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공개된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
제작발표회서 배우들의 이슈만 부각
한재림 감독의 새 대표작 될까
'더 에이트 쇼'는 단순히 출연 배우들의 논란으로 가려지기엔 아쉬운 작품이다. 물론 단점도 존재하지만 장점도 분명한 색다른 매력의 작품이다.
지난 17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The 8 Show'('더 에이트 쇼')가 공개됐다.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공개된 1화에서 8명의 인물들은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상금이 쌓인다는 유혹적인 룰에 끌려 쇼에 참가하게 됐다. 이들은 각 층마다 다른 규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혼란에 빠진다. 대부업자에게 거액의 빚을 지고 한강 다리에 섰던 3층을 비롯해 다른 참가자들 모두 정체를 알 수 없는 차를 타고 게임장에 갇혔다. 현실적이지 않은 가짜의 세상에서 이들은 민주적인 논의를 거치며 돈(시간)을 더 벌 수 있는 계획, 또 가장 오래 남을 방안을 모색했다.
과감하고 매혹적인 전개
일단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사회 내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균열과 갈등, 계급에 대한 메시지가 이 이야기의 매력이다. '비상선언'으로 뼈아픈 실패를 맛봤던 한재림 감독이 이번 시리즈로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배진수 작가의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각색해 더욱 매끄럽고 감각적인 이야기가 탄생했다.
앞서 '더 에이트 쇼'도 작품을 소개하고 주역들의 소회를 듣는 자리인 제작발표회를 개최했으나 일부 주역들의 이슈로 점철돼 싸늘한 분위기만 남겼다. 해명 또는 사과가 더욱 포커싱됐고 급기야 과거의 열애설까지 조명될 정도로 작품 소개는 뒷전이 됐다. 하지만 '더 에이트 쇼'는 가십으로만 소비되기에 아쉬운 작품이다.
일단 이슈를 제쳐두고 배우들이 갖고 있는 고유의 연기력이 한껏 고조된다. 이들은 홀로 방에 있을 때도, 로비에 함께 게임을 진행할 때도 자신들의 캐릭터성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몰입감을 켜켜이 쌓아 올린다. '3층'을 맡은 류준열의 열연은 덜도 더도 아닌 딱 적당한 수순의 지질함으로 몰아친다. 선악으로 따지자면 선함에 가까운 3층은 보통의 사람을 대변하며 마치 이 게임의 3층을 자처한다. 너무 낮지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높은 위치에 올라서지도 못하는 3층 캐릭터는 류준열이라는 배우를 만나 평범함의 대명사가 된다. 그간 안재홍 등 파격적인 연기를 소화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극찬인 '은퇴설' 수식어가 붙곤 했는데 류준열 역시 이 호평을 받으리라는 예측마저 든다.
이번 작품으로 파격의 아이콘이 된 천우희의 얼굴은 생경하고 또 임팩트가 강하다. 과거 영화 '써니'를 연상시키게 하지만 결이나 인물을 표현하는 내공은 그와 같지 않다. 제작발표회를 사죄의 장으로 만들었던 배성우는 '1층'으로 등장하는데 이전의 연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과거의 배성우가 연기나 호소력에서 결코 뒤떨어지는 배우가 아니었으나 1층이 꼭 배성우여야 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베일을 벗기 전 폐쇄된 공간에서 게임으로 돈을 버는 이들의 레파토리가 '오징어 게임'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더 에이트 쇼'가 갖고 있는 에너지, 톤, 그리고 상징하는 메시지는 '오징어 게임'과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키치하면서도 세련된, 매혹적인 '쇼'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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