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법사·운영 달라" 與 "못 내놔"
13대 때부터 '정시 출발' 사례 0건
"의석수대로 상임위 뽑자" 대안
22대 국회가 또 '지각 개원'할 참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개원 첫 단추인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구성 협상을 제때 마무리 짓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이대로라면 원구성 협상이 지연되기 시작한 1988년 13대 국회부터 이어진 '악습'을 22대 국회도 어김없이 따르게 된다. 위법의 관례화를 막기 위해 협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여야의 22대 원구성 협상은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운영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을 포함해 총 18개 상임위 중 11개 상임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사위와 운영위는 절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171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6월 7일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을 표결 처리하겠다"면서 대화와 타협이 아닌 힘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민주당의 엄포는 그야말로 '엄포'다. 원구성을 놓고 '다수당 독식'이 아닌 '협상'이 시작된 13대 국회 이래 대한민국 국회는 단 한 번도 법정 기한을 맞춘 적이 없다. 13대 국회부터 22대 국회까지 원구성 협상1(국회의장 선출 때부터 상임위원장 선출 때까지 기간)에 평균 42.39일이 소요됐고, 특히 전반기 원구성은 47.44일이 소요됐다. 최장 기록인 14대 전반기 때는 원구성 협상에만 무려 125일이 걸렸다. 전반기 기준 최단 기간을 기록한 20대 때도 14일이 소요됐다.
하지만 민주당이 '위반의 역사'를 깨고 법대로 해도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법정기일을 지켰다'는 형식 논리를 충족할 수 있지만 여야 합의 없이 다수결에 따라 진행될 경우, 상호 견제와 협치의 원리가 배제될 뿐만 아니라 민주당 외 나머지 소수정당을 찍은 국민들의 뜻도 무시되기 때문이다.
원구성 협상 지연이 고질병이 된 이유는 국회법에서 배분 방식을 정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탓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정당은 협상 때마다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사례·관례를 들이대거나, 원구성 협상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정치적 사안을 연계시키는 게 일상화되고 있다.
악습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22대 국회에서라도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8일 통화에서 "국회법에 원구성 관련 규정이 구체적이지 않아, 여야가 정치적 협상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각 당이 의석수대로 원하는 상임위 수를 나눈 뒤, 뽑는 순서를 국회법에 정해놓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가 제안한 방법은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 활용되는 최고평균법으로, 의석수를 선택 순서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22대 국회의 경우 의석수에 따라 민주당에 11개, 국민의힘에 7개를 배분하고, 선택 순서는 1번(민) 2번(국) 3번(민) 4번(민) 5번(국) 6번(민) 7번(국) 등이 된다. 만약 민주당이 법사위를 1순위로 가져오고 싶다면 1번으로 뽑으면 된다. 다만 2번은 국민의힘 순서라 운영위는 빼앗길 수 있다.
- 1 13대 국회부터 22대 국회까지 원구성 협상
- 이현출·김은경. 2022. 국회 원구성 협상의 제도화(한국정당학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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