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통신, 경계가 사라지다
무선통신 수요 폭증 예고된 미래
소프트웨어로 네트워크 '쪼개기'
AI가 기지국·통신기기 관제해야
초연결 시대 공고한 안전망 숙제
편집자주
AI와 첨단 바이오 같은 신기술이 인류를 기존 한계를 넘어서는 초인류로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올해로 일흔 살이 된 한국일보는 '초인류테크'가 바꿔놓을 미래 모습을 한발 앞서 내다보는 기획시리즈를 총 6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초기엔 음성만 주고받는 수준이었던 무선통신은 40여 년 만에 움직이는 지하철에서 동영상도 지연 없이 재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2030년 전후에는 6G 통신이 상용화하고, 이후의 통신 서비스는 단순히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빨리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시간 원격 진료 및 수술, 자율주행차와 미래항공교통(AAM)의 등장,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자연재해 감시 등 새로운 통신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많은 통신 장비가 네트워크에 동시 접속하는 것은 물론, 가상현실(VR)이나 3차원 홀로그램 구현과 같은 멀티미디어 서비스도 보편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통신망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처럼 국경을 기준으로 통신망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것에서 벗어나, 지상 네트워크와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가 하나로 결합되는 등 '초공간 네트워크'가 구현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세계 첫 슬라이싱 성공
전문가들은 이처럼 수많은 무선통신 기기와 다양한 통신 서비스의 수요를 관제하고 자원을 분배하기 위해선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 '지휘관'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통신 영역이나 규모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는 만큼, 사람이 하는 수동 제어만으로는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즉, 네트워크의 '지능화'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특히 하나의 통신망 안에서도 수요에 맞게 자원을 배분하는 기술은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네트워크 쪼개기)이라는 이름으로 현재도 구현 가능하다. 하나의 물리적인 통신망을 소프트웨어를 거쳐 독립된 다수의 가상 통신망으로 분리해 고객 수요에 맞춤형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2020년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 시현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바 있고, 지난해에는 일본 이동통신 사업자 KDDI와 함께 도쿄 시내 5G망에서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
백용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입체통신연구소장은 "과거나 현재에는 통신 서비스가 단순히 최종 소비자 간의 '연결'만 보장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서비스의 질을 다양하게 보장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특정 시간대에 고화질 홀로그램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있다면, 이들만을 위한 전용 통신망을 구축하는 게 아니라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해 해당 시간대에 더 빠르고 지연이 없는 통신을 제공하는 식이다.
로봇 연결된 서버가 해킹됐다면
이를 위해선 '네트워크를 위한 AI'(AI for Network)와 'AI를 위한 네트워크'(Network for AI)가 동시에 구현돼야 한다. 네트워크를 위한 AI는 특정 시간대의 트래픽 증가 등 다양한 통신 수요를 학습한 것을 바탕으로 수요를 미세하게 예측해 최소한의 에너지와 통신 자원만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특화한 AI를 말한다. 이와 동시에 로봇, 자율주행차 등 AI를 기반으로 한 수많은 서비스가 태동될 것에 대비해 해킹 시도로부터 안전한, 보안이 강화한 AI를 가능케 하는 네트워크의 중요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경일 케이티샛(KT sat) 전무는 "가사를 도와주는 로봇을 들였는데 로봇과 연결된 서버가 해킹당해 로봇이 사용자를 공격한다고 가정해 보자"면서 "AI 덕분에 통신이 발전하고, 통신 덕분에 AI가 발전하게 되는 시대에 어떻게 안전망을 공고히 할지 지금부터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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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반도체 생태계의 진화
<2>안 아프고 100세까지
<3>어디서나 전기 쓴다
<4>AI 대 AI, 인간 대 AI
<5>통신, 경계가 사라지다
<6·에필로그> SF 작가의 초단편 ‘서아의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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