와 쌍방향 소통의 성격이 있다. 예컨대 '라제기의 영화로운'은 구독자로부터 다뤘으면 하는 영화에 대한 의견을 받아 뉴스레터에 반영하는 것이 좋다"며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뉴욕타임스는 '레터스 투 더 에디터(Letters to the Editor)' 코너를 통해 칼럼이나 중요 사안에 대해 전문가, 이해당사자, 독자들의 기명 피드백을 보여주고, 다시 그에 답변하면서 상호적인 공론장을 만든다"며 "한국일보도 논설위원과 독자들의 뉴스레터를 시도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박찬희 위원도 '디너 인사이트'의 댓글 소개 코너와 관련, "댓글만 다룰 게 아니라 이에 대해 답변해 주는 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미 위원은 "'노경아의 달곰한 우리말'이 피드백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방식인데 더 확장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4줄 이하, 두괄식으로 가독성 높여야"
이용자 편의성과 가독성도 더 높여야 한다는 평가였다. 장민제 위원은 짧은 호흡, 두괄식 구조를 갖춘 미국 시사 뉴스레터 액시오스(Axios)가 개발한 문법을 참고하라고 했다. "액시오스의 문법은 꼭 알아야 하는 정보를 먼저 제시하는 포맷이다. 새로운 게 뭐냐, 이게 중요한 이유가 뭐냐, 앞으로 어떻게 되나, 이런 틀로 구성돼 있고, 많은 뉴스레터에서 차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한 단락에 4줄이 넘어가면 가독성이 크게 떨어지며 △소제목만으로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핵심 내용을 앞에서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독자들에게 좀 더 친절한 뉴스레터가 되기 위한 지적사항은 여러 가지였다. 장한익·최원석 위원은 각 뉴스레터를 왜 마련했는지, 어떤 독자에게 유용한지, 누가 작성하는지 등 정보가 다른 언론사에는 있지만 한국일보에는 부족하다고 짚었다.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뉴스레터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뉴잼 스토리'의 '미니 인터뷰' 코너에서 기자가 취재한 기사가 무엇인지 설명이 없다거나, '뉴잼픽' 코너에서 기사 발췌보다는 쉽게 풀어 쓴 소개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뉴스레터마다 디자인이 제각각이라는 점도 많은 위원들이 언급했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코너가 100개나 되지만 텍스트가 디자인적으로 통일돼 있어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신뢰도 높여줄 레터들
이밖에 몇몇 뉴스레터에 대한 칭찬과 제언이 있었다. '슬기로운 유럽 생활'은 특파원이 실제로 살아보면서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정보, 시사와 문화를 연결한 콘텐츠를 담아 유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호평을 받았다. '뉴잼 스토리'와 관련해서는 "기자들의 취재 후기를 담은 미니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이 한국일보가 대파 가격 논쟁을 촉발한 사실을 알게 되고 세월호 기획 영상 연출을 긍정적으로 보게 되면서 한국일보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박찬희 위원)고 평가됐다.
'달곰한 우리말'은 "유튜브에서 이상한 말을 배우는 초등 2학년 자녀에게 너무 유용한 콘텐츠"(최원석 위원)로 칭찬받았지만 디자인 요소 없이 파란색 글씨로만 돼 있어 읽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혜미의 허스펙티브'에 대해선 "보통의 이슈를 다른 시각의 특별한 이슈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알찬 뉴스레터"(장한익 위원)라는 호평과 함께 "충성 독자층이 확보된 뉴스레터로 보이는데, 그래선지 '유리 낭떠러지' 같은 익숙하지 않은 용어에 대한 정확하고 친절한 설명이 부족하다"(박찬희 위원)는 의견이 있었다.
"세월호 10주기 기획, 대통령실 예비비 단독 보도 돋보여 "
지난 한 달간의 좋은 기사로는 윤석열 정부의 예비비 사용내역을 단독 보도한 '용산 이전·순방에 ‘국가 비상금’ 가장 많이 썼다'(5월 2일 자)가 꼽혔다. 최 위원장은 "대통령의 책무성을 따져 묻는 증거 기반의 권력 감시에 충실한 보도"라고 말했다. 박찬희 위원은 "4월 6일에도 국정원이 예비비를 역대 최대로 썼다고 지적한 기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나랏돈이 불투명하고 부적절하게 쓰이는 것을 감시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며 "용산 이전에 예비비 650억 원 외에 각 부처에서 끌어다 쓴 것을 합하면 비용이 더 불어난다고 했는데 모두 얼마가 될지 추가 취재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10년 기획인 '산 자들의 10년'(4월 13~17일 자)도 호평받았다. 박찬희 위원은 "가해자부터 유족까지 다양하게 조명하고, 사고 과정은 팩트 위주로 정리하면서 책임자 처벌은 공정했는지 짚었으며, 정쟁과 음모론으로 아직도 침몰 원인이 사회적으로 결론 나지 못한 점 등 세월호 10주기의 의미를 두루 잘 짚었다"면서 "내러티브 방식으로 풀어서 몰입도도 좋았고 영상의 절제미도 돋보였다"고 칭찬했다.
반면 조 위원은 "지구의 날인 4월 22일 다른 언론사는 특별판을 제작해 탄소중립 정책과 녹색기술 기업 소개 등을 짚어보기도 했는데 한국일보엔 사진 기사만 게재되고 관련 기사가 보이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박경미 위원은 2월 15일 '터치유'에 소개된 '유해한 사람들의 조종 수법' 제목에 대해 "나에게 해를 끼친 사람들에 대한 대처법을 알려주는 내용이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제목이지만, 조종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기계적으로 이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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