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꾸미기, 젊은 여성이 주도
여성성 강조, 발레코어 연장선
크록스 꾸미기, 백화점 팝업으로
# 30대 후반 여성 정모씨는 일곱 살 아들이 사계절 내내 신는 크록스 구멍에 다는 작은 액세서리인 '지비츠'를 해마다 열다섯 개씩 산다. 아이가 크록스 한 쪽당 자동차, 우주선 등 지비츠 4, 5개를 끼우고 다닌 지 3년째다. 정씨가 흰색, 검은색 등 기본 크록스를 꾸미려고 구매하기 시작한 지비츠. 요즘엔 아들이 고른 게임 캐릭터 마리오 지비츠도 함께 달고 있다.
# 패션회사 직원 김모씨는 최근 직장 동료들과 동대문에 있는 액세서리 부자재 가게에 들러 플라스틱 진주 알갱이를 잔뜩 샀다. 진주를 직접 이어 만든 꽃·리본 장식을 그대로 신고 있던 검은색, 흰색, 회색 운동화에 붙였다. 평범했던 운동화는 세련되고 감각적인 패션화로 탈바꿈했다.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중심으로 '신꾸'(신발 꾸미기) 바람이 불고 있다. 크록스 꾸미기와 각종 장식으로 개성 있게 연출한 운동화 꾸미기가 대표적인 신꾸다. 본인만의 방식으로 재가공한 신발이 MZ세대 사이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2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신꾸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백꾸'(가방 꾸미기)에 이은 '꾸미기 열풍' 중 하나다. 10대 후반~3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 신꾸를 이끌고 있다.
신꾸는 주로 다양한 진주 장식을 달거나, 선물용 리본줄을 신발끈 대신 사용하는 식이다. 또 여성성을 뿜내는 나비, 꽃 모양의 배지를 운동화에 부착하는 경우도 보인다. 이는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발레코어'의 연장선에 있다. 발레코어는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패션 경향으로 레이스, 리본 등을 활용한 의류가 한 예다.
평범할수록 인기, 한정판은 퇴짜
'신꾸족'은 특히 나이키, 아디다스, 아식스 등 주요 스포츠 브랜드가 출시한 제품 가운데 밋밋하고 특색 없는 운동화를 가장 선호한다. 하얀 도화지 격인 평범한 운동화가 본인 스타일대로 꾸미고 표현하기 가장 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대로 독특한 디자인, 진한 컬러감을 지니거나 한정판으로 생산한 운동화는 기피한다. 이런 운동화를 꾸미는 건 과한 연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화 꾸미기보다 앞서 유행한 크록스 꾸미기는 신꾸가 출발한 곳이다. 지비츠를 활용한 크록스 꾸미기는 남녀노소, 국내외 가리지 않고 넓게 퍼져 있다. 래퍼 송민호, 팝가수 저스틴 비버가 지비츠를 단 크록스를 신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이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22일부터 6월 2일까지 크록스 팝업스토어를 여는 것도 크록스 꾸미기와 연관 깊다. 팝업스토어는 고객이 100개 이상의 지비츠를 활용해 크록스를 장식할 수 있는 꾸미기 공간을 마련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기성품 운동화에 포인트를 줘서 남들과 다르게 신는 신꾸는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