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조항이라더니 '언론브리핑' 그대로
'특검 추천 권한'만 달라… 與野 함께 추천
여야가 '특검법'을 놓고 서로 상대를 비판하면서도 '독소조항'은 꼭 닮았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3일 발의한 '김정숙 종합 특검법'을 살펴보니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채 상병 특검법'과 비슷한 내용이 많았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하고는 문제의 조항을 고스란히 법안에 담았다. 자승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정숙 특검법에도 '언론 브리핑'을 적시했다.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여권이 채 상병 특검법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지목한 조문과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채 상병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당시 정진석 비서실장은 "허울 좋은 명분으로 실시간 언론 브리핑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의사실 공표를 이 사건에만 허용하고 아예 제도화하는 잘못된 결과"라고 비판수위를 높였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사실상 피의사실이 공개돼 인권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가세했다. 과거 윤 대통령이 참여한 국정농단 특검이나 일명 드루킹 댓글조작 특검 때도 포함됐던 내용이지만 정부여당은 "특검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맞받았다.
여권은 "특검은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가 미진할 때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김정숙 특검법을 보면 말과 법이 서로 다르다. 특검법이 수사대상으로 지정한 문재인 전 대통령 딸의 금전 거래 관련 의혹 등은 이미 전주지검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다. 윤상현 의원은 "검찰 수사가 미진할 때도 하지만 권력형 범죄에서도 한다"며 "대통령 부인일 때 벌인 일이라 특검을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 당시 5공화국 비리 수사 △이명박 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수사 △문재인 정부의 박근혜·이명박 정부 수사를 짚어보면 특검을 동원해 전임 정권을 수사한 전례는 없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특검은 대통령이 인사권을 통해 통제할 수 있는 수사기관이 여당에 불리한 수사를 하지 않을 때 야당이 주장하는 것"이라며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여권이 주장하려면 그냥 당 차원에서 고발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여권 내부에선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을 수사대상으로 규정한 채 상병 특검법이 '별건 수사'로 확대될 것이라며 반대논리를 폈다. 하지만 김정숙 특검법에도 그대로 담겼다. 20명 이내로 규정한 파견검사 수도 두 특검법에 별 차이가 없다.
반면 특검 추천 절차는 서로 다르다. 채 상병 특검법은 대한변호사협회장에게서 4명의 변호사를 추천받아 더불어민주당이 이 중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규정했다. 이와 달리 김정숙 특검법은 여야가 합의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했다. 과거 드루킹 특검과 국정농단 특검 당시에는 집권여당이던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특검 추천권이 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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