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휘, '범죄도시4' 빌런 장동철로 활약
'응팔' 동룡이 인기 이후 밝은 배역 제안 이어져
배우로서 같이 고민해준 마동석
고양이들 보면 스트레스 풀리는 '집사'
1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4'의 주역인 배우 이동휘가 캐릭터를 완성한 과정과 자신의 인생에 대해 털어놨다. 이동휘는 IT 업계 천재 CEO 장동철로 분해 극에 긴장감을 더했다.
이동휘는 최근 본지와 만나 장동철 캐릭터를 준비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여러 시도를 해봤다. 메이크업을 아예 안 해보기도 하고 헤어스타일을 어찌 할까 고민도 했다. 이 사람은 악인이지만 자유분방하고 순수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그런 사람을 마주치기 힘드니 아주 열려 있는 상태였다. 장동철은 뭐 하나를 가지면 세트를 다 가져야 하고 모든 것을 소유하려 하는 아이 같은 면이 있다. (보통은) 부모님이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교육을 하며 자라는데, 제약이 없는 삐뚤어진 상태로 어른이 된 남자 사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스타일링에 있어서는 어떤 잡티가 있으면 있는 대로 '난 이게 전혀 중요하지 않아'라고 상관 안 하는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었어요. 헤어스타일은 영화의 개봉 시기와 드라마 '수사반장'의 방영 시기가 겹칠 것이 대충 나와있는 상태였죠. '수사반장'은 머리를 짧게 가려고 마음먹었는데 보는 분들로 하여금 차별성을 두고 싶어 '범죄도시4'는 긴 헤어스타일로 갔어요."
이동휘는 "의상 역시 '수사반장'은 단벌 신사다. 시대에 맞는 옷 한 벌로 끝까지 갔다. 장동철은 소유에 미친, 광기 있는 사람이다. 양말과 넥타이핀마저도 하나로 맞춰야 해서 그렇게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명품 T사의 옷으로 휘감은 장동철에 대해선 "그 시기를 고증해보니 그 브랜드가 부흥을 이루던 시기였다. 장동철은 부하들 중에 그 옷을 입은 걸 보고 '예쁜데'라고 생각했다면 하나만 사는 게 아니라 다 가질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보여줘야 하니까, 집착하는 인물로서 풀세트로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일 거다. 다 가지려고 하는 사람의 광기를 표현하려면 확실히 가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동휘는 장동철을 연기하며 자신의 비슷한 부분을 추출했다고 털어놨다. 연기할 때 스스로의 모습에서 많이 찾아나가는 편이라는 그는 "어릴 때 갖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한정판은 가격도 비싸고 어릴 땐 더 작다 보니까 맞는 걸 찾기도 힘들고 해외에서 주문해야 하고 그랬다. 아직도 그런 마음이 크게 있다. 한정판 나오면 수집하려고 노력도 하고. 그런 부분을 극대화하면 성장과정에서의 결핍과 경험으로 삐뚤어진 사람을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동휘는 '범죄도시' 제작자이자 주연배우인 마동석에 대한 고마움도 표했다. "본질적으론 마동석 선배의 제안에 감사한 마음이 커요. 배우로서 고민하던 지점에 대해 같이 고민해 주는 분이죠. 그 당시에 코미디 제안을 많이 받았고, 제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서 기다리는지 존중해 주셨어요. '이런 역할인데 우리가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투영해 보자' 하고 신뢰를 보여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이동휘는 또 "주변에 너무 좋은 분들을 많이 두고 살고 있다. 이 일을 하면서 고민을 털어놨을 때 강요하는 사람은 없지만 고민을 기꺼이 들어주고 진지한 마음을 예쁘게 봐주는 선배들이 많이 계신다"며 "이전에 사랑받은 캐릭터가 '응답하라 1988'의 동룡이다 보니까 곁에 두고 싶은 친구, 재밌고 쾌활한 밝은 배역이 많이 들어왔다"고 털어놨다.
"타협을 하면 일이 끊이지 않겠지만, 저는 배우로서 고민을 갖고 잠시 연기 활동을 안 하고 글을 쓰거나 독립영화 대본을 찾아다녔어요. 그때 주변 분들이 이런 고민을 인지해 준 거죠. 당장은 대중이 원하고 투자자가 원하는 모습들이 있지만 잘 기다리다 보면 좋은 기회가 있지 않겠냐고 얘기해 줬고요. 그분들 덕분에 감사한 기회를 받게 됐어요."
이동휘는 마음 속에 무언가를 남기는 작품을 선호한다. 그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보는 영화도 있고 삶의 고충을 덜어내는 영화도 좋지만 때로는 '난 어떻게 살고 있나'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질 수 있는, 거울이 되는 대본에 끌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상업적인 영화는 사실 그런 색을 내기가 어렵죠. 그런 건 독립영화에서 많이 찾아요. 이 땅에 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 사람의 인생이 스쳐 보일 때가 있거든요. 그걸 돋보기로 굳이 확대해서 스크린에 구현하는 게 영화라고 생각해요. 너무 잘 되고 있는 사람도 고충이 있고, 슬픔 속에 자그마한 행복이 있고 인간의 희로애락이 투영되는 그런 대본에 끌리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냐는 물음에 이동휘는 "명쾌하게 말할 수 있다. 집에 가서 고양이를 보는 순간 모든 스트레스가 눈 녹듯이 사라진다"고 답하며 웃었다.
"30대 중반에 (반려묘를) 만났어요. 그 아이들을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사랑할수록 이 마음을 알아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고양이를 훈육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하잖아요. 깨물고 할퀴고 길에서 살아서 야생성도 있죠. 그 아이들과 살며 느낀 게 많아요. 깨물고 할퀴어도 더 많이 안아주고 안정감을 주고 '난 너의 집사야' 했을 때 점점 변해가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게 많습니다. '밖에 나가서 더 잘해야겠다' 생각도 하고, 고양이와 함께 살지 않은 삶과 같이 산 삶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새벽이랑 모라 덕분에 정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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