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물원·수족관수의사회 "노바 사인, 사전 판단도 가능했을 수도"
동물원·수족관 전현직 수의사들이 돌고래쇼업체 거제씨월드의 고래류 관리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동물원·수족관수의사회는 14일 최근 치료 중인 돌고래 2마리에게 무리하게 쇼를 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 의혹을 받고 있는 거제씨월드 사례를 언급하며 "수의사의 소견으로 건강 문제가 있는 동물의 경우 진료 기회를 확보하고 해당 동물의 전시와 공연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미향 무소속 의원실이 경남도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2월 25일과 28일 각각 사망한 큰돌고래 '줄라이'와 '노바'는 질병으로 치료를 받으면서도 쇼에 동원돼 왔다. 특히 노바는 죽기 나흘 전까지 쇼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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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회는 "제한수역에서 사육되는 돌고래는 감염병, 부상, 행동학적 문제 등에 대비한 전문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지난해 12월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상 해양동물 사육 매뉴얼에도 '아프거나 치료를 받고 있는 개체의 경우 과한 운동은 제한돼야 한다'고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생동물이 볼거리 목적으로 외부에 노출되는 만큼 진료와 모니터링의 기회는 감소되므로, 동물전시기관은 적정 빈도를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행동풍부화 프로그램, 긍정강화 훈련 등 동물원·수족관의 환경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의사회는 또 해양수산부와 경남도청에 제출된 부검소견서에 노바가 장염전(장꼬임)으로 폐사한 점도 언급했다. 장염전은 긴 원통 형태를 갖는 소화기가 비틀어져 물리적으로 막히면서 정상적인 소화가 불가능해지고, 장이 부풀며 동물이 고통스럽게 폐사할 우려가 있는 질병으로 응급수술을 요한다.
연구에 따르면 고래목에서 장염전이 발견되는 경우는 매우 낮은데 대개 선천적 문제, 세균 감염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의사회는 "건강검진을 통해 장염전을 일정 부분 사전에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수의사회 소속 한 수의사는 "쇼에 동원되는 만큼 진료나 건강관리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철저히 건강검진을 했다면 미리 예측할 수도 있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수의사회는 "국내 큰돌고래를 사육하는 시설은 3곳으로 총 15마리가 남아 있다"며 "돌고래들이 자연스럽게 사는 해양 서식지는 전시기관들의 인공적인 환경과는 매우 다르기 때문에 돌고래에 관한 생태학, 수의학 등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한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큰돌고래를 포함한 고래목 동물은 더 이상 보유할 수 없게 됐지만 2028년까지 유예기간이 있다"며 "더욱이 수족관의 경우 동물원보다 동물 건강관리 인력 조건이 허술해 동물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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