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측 헌법소원 심판 청구 기각
한국방송공사(KBS)의 방송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따로 걷는 '분리징수'는 합헌이란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30일 KBS가 방송법 시행령 43조 2항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기각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뒤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는 내용으로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KBS는 "해당 시행령이 방송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공영방송사의 재정 안정성이 위협받고, 방통위가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40일의 입법예고 기간을 10일로 줄인 것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헌재는 "시행령은 수신료와 진기요금의 통합징수만 금지했을 뿐, 수신료 금액이나 납부 의무자 등을 변경하는 게 아니라 수신료 징수 범위에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없다"며 KBS 주장을 물리쳤다. 이어 "공법상 의무인 수신료 납부 의무와 사법상 의무인 전기요금 납부 의무는 분리해 고지·징수하는 게 원칙이고, 분리 징수로 인해 KBS의 재정적 손실이 초래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통합징수 과정에서 강제로 수신료를 납부하게 돼 과·오납 사례가 적지 않다는 문제점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헌재는 "KBS가 방송광고 수입이나 프로그램 판매 수입으로 재정을 보충할 수 있어 개정 시행령이 공영방송의 기능을 위축시킬 만큼 재정적 독립에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없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 훼손 우려 관점에서 수신료에 따른 재원이 충분하지 않다면 입법부가 수신료 증액이나 징수 범위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입법예고 기간이 짧았던 데 대해선 "방통위원장이 법제처장과 협의했기 때문에 절차적 위법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은 시행령이 위헌이라고 봤다. 방송법이 KBS 수신료 징수 업무의 위탁을 허용하면서, 정작 수탁자로 지정할 수 있는 범위 등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개정 과정에서 규제영향분석이 이뤄지지 않아 적법절차 원칙을 위배했고, 다른 재원 마련 방안 없이 갑작스레 제도를 시행해 공영방송의 중립성 훼손 우려가 중대하다고도 했다.
방송사 노동조합은 반발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헌재는 정권의 언론장악, 공영방송 파괴의 조연이 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다"며 "공영방송 종사자와 시민 3만4,000명이 낸 탄원서는 휴짓조각이 됐고, 사회적 혼란을 따져보기 위해 요청한 공개변론 또한 가벼이 무시됐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EBS본부도 성명서에서 "'TV수신료’는 어떠한 권력이나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공영방송이 공영방송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이번 결정으로 인해 수신료 분리징수가 강행된다면 EBS는 더이상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거대 자본과 상업 미디어가 넘치는 환경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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